[CEO칼럼] 엄마 백신 접종 못 해드려 눈물이 나요

  • 김 행 소셜뉴스 위키트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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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13   |  발행일 2021-04-13 제23면   |  수정 2021-04-13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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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행 소셜뉴스 위키트리 부회장

#1. 구순을 바라보는 친정 엄마가 초기 치매로 요양원에 들어가신 지 일년이 좀 지났다. 지난달 26일 백신접종 때문에 보호자 사인하러 갔던 막내동생이 다급하게 연락했다. "화이자가 아니래.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한데요.어떡할까요?" "왜? 75세 이상 노인은 모두 화이자 접종한다고 했는데?" "그건 일반 노인들이고, 화이자가 없어서 요양원 입원 노인들은 전부 아스트라제네카로 접종한데요." 황당하다.

막내동생은 요양원이 있는 서울 성북구청 보건소, 주소지가 있는 서울 중구보건소까지 망둥이 뛰듯 뛰어 다녔고, "혈전이 생기면 책임지나"라고 담당 공무원에게 따져 묻기도 했지만 "요양원 노인들에겐 AZ만 접종하는게 정부방침이다. 접종여부는 보호자들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답변만 들었을 뿐이다. 우리는 접종을 포기했다. 그렇다고 마음이 편한가. 워낙 고령이니 접종을 해도 걱정, 안해도 걱정만 태산이다. 엄마 본지도 언제인지 모르겠다. 코로나 때문에 면회가 금지돼 그간 유리벽 너머로 5분여간 두차례 면회한 것이 전부다. 엄마는 지금 세상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계실까? 왜 자식들이 면회를 오지 않을까 하고 상처받고 계시지는 않으신지?

#2. 엄마는 지극정성으로 우리를 키웠다. 필자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 서울 북아현동 버스 종점 근처에 살았다. 엄마는 새벽부터 일어나 밥상과 도시락을 정성껏 마련했다. 겨울엔 교복과 속옷을 입기 쉽게 한꺼번에 끼워 아랫목에 넣어놓고, 구두는 라디에이터에 올려놓았다. 눈이 오는 날엔 집에서부터 버스 종점까지 눈길을 쓸어 발이 눈에 젖지 않도록 했다. 자고 있는 필자를 밥 먹으라고 깨우곤 필자의 책가방을 들고 종점에서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미리 타서 엄마의 체온으로 자리를 덥히고 기다렸다. 당시 흔했던 과외 한번 시키지 않았고, 학교를 찾아가 담임을 만나는 일도 없었지만,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극성 엄마'는 아니었지만, 당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사랑을 보여주었다. 그런 엄마가 백신조차 맞지 못하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3. 전 세계가 백신 접종 전쟁이다. 그것밖에는 해결책이 없어서다. 놀랍게도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백신 접종을 가장 늦게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접종률도 꼴지다. 원인은 단 한 가지, 백신 확보 실패다. 코로나 백신 접종 45일, 접종률은 겨우 2.22%다. 국제통계 사이트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한국의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률은 1.62명으로 세계 평균(7.24명)에도 크게 못미친다. 순위도 세계 111위로 최하위권이다.

이미 코로나종식을 선언한 나라들도 있고, 미국은 하루 최대 300만명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7·8월이면 팬데믹 이전의 일상 생활로 복귀가 가능하고,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게 된다. 지난 2월 백신수송훈련에 참가한 문재인 대통령은 "화이자 백신이 당장 와도 빈틈 없이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대한민국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현재 백신 1차 접종률은 이스라엘 61.3%, 영국 47.0%, 몰디브 49.1%, 미국 47.0%다. 우리나라의 2.22%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심지어 방글라데시, 르완다, 레바논보다도 낮다. 르완다는 우리보다 늦은 3월5일 백신 접종을 돌입했는데도 현재 2.8%다. K -방역이라고 큰소리 친 정치인들은 모두 어디갔나? 울화통이 터진다. "엄마! 제발 기다려주세요. 백신 접종 못 해드려 논물만 나요."
김 행 <소셜뉴스 위키트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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