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상징 '미역국 먹었다', 구한말 군대 강제해산 자조적 표현에서 유래

  •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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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23   |  발행일 2021-04-23 제37면   |  수정 2021-04-23 08:43
산모 철분 보충·자궁 수축에 도움
성게·양태·옥돔·소라와도 어울려
제주 해녀들 우럭 미역국 '엄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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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미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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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미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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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미역국.

우리 어머니들은 산모가 아이를 낳은 후 삼칠일(21일) 동안 미역국을 먹고 몸을 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역국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부족한 철분과 칼슘을 보충하고, 늘어난 자궁의 수축과 지혈을 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미역국은 수험생들에게 비호감이다. 미끌미끌한 점질물 때문에 철썩 붙지 않고 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취업이나 대학 시험에 떨어지는 것을 '미역국 먹었다'고 표현한다. 1957년 한글학회가 발간한 큰사전에는 '미역국 먹다'는 것은 '단체가 해산하거나 떨어져 나오는 것을 이르는 말'이라 했다. 구한말 조선 군대가 해산(解散)될 때 이를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미역국 먹었다'고 했던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산모가 해산(解産)할 때 미역국 먹는다는 것을 빗대어 사용한 것이다.

미역국으로는 성게미역국, 양태미역국, 우럭미역국, 옥돔미역국, 소라미역국, 홍합미역국 등이 있다. 물론 뭍에서 해산물보다는 육고기인 소고기를 넣고 끓이는 소고기미역국도 있다. 제주에서는 옥돔, 소라, 성게 등 철에 나는 어패류를 넣고 끓인다. 경남 통영에서는 낭태미역국을 으뜸으로 여긴다. 쏨뱅이목에 속하는 양태, 우럭, 쏨뱅이, 불볼락 등은 모두 뼈가 억세고 머리가 크다.

어류의 명칭만 듣고도 시원한 국물을 떠올린다면 당신은 생선을 먹을 줄 아는 분이다. 제주 출신 해녀들이 뭍에서도 즐겨 끓여 먹은 것이 우럭미역국이다. 비린내도 거의 나지 않는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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