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문암산…소나무숲 줄지어 선 거대한 바윗덩이 품속에서 즐기는 힐링

  • 최원식 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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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21   |  발행일 2021-05-21 제36면   |  수정 2021-05-2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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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암산 문바위 일대의 바위 구간.

연일 몰아치는 거센 봄바람에 송홧가루가 날려 하늘이 샛노랗다. 사람의 입장에서는 미세먼지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 표현일지는 몰라도 식물의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몸부림일 것이다. 벌이나 나비가 아닌 바람을 이용해 가루받이를 하는 풍매화인 소나무나 참나무 종류는 이때를 놓칠세라 대량의 꽃가루를 날려 가루받이를 시도한다. 검은등뻐꾸기가 울기 시작하는 딱 이맘때 단 며칠 만에 마쳐야 하는 식물들은 거센 바람을 목마르게 기다렸을 것이다.

들머리 팔각정 앞 비릿재 유래·표석
등산로 70m 가니, 멧돼지 퇴치 울타리
강·하천 돌이 바위 사이에 박혀져 눈길
작은능선 돌아 오르면 토끼봉 전망대
5월의 신록과 상큼한 꽃향기에 취해
짐승길 많아도 능선 따라가면 길 찾아
넓은바위 전망대 펼쳐진 드넓은 평야

봄이 시작되고부터 산행 계획이 있는 주말에는 어김없이 비가 내리더니 이번에는 바람의 힘을 빌려 식물들의 가루받이 하는 날에 산행을 떠난다.

진달래·철쭉으로 이름난 산도 아니고, 빼어난 산세와 풍광이 뛰어난 산도 아니지만 알려지지 않은 산을 한 곳 찾아 지도 위에 점을 찍는다. 경북 의성군 다인면·안사면 경계의 문암산이다.

한때는 클라이머로, 한때는 하얀 설산인 히말라야·알프스를 등반하며 꾸준히 산악 활동을 하던 친구가 고향인 다인면으로 귀촌을 해 농사를 짓고 있다. 다인면에 속한 문암산을 가기로 했다니 "문암산?"이라며 되묻는다.

역시 다인면에 속한 대곡사가 있는 비봉산은 잘 알고 있지만 문암산은 생소하다는 것이다.

요즘 새로운 벼농사 준비가 한창인 관계로 동행은 어렵지만 산행을 마치면 얼굴 한번 보잔다. "새로운 벼농사?" 올해부터 농사용 드론을 활용해 볍씨를 공중에서 뿌리는 직파농법으로 벼농사를 짓는단다. 농약살포용 드론은 보았는데 파종을 하는 드론은 생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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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골 입구에서 문암산으로 오르는 들머리.

들머리가 되는 비릿재 한편의 공터에 차를 세우고 팔각정 앞에 나란한 비릿재 유래와 표석을 둘러보고 마을 입구에 선다. 왼쪽은 한골, 오른쪽은 달빛고을이라 적은 표석이 마주보고 서있다. 한골 표석과 나란히 세워둔 '등산로 입구' 화살표 방향 포장길을 따라 들어가면 오른쪽에 농사용 수도시설 같은 건물 앞에 등산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Y자로 갈라지는 길에서 등산로는 오른쪽 비포장 길이다. 약 70m쯤 가면 멧돼지 퇴치 목적의 전기울타리를 만난다. 여기서 오른쪽 무덤 몇 기가 보이는 능선으로 오르면 선명한 등산로를 만날 수 있다. 왼쪽으로 보이는 웅덩이 같은 작은 저수지를 지나면서부터 안내 리본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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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바위 바위구간.

소나무 숲 사이로 난 넓은 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좁아지고, 산허리를 왼쪽으로 돌아 오르는 길인데 바닥에 강가에서 보는 동글동글한 돌들이 눈에 띈다. 고도를 높이면서 만나는 바위에도 둥근 돌들이 박혀있는 걸 보면 강이나 하천이던 땅이 융기되면서 생긴 지형인 듯하다. 약한 바람에도 송홧가루가 날려 안갯 속을 지나듯 눈앞이 희뿌옇다. 작은 능선을 돌아 오르니 오른쪽으로 '토끼봉 전망대' 이정표가 서있다. 완만한 능선에 올라서니 나지막한 바위가 여럿 있는 전망대인데 숲 사이로 정면의 평야만 내려다보일 뿐 조망은 별로다. 전망대에서 내려서면 오르던 길과 만나고 경사는 가팔라진다. 다른 새들이 둥지를 빨리 틀라고 응원의 소리인지 검은등뻐꾸기와 벙어리뻐꾸기 소리가 번갈아 울려 퍼진다. 멀리 보면 샛노란 하늘이지만 가까이 보이는 숲은 짙은 녹색의 침엽수와 연녹색의 활엽수가 골고루 구색을 갖춘 숲이고, 상큼한 아까시나무 꽃향기가 더해져 딱 5월에만 맛보는 신록이다.

이번에 동행한 후배는 의성 비안면이 고향인데 도시 생활을 오래 했지만 여전히 고향 말이 입에 배어있어 언제 들어도 정겨운 말투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산나물도 많이 안다. 이맘때 산행에는 맨밥과 쌈장만 챙겨와 산나물 한줌 뜯어 점심을 먹는 게 최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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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암산 일대의 바위에는 둥근 돌들이 박혀 있다.

능선을 따르다 오른쪽으로 '비봉산 정상 453m'로 적은 이정표가 서있는 갈림길을 만난다. 곧바로 올라서면 비봉산을 오르지 않고 주능선에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은 비봉산을 올랐다가 문암산으로 길을 잇는다. 의성에만 해도 금성면의 비봉산, 다인면 대곡사에서 오르는 비봉산, 이곳의 비봉산 세 곳이다. 이곳의 비봉산은 지도에는 용천봉으로 표기되었으나 이정표며 정상 푯말에 비봉산으로 적고 있다. 가파른 길을 15분 정도 오르니 해발 482m 비봉산으로 적은 나무로 만든 푯말이 세워져 있다. 사방이 숲에 가려 조망은 전혀 없는 봉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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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골 입구 문암길에서 본 문암산.

오르던 방향의 정면으로 완만한 내리막 능선으로 약 200m를 가면 왼쪽으로 안내 리본이 주렁주렁 걸린 삼거리를 만난다. 정면의 길이 선명해 지나치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정상적으로 길을 잡았다면 5분 정도 내려서면 평해 황씨 부부 묘를 지나게 된다.

작은 오르내림으로 15분 정도 더 진행하면 비봉산을 오르기 전 삼거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다. '문암산 정상 625m' 이정표 방향으로 능선을 따른다. 짐승길이 많이 나 있어 등산로가 희미하지만 능선을 따르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20분쯤 지나니 숲속 능선에 문암산 정상을 적은 푯말이 나무에 걸려있다. 위치로 보아 민둥한 능선이라 정상이라 보기 어려운 곳이다. 15분 정도 더 지나자 진짜 문암산 정상 나무푯말이 세워져 있다. '한골 1.8㎞' 이정표 방향으로 나아가 안부에 내려섰다가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니 '문바위봉 419m'로 적은 코팅지가 나무에 걸려있다.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한골인데 직진해서 문바위를 거쳐 길을 잇는다. 정면은 절벽이고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서 내려 가도록 길이나 있는데 위에서는 보이지 않던 거대한 바윗덩이가 줄지어 서있다. 이 구간이 문바위다. 바위 사이에 문을 달았다는 이야기가 있는 문바위에도 산 아래에서 보였던 크고 작은 둥근 돌들이 군데군데 박혀 있다. 바위 주변을 둘러보고 올라서니 넓은 바위 위의 전망대다. 다인·안계 일대의 드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고, 야트막한 산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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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식 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전망대에서 내려서면 가파른 내리막인데 길이 희미하다. 안내 리본도 몇 없어 길 찾기가 쉽지 않은 구간이다. 10분 정도 가파른 길이다가 왼쪽으로 완만한 능선길인데 짐승 길과 뒤섞여 희미한 길이지만 군데군데 무덤을 지나게 되어 시야는 트인다. 마을이 보이고, 넓은 공간에 무덤을 조성해둔 곳에 이르면 농로를 만나게 된다. 맨 아래 영월 신씨 가족묘를 지나 마을 사이의 달제2리 문암경로회관을 지나면 지방도인 문암길을 따라 한골 입구 비릿재까지 도로를 따르면 된다. 아직 하늘이 뿌옇다. 봄날의 가벼운 산행을 마무리하고 신농법 구경하러 다인면소재지로 향한다.

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산행길잡이

비릿재 -(40분)- 토끼봉 전망대 -(15분)- 비봉산(용천봉) -(50분)- 문암산 정상 -(20분)- 문바위 -(40분)- 달제2리 문암경로회관 -(25분)- 비릿재

문암산은 알려지지 않은 산으로 곳곳에 이정표가 있지만 길 찾기에 주의할 구간이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소나무 숲으로 이루어져 조망할 곳이 많지 않지만 산림욕을 하듯 호젓한 산행을 즐기기에 좋은 산이다. 비릿재에서 시작해 하산지점까지는 약 6.5㎞, 도로를 포함해도 약 8.5㎞로 3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교통

중앙고속도로 의성IC에서 내려 우회전으로 의성·안동방향 5번국도로 내리면 봉양면 소재지다. 봉양고가교에서 좌회전으로 안계·예천방향 28번 국도를 따라 비안, 안계면소재지를 지난다. 서의성IC 교차로를 지나 약 2㎞를 가면 삼분교차로를 만나 삼분마을로 직진해 약 3㎞를 더 가면 비릿재 한골 입구가 나온다.

☞주소: 경북 의성군 다인면 삼분리 465-2 (비릿재 버스승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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