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절규의 시대, 그러나

  • 김수영
  • |
  • 입력 2021-06-03   |  발행일 2021-06-03 제23면   |  수정 2021-06-03 07:19

에드바르드 뭉크(1863~1944)하면 많은 이들이 해골 같이 생긴 사람이 비명을 지르는 걸작 '절규'를 떠올린다. 이 작품은 절규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내면 고통을 담아냈다. 뭉크는 어릴 때 어머니를 잃은 데 이어 좋아했던 누나마저 저세상으로 떠나보냈다. 그 역시 태어날 때부터 병약했다. 그러니 죽음에 대한 공포가 컸다. 작품의 일관된 키워드가 '죽음' '어둠'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의 고통스러운 삶이 상징적으로 표현된 '절규'는 석양을 배경으로 한다. 아름다운 석양 빛깔이 작품에서는 피처럼 붉다.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뭉크는 해 질 무렵 길을 걷다 느낀 감정을 그렸다. 붉은 석양이 하늘을 덮는 순간, 공포에 떠는 자연의 절규를 들었다. 이는 그의 절규이기도 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또한 절규의 시대를 보내고 있다.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불안과 공포, 죽음이 일상을 뒤덮고 고독·인내의 삶이 보편화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우울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 현상도 확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울 위험군'이 코로나 전인 2018년에는 3.8%였으나 코로나 이후인 지난해에는 20%대까지 치솟았다. 20∼30대의 경우 30%대에 이른다. 정상적인 삶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최근 뭉크의 '절규' 한쪽 구석에 있던 낙서와 관련한 비밀이 풀려 화제가 됐다. '미친 자만이 그릴 수 있는'이란 글이 적혀 있는데 그동안 뭉크의 친필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노르웨이 국립박물관은 그의 친필로 최종 결론지었다. 이 문구는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어쩌면 미친 것을 아는 자신, 그래서 미치지 않으려 했던 의지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뭉크가 보여준 아이러니한 사실이 더 있다. 그는 죽음이 빨리 올 것 같아 불안해했지만여든 넘게 장수했다. 유럽 주요 도시에서 전시해 큰 명성까지 얻었다. 우리가 절규의 시대를 살면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이유다. 속도가 붙은 코로나 백신 접종이 그 서막을 열었다. 김수영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