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우지 1마리 하루 7㎏ 포식…독성 배설물에 수질 오염까지

  • 이두영
  • |
  • 입력 2021-06-16 07:15  |  수정 2021-06-17 11:34  |  발행일 2021-06-16 제3면
■안동 댐·하천민물가마우지·수달 급증
어민들, 수달 공격으로 빈 그물만 올려
연못 방류한 잉어 수백마리 전멸하기도
안동시 "대책 마련 위해 전수조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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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잇감이 풍부한 안동댐 본류에 가마우지가 무리지어 서식하고 있다. 〈권영목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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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면 어민 권기한씨(왼쪽)와 이승방씨가 수달 공격으로 찢긴 그물을 내보이며 울분을 터트리고 있다. 이두영기자 victory@yeongnam.com

댐과 강 등 수변공간이 풍부한 안동지역에 물고기가 주식인 천연기념물 330호 '수달'과 철새인 '민물가마우지' 개체가 급증하면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어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내수면 어업허가자들에 따르면 안동·임하호와 반변천 일대에서 서식하는 수달과 가마우지 개체 수는 각각 1만여 마리로 추정하고 있다. 2000년에 비해 10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안동지역 어민들은 "안동·임하호와 반변천·샛강 등지에서 서식하는 수달은 어민들이 놓은 그물을 훼손하고 들어가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다"면서 "또 가마우지도 무리를 지어 토속 어종의 치어까지 잡아먹어 민물고기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수달, 그물 찢고 고급어종 싹쓸이

안동호(1976)·임하호(1992) 건설 이후 호수 내 어종이 풍부해지면서 물고기가 주식인 수달이 찾아들기 시작한 뒤 개체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2000년까지만 해도 수달 배설물이 바위 등지에서 가끔 발견될 정도였으나, 최근 들어 야간에 그물을 놓을 시간이면 5~7마리씩 무리 지어 호수를 헤엄치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는 것.

수달은 어민들이 쳐놓은 그물을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고 들어가 쏘가리·뱀장어·메기·꺽지 등 고급 어종만 골라 잡아먹는다. 수달에 쫓긴 물고기는 터진 그물 사이로 모두 빠져 나가고, 허물어진 빈 그물만 남아 어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안동호 어업허가자 A(43·안동시 와룡면)씨는 "아침마다 그물에 가득 찬 물고기를 연상하면서 그물을 거두는 일이 어민들의 일상인데, 물고기는 한 마리도 없고 수달 공격에 찢어진 빈 그물을 안고 허탈감을 달래며 집으로 돌아오는 실정"이라며 하소연했다.

어민들은 1채에 35만~70만원에 달하는 그물을 버리지도 못하고 매일 파손된 그물을 보수해 고기잡이에 나서지만 수달의 공격에 따른 그물파손이라는 피해만 되풀이되고 있다. 처벌이 두려워 생계를 위협하는 수달을 잡지도 못한다. 당국 역시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992년부터 임하댐 상류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려 오던 어업허가자 B(67·안동시 임동면)씨는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 그물을 물어 뜯어 물고기가 빠져나가 빈 그물을 수거하는 일이 반복돼 허탈하다"며 5년 전 고기잡이를 아예 중단했다.

샛강과 연못 등지에서도 피해는 마찬가지이다. C(73·안동시 남후면)씨는 "2년 전 집 근처 연못에 잉어 300여 마리를 방류해 키웠고, 지난 3월 출하하기 위해 물을 퍼 올린 결과 한 마리도 없었다"며 "황당한 나머지 연못 주변과 인근 숲 속을 수색해 보니 수달이 먹고 남은 잉어 대가리와 배설물이 널려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신도들이 수하동 모 사찰 마당 연못에 방류한 잉어 수백 마리도 수달 공격을 받아 전멸했다.

◆철새 가마우지, 풍부한 먹잇감에 텃새화

안동·임하호와 샛강 등지에서 서식하는 철새 가마우지도 어민들에게 마찬가지로 피해를 주고 있다. 중국 철새로 알려진 가마우지는 호수 인근 암초나 바위 절벽, 나무 군락지에 둥지를 만든다. 5월 하순~7월 알을 낳고 부화하면 둥지를 떠나지만 먹잇감이 풍부해 이동하지 않고 있다.

1천여 마리씩 무리를 지어 서식하는 가마우지는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 떼를 지어 호수 위를 노닐다가 물고기를 발견하면 최대 5m까지 잠수해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다. 또 정치망 입구 유도망 근처에 모인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성체 크기가 1m에 달하는 가마우지는 이른 새벽부터 호수와 샛강 등지를 찾아다니며 붕어·꺽지·피리 등 어종을 불문하고 하루 7㎏에 달하는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가마우지 서식처 일대는 배설물 독성 때문에 나무가 말라 죽고 호수 수질 오염으로 이어지고 있다.

안동·임하호 등지는 물고기 등 먹잇감이 풍부하다.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이동하는 철새가 텃새로 변해 어민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수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주로 수확 시기에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멧돼지·고라니 등은 유해 조수로 분류돼 엽사를 동원해 개체 수를 조절하지만 수달과 가마우지는 더 심각한 피해를 입히지만 대책은 없다.

안동호 일대에서 희귀 조류를 중심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권영목 작가는 "지난해까지 안동호 인근 숲에 백로 수 천 마리가 서식해 물고기를 잡아 먹었다"며 "몇 년 전부터 중국에서 날아온 가마우지가 백로와 같이 집단 서식하면서 안동호 내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다. 관광객들을 위해 '낙강물길공원'에 방류한 물고기를 잡아먹어 관광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시 관계자는 "수달과 가마우지 피해를 하소연하는 어민들의 신고가 날로 늘어나지만 수달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마땅한 대책이 없다"며 "정부 차원의 대안 마련을 위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피해 상황을 파악한 뒤 상부 기관에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이두영기자 victor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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