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꺽지·쏘가리·뱀장어 등 골라먹어…토종 생태계 초토화는 시간 문제"

  • 이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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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6 07:15  |  수정 2021-06-17 11:35  |  발행일 2021-06-16 제3면
■ 내수면 어민들 대책 마련 호소

경북 안동지역 내수면 어업허가자 이승방(66)씨는 "1996년부터 안동시 남후면 미천 일대에서 정치망으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해 왔다"면서 "물이 깨끗하기로 소문난 미천은 뱀장어·쏘가리·메기·꺽지 등 고급 토속 어종이 풍부하다. 그물을 놓고 1~3일 간격으로 거두면 60만원 정도 수입을 올릴 수 있어 자녀들 학교도 시켰고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나 2000년 무렵부터 안동·임하호에 서식하던 수달이 샛강까지 찾아들어 그물을 물어뜯고 그물 속 고급 어종만 골라 먹어 치우고 있다는 것. 당국에 하소연해도 천연기념물이라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들을 뿐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수달 개체 수는 날로 늘어나면서 어획량이 급감해 물고기 잡이를 그만두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몇 년 전부터 듣도 보도 못한 가마우지가 나타났다. 수달은 야간에 그물을 물어 뜯고 물고기를 잡아먹는 반면 가마우지는 이른 새벽부터 물이 있고, 물고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날아와 성어·치어 구분 없이 잡아먹어 가마우지가 나타난 곳에서는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

어민들의 피해는 지역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안동·임하호와 반변천, 샛강 등지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어민들은 80여 명에 달한다.

권기한(65)씨는 "수달 때문에 못 살겠는데 가마우지까지 합세해 물고기 씨를 말리는 형국이다. 그물을 드리워도 하루 5만원 수입도 안되고, 매일 그물을 보수한 뒤 물고기를 잡아 수달과 가마우지 사료를 공급하는 꼴"이라며 "갈수록 개체 수가 늘어나 민물 생태계 파괴는 시간문제다. 어업허가를 반납하고 다른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허탈감을 내보였다.

어민들은 "물고기 씨가 마르는데 어업허가가 무슨 소용이 있겠냐.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멧돼지와 고라니 등은 유해조수로 분류하고 포획까지 권장하고 있다"며 "당국이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어민들의 생계유지와 생태계 보호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두영기자 victor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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