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의 시선] 역선택이냐 확장성이냐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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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17 16:41  |  수정 2021-09-1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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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교육인재개발원장 겸 CEO아카데미 부원장

참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다. "홍준표는 확장성이 없어서 안된다." 홍준표가 "대구로 대권을 가져오겠다" 며 작년 4·15 총선때 대구 수성구을 선거구 무소속 출마를 선언할 때부터, 지난 6월 24일 국민의힘에 복당할 때까지 필자가 많이 들은 이야기다. 극우 보수의 홍준표 이미지로는 중도 진영의 표를 가져올 수 없어, 대통령은 커녕 대통령 후보 조차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홍준표는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 오랫동안 4% 안팎에 머물렀다. 열성 지지자들 외에는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 대권을 향한 그의 꿈은 멀어지는 듯 보였다. 최소한 7월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8월 들어 달라졌다. 그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9월 들어서는 야권 후보 적합도에서 거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자구도에서도 안정적인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거침없는 홍' '진격의 홍' 이라고 했고, 지지자들은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을 넘어 '무대홍(무조건 대통령은 홍준표)'을 외치기 시작했다.

홍준표의 지지율 급상승에 대해 이런저런 분석이 나온다. 그의 거침없는 직설화법, 수시폐지와 사법고시 부활 등 가난한 집안의 자녀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공약에 2030세대들이 공감했다는 분석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윤석열에 실망한 보수층표가 홍준표로 넘어오고 있다는 분석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필자가 보기엔 홍준표 스스로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점도 지지율 상승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화가 나 있는 듯한 모습의 홍준표가 떠오른다. 그래서 '앵그리 홍'이라는 별명까지 가진 그였다. 게다가 고집이 세서, 남의 말을 안 듣는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런데 지금 홍준표는 환하게 웃고 있다.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노출되는 그의 사진은 대부분 크게 웃는다. 동시에 자신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영돈 PD를 선거 캠프에 영입한 것에 대한 비판이 드세지자 영입을 보류했다. 16일 열린 국민의힘 예비후보들간의 첫 TV토론에서 '가족을 궤멸시키는 조국 조사는 과했다' 는 취지로 말했다가 비판 여론이 드세지자, 이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생각이 조국 수사가 과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생각을 바꾸겠다' 고 했다. 소신을 강조하면서 남의 말을 듣지 않던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논란이 되는 것은 역선택이다. 많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 지역별로는 호남에서 홍준표가 크게 앞서자, 이를 역선택으로 보는 해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조국 가족 수사와 관련된 홍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역선택을 노리는 발언이다'라는 공격이 빗발치고 있다. 이에 대해 홍준표는 역선택이 아니라 교차투표라 주장한다. 또 본선도 고려해서 경선을 치를 수 밖에 없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역선택을 하는 지역으로 꼽힌 호남에서는 이를 어떻게 볼까. 광주에서 발행되는 무등일보의 9월 8일 자 사설 제목은 이렇다. '국힘 역선택 운운, 지역민심에 대한 모욕이다'. 역선택 운운하는 것은 선거국면에서 특정 지역이나 계층을 분리·배제하는 행태의 연장이며, 시대 흐름을 선도했던 호남 민심을 왜곡하는 것이라는 게 사설의 요지다.
전남매일의 9월 14일 자 사설도 논조가 비슷하다. '홍준표가 뜨는 이유 폄훼만 할 일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홍준표는 구체적인 호남공약을 내세웠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그러면서 홍준표가 야권의 후보 나오면 '땡큐' 라는 여권의 인식은 호남 민심을 무시한 망발이라고 비판했다. 호남 현지 언론의 논조로 보면, 역선택이 아니라 홍준표의 확장인 것이다.

16일 TV 토론회를 시작으로 국민의힘 2차 예비 경선이 시작됐다. 앞으로 다섯 번의 TV토론이 남아 있다. TV토론을 본 유권자들의 선택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꾸준히 발표될 것이다. 홍준표의 상승세가 이어져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역전하는 상황이 생기면 역선택 논란은 사라질 것이다. 또 주춤했던 윤석열이 반등해 압도적 1위를 회복해도 역선택 논란은 없어진다.

이와 별개로 "홍준표가 윤석열을 잡고, 유승민이 홍준표를 잡는다" 고 공언했던 유승민이 TV토론을 통해 도약할 지 주목된다. 동시에 또 다른 주자가 토론을 통해 부상할지 궁금하다. 이래저래 야당의 경선은 흥행할 것 같다.

<교육인재개발원장 겸 CEO 아카데미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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