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인재도시 대구, 분권의 출발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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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28   |  발행일 2021-10-28 제23면   |  수정 2021-10-28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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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사회부장

분권의 출발일 수 있다. 26일 미래인재도시 대구 비전 선포식이 열렸다. 사람을 키우는 대구, 꿈을 펼치는 대구, 인재가 모이는 대구에 대한 선언문이 발표됐다. 의례적인 행사처럼 보이고, 맨날 나오는 구호로 들리지만 간단치 않다. 대구의 문제를 대구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비수도권의 공통된 사안이기도 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심각하다. 경향신문은 최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두번째 분단'으로 표현했다. 기득권에 포함된 수도권 언론이 분권 문제를 다루는 게 다소 어색하지만, '두번째 분단'이라는 인식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민족분단에 비유했다.

그동안 비수도권 언론은 줄기차게 분권을 요구해왔다. 영남일보는 현재 창간 76주년 기획으로 '대구경북 대선공약 시민이 나선다'를 통해 분권 운동에 불을 붙이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중요한 시기이다. 분권과 균형발전을 시대정신에 담아내야 한다. 걱정도 크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분권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됐다. 과연 차기 정부에서 제대로 된 분권 정책이 나올 것인지 의심이 간다.

영남대 교수를 지낸 김태일 장안대 총장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에 대해 "정의롭지 못한 상황이다. 두번째 분단 구조에서 수도권이 비수도권을 식민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법을 분권으로 보면서도, 권력과 자원의 수도권 집중체제를 공고하게 이끄는 기득권과 겨룰 수 있는 힘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 공화국에 맞서 초광역 협력의 틀을 갖추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수도권 블랙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2040년 글로벌 경제권, 통합대구경북'을 비전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인재도시는 초광역 협력의 바탕이다. 분권의 출발이라고 말한 이유다. 대구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이 곧 사람이다. 젊은 인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비수도권 엑소더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간다. 수도권 블랙홀이라는 표현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최근 5년 동안 대구를 떠난 인구는 7만5천946명인데, 이 가운데 20대(20∼29세) 청년들이 3만302명으로 전체의 39.9%를 차지했다.

인재도시가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시민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수도권 권력다툼에 익숙해져서인지 '지역 인재'는 살짝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대구에서 자란 인재보다 그럴듯한 스펙을 갖춘 대구 출신의 인재를 더 선호하는 듯한 모습이 엿보인다. 영남일보 창간 특집 여론조사 대구시장 적합도 조사(만 18세 이상 800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자세한 사항은 선관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11.8%)과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7.1%)이 권영진 시장(19.1%)에 이어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어이가 없다. 김재원 최고위원과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 대구를 위해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가. 반면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 류성걸 의원, 김상훈 의원의 지지율은 5%를 넘지 못한다. 스스로 존재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 잘못도 있지만, 지역 인재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 영향도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대구 인재와 대구 출신 인재의 차이점은 '절박함'에 있다. 대구에 살고 있는 인재들이 느끼는 절박함의 강도가 훨씬 세다.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도 마찬가지이다. 시민들이 절박함의 관점에서 대구 인재를 따뜻하게 바라봤으면 좋겠다. '사람의 발목을 잡기보다 키우는 대구'가 돼야 한다.
조진범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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