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연말인데…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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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30   |  발행일 2021-11-30 제23면   |  수정 2021-11-30 07:09

'해바라기' 하면 떠오르는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불운한 천재였다. 현재는 그의 작품이 세계 최고가에 팔리지만, 생전에 단 한 점의 그림만 팔린 이름 없는 예술가였다.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가난 속에 살았던 고흐는 죽을 때까지 자신을 돌봐 주었던 동생 테오와 수백 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 이 편지는 '영혼의 편지'라는 책으로 나와 유명해졌다. 책을 보면 동생에게 생활비를 받아 가며 팔리지 않는 그림을 그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화가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고흐에게는 그림 그리는 것과 함께 또 하나 즐거움이 있었다. 사랑하는 동생과 편지로 소통하고 형제애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풀밭 위의 점심' '올랭피아' 등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1832~1883)는 따스한 정과 위트 넘친 인물이었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모네 등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화가들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인간미 넘치는 모습은 정물화 '아스파라거스 다발'에 얽힌 일화에서도 알 수 있다. 마네는 이 작품을 절친한 컬렉터 샤를 에프루시에게 팔았다. 마네는 작품 가격으로 800프랑을 제시했지만,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든 에프루시는 통 크게 1천프랑을 줬다. 고마움을 느낀 마네는 아스파라거스 한 줄기가 선반에 떨어져 있는 작은 그림을 그려 에프루시에게 다시 보냈다. "자네가 가져간 다발에서 한 줄기가 떨어져 있어서 추가로 보내네." 따뜻한 우정과 배려가 느껴지는 일화다. 예술가를 아끼는 컬렉터의 마음과 그 고마움을 예술로 화답하는 예술가의 멋스러움을 확인할 수 있다.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연말을 맞았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그냥 넘어갔던 다양한 연말모임이 올해는 되살아날 조짐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장기화로 만남의 기회를 잃고 소원했던 관계를 연말모임을 통해 되살려 보려는 것이다. 꼭 만나야만 정이 날까. 고흐·마네의 일화를 보면서 색다르게 정과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도 생각해보게 된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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