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아이는 안 되고 반려동물은 되고?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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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14   |  발행일 2022-02-14 제27면   |  수정 2022-02-14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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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둘을 가진 엄마라서 그럴까. 카페 등에 '노키즈존'이라고 써놓은 문구를 보면 약간 머쓱해진다. 아이가 다 커서 이젠 노키즈존 걱정을 안 해도 되지만 한때 설치는 아들을 둔 부모로서의 동병상련 때문인지 모르겠다. 어린아이의 출입을 막는 카페만 있는 게 아니다. 공부하며 오래 앉아 있다는 이유로 중·고등학생의 출입을 제한하는 카페도 있다. 일부 카페이지만 아이는 어리다는 이유로, 엄마는 아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청객이 된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본 엄마들은 알 것이다. 카페를 찾은 주인공 김지영이 '맘충'이라는 수군거림을 받는 장면에서의 그 느낌 말이다. 아이 때문에 벌레 취급까지 받는 게 현재 엄마의 모습이다. "신은 어느 곳에나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이 무색해진다.

아이와 엄마를 거부하는 카페에서 외려 반려동물을 반기는 기막힌 상황도 벌어진다. 수도권 한 카페에서 어린이 출입은 허용하지 않으면서 목줄을 맨 개의 동반을 허용해 논란이 됐다. 카페는 다른 손님의 불편, 카페에 있는 접시·소품의 파손 위험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불편과 위험을 주는 것은 개도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5%가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하니 반려동물 출입을 허용하는 카페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3년째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반려동물 수요가 급증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한 명의 손님도 아쉬운 상황에서 카페 주인들은 반려동물 동반 고객을 반길 수밖에 없다. 출산율은 계속 낮아지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늘고 있으니 카페에서 취하는 조치는 일면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노키즈존이 약자에 대한 차별이자 배제라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다. 한 사회의 시민이 나이나 성별, 인종 등으로 인해 차별이나 배제를 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아이 등 약자를 배려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과 어른으로서 가져야 하는 책임이란 측면에서 이들의 주장은 타당하다.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국가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로 중차대한 문제가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의 국내 유입까지 급감하면서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총인구가 감소하는 인구 절벽 현상이 시작됐다. 2020년에 이미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서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국내 거주 외국인 덕분에 총인구 감소 현상까지는 나타나지 않았는데 지난해에는 총인구마저 줄었다. 더 충격적인 소식이 있다.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50년 뒤에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62세가 넘는 노인이 돼 생산연령인구 1명이 노인 1.2명을 부양해야 한다. 그야말로 인구 재앙이 코앞에 왔다.

저출산 극복정책이 시작된 지 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정책을 펼쳐 그동안 수백조원을 들이부었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해법을 찾기는커녕 문제가 더 악화하는 양상이다. 정부 정책의 한계도 있지만 국민 의식도 문제다. 인구 감소 걱정을 하면서도 직장 동료나 선후배가 육아 때문에 출산휴가·육아휴직을 하면 우선 내 업무가 늘어나지 않을까부터 걱정한다. 내 아이가 설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면서 카페·식당에서 떠드는 다른 아이에게는 힐난의 눈빛을 보낸다. 아이와 엄마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배려가 절실하다. "어른은 누구나 처음에는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고 했다. 맞다. 어른도 누구나 한때 어린이였다.

김수영 <경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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