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유영하 변호사"대구시장 출마설 조금 당혹스럽지만 피하고 싶은 생각 없다"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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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26   |  발행일 2022-03-28 제6면   |  수정 2022-03-2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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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일한 접견인 유영하 변호사가 26일 영남일보 6층 회의실에서 가진 영남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대구시장 출마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윤관식 기자 yks@yeongnam.com

"가족과 상의해 대구 수성구에 보금자리 마련"
"박 전대통령 사저 구입 자금은 가세연에서 빌려
가세연 통해 낸 책 수익금으로 일부 충당 가능할 것"
"박 전 대통령 직접 정치 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4일 대구 달성 사저로 입주했다.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대구를 떠난 지 무려 1천940일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이 달성 사저로 입주하기까지는 유영하 변호사 역할이 컸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수감 중 유일하게 접견을 허용했던 최측근 인사다. 이에 유 변호사의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지역 정치권은 요동치고 있다. 유 변호사를 26일 오전 대구 동구 영남일보 본사 6층 편집국 회의실에서 만나박 전 대통령 사저 입주 과정과 대구시장 출마설 등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처음 사면될 때 건강이 안 좋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얼마나 회복됐나.
"병원 의료진이 통원 치료 가능할 정도가 됐다고 해서 퇴원했다. 현재 계량적으로 몇 퍼센트 회복됐다고 언급하기엔 곤란하다. 올 상반기까지는 건강 회복에 전념해야 한다. 외부 활동은 조금 어려울 것으로 본다. 통원 치료는 예정돼 있어 그때는 외출 하실 것 같다."

▶지난 5년간 박 전 대통령의 수감 생활은 어땠나.
"말로 표현하기 참 어렵다. 사실 대통령께서 머물렀던 방은 약 3평(9.9㎡) 정도의 작은 독방이었다. 이 방에 병원 간이용 침대와 책상 공간을 빼면 남는 공간이 거의 없어 매우 협소했다. 운동도 다른 제소자와 달리 넓을 곳에서 할 수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남들보다 훨씬 힘든 수감 생활을 했다고 보면 된다."

▶박 전 대통령이 달성 사저 입주할 당시 간접적인 정치 활동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향후 행보는 어떻게 되나.
"박 전 대통령은 열심히 일했지만 중간에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그만두게 됐다. 대통령에 취임한 뒤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는데, 그걸 모두 하지 못했다. 그래서 자신이 못다 한 부분은 좋은 인재들이 대신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 것 같다. 일각에선 이 부분에 대해 여러 갈래로 해석해 정치 활동을 재개하냐고 추측한다. 하지만 저는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직접 정치를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유 변호사의 대구시장 출마설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 계획이 있나.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지만, 대구로 내려가면 친척이 많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로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가족과 상의한 결과, 대구 수성구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저도 정치했던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목적을 갖고 시작한 건 절대 아니다. 최근 대구시장 출마설 이야기가 돌면서 조금 당혹스럽다. 그렇다고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지금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 대구시장에 왜 출마해야 되는지. 그리고 출마할 때 나는 대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걸 먼저 고민해보고 거기에 대한 답을 찾아야 출마할 수 있다. 누구처럼 대통령을 보필했으니 개인적인 후광을 얻어 출마하고, 그걸 발판삼아 정치적 입지를 도모하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철학과 전혀 맞지 않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본인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저는 그것과는 결이 다르다고 자부한다."

▶친박(親朴)계 인사들이 지방선거 등에서 박근혜 대통령 후광을 등에 업고 정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어떻게 평가하나.
"개인적으로 코멘트 하기 어렵다. 다만, 사실 지금 친박이라는 용어 자체는 없다고 본다. 박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5년이 그랬다. 대통령 수감 기간 중 편지 한 통 안 보낸 분들이 대다수다. 주 4일 간 살인적인 재판 일정을 소화했을 때 방청 한번 왔는지 묻고 싶다. 수감 도중 수술을 하고 입원해 계신 동안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극히 일부였다. 물론 그 분들은 정치 일선을 떠난 분들이었다. 그 많은 친박의 울타리에 있었던 때로는 그것을 발판삼아 위세를 부렸던 그 많은 정치인들이 대통령의 무고함과 석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본인 스스로 자문해 보면 과연 친박이란 용어를 쓸 수 있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그분들을 비난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조만간 예방한다고 들었다. 언제쯤 성사되나.
"확정된 것은 없다. 그제쯤인가 서일준 대통령인수위원회 행정실장이 난을 가지고 오셨다. 당시 서 실장은 다음 주 쯤 당선인이 지방 일정이 있는데, 여건이 허락되면 대통령을 뵙겠다고 했다. 두 분간의 만남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의 건강 문제라고 본다. 달성 사저에 오신지 며칠이 지나지도 않았고 아직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신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문에 일정 문제는 조율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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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 변호사(오른쪽)가 26일 영남일보 편집국 회의실에서 영남일보 사회부 강승규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여전히 유 변호사를 향해 '대통령을 팔아 본인 정치 한다'라는 사람이 많다. 이에 대한 견해는.
"너무나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대통령을 팔아 정치를 한다면 결과물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다. 내가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있으면서 권력을 가졌었나 국회의원을 했었나, 어떤 정치를 했다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후 지난 5년 동안 그 어떤 사건도 수임한 사실이 없다. 지금에야 밝힐 수 있지만, 2020년 총선 당시 공관위로부터 대구경북지역의 한 지역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출마해 달라는 요청을 네번이나 받았고, 그 지역 공천을 발표하기 이틀 전에도 요청을 받았지만 다 거절했다. 이유는 한 가지였다. 지역구 출마하면 수감돼 계신 대통령을 대신 보필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례대표 권유를 받아 신청을 해 탈락했지만 내 개인적으로 그 결정에 대해 어떠한 비난이나 불만을 말해 본 적이 없다."

▶스스로를 박 전 대통령 대리인이라고 생각하는 지. 정치적 대리인이라고 생각하는 지?
"변호인이다. 변호사로서 대통령 탄핵 사건과 형사사건을 변호했던 변호인일 뿐이다. 그런데 (박근혜 전)대통령이 구속되고 수감생활을 하시는 동안 가족을 비롯해 그 어떤 사람도 접견을 안 하시겠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구치소에 서적을 비롯해 요한 용품 등을 구입해 넣어드리면서 부탁하신 것들을 받아 전달하면서 그 역할이 오늘까지 이어진 것이다."

▶달성 사저는 어떻게 구입하게 됐나.
"처음 생각했던 집은 따로 있었다. 그런데 막상 그 집을 가 보니 대통령이 지낼 만한 환경으로는 적절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현재 달성 사저를 알게됐다. 정확히 구입 자금은 25억원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생활 소득이 없었다. 그렇다고 대출 규제로 인해 집 담보를 통한 대출금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돈은 가로세로연구소에서 처음에 빌렸고, 가세연 측의 계좌에서 바로 집주인 계좌로 전달됐다. 박 전 대통령은 가세연을 통해 책을 냈는데, 그 수익금으로 일부 충당 가능할 것으로 본다. 아직 정산은 안 했지만, 부족할 것으로 생각하고 부족분에 대한 변제 계획은 충분히 마련돼 있다. 그리고 가족분들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 앞으로도 도움을 줄 것으로 알고 있다."

▶박 전 대통령 달성 사저 입주 전후, 그를 만나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실제로 그런가.
"만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힌 분들이 상당히 많다.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못한다. 대신 그 분들의 의사는 모두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박 전 대통령께서 연락할 것으로 본다. 달성 사저 입주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적응 시간이 필요한 점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박 전 대통령은 달성 사저 입주 후 어떻게 지내나.
"대체로 만족하고, 크게 불편한 점이 없다고 들었다. 출퇴근하면서 식사와 청소를 도와주시는 분이 있다. 식사는 잘 하신다. 첫 입주 날은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푹 주무셨다고 하셨다. 거실은 크지만 개별 방은 보통의 방 크기로 이해하면 된다."

▶달성군청에서 지역 행사에 박 전 대통령을 내빈으로 초청한다면, 오실 의향이 있는지.
"공식적으로 연락 받은 적은 없다. 행사 성격과 규모, 일시 등을 정확하게 알려주면 말씀을 드린 후 알려드리겠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행사 참석 이런 부분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저 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나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을 뵙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시는 것에는 감사한 마음이다. 다만, 앰프 혹은 마이크를 활용하시는 건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그렇지만, 인근 주민들도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저 마당을 보려고 하시는 분도 많이 계신다. 애틋한 감정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만, 가급적 참아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던 중 소주병이 날아왔다. 특별한 말씀 없었나.
"당시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한다. 내 생각으로는 대통령께서 서 계셨던 자리에서 3~5m 앞 쪽에 소주병이 떨어졌었다. 당시 대통령은 조금의 미동도 하지 않으셨다. 정말 담담하게 계셨다. 나중에 말씀을 마치고 사저로 들어오신 후 제가 '조금 전에 놀라시지 않으셨냐'라고 여쭈어 보았는데. 오히려 혹시 시민들이 놀라진 않았는지 걱정했다. 소주병을 던진 사람이 누군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꿈은 뭔가.
"대구 서부초등학교 6학년때 아버지 직장문제로 이사갔다. 개인적으로 꿈은 있지만, 이 자리에서 이야기 하기가 어렵다. 대구시장이 저의 꿈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주어지면 피하지는 않는다. 어떤 분의 꿈은 국회의원이기도 하고 또 다른 이의 꿈은 지자체 단체장일 수도 있고 장·차관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조금 다르다. 검사를 그만두고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 공천을 신청하면서 정치권에 들어섰는데, 지금도 당시 가지고 있던 그 초심을 잃지 않고 있다. 제가 꿈꿨던 세상이 있고, 제가 만들어가고 싶은 나라가 있다. 그런 세상이 만들어지는데 표현이 어떨지 모르지만 벽돌 한 장의 역할이라도 하고 싶은 거였다. 그것이 어떻게 구체화 되고 실현될 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자리나 직위를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 그것은 목표가 아니라 목표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박 전 대통령이 사저에 입주했을 때 달성 군민과 대구 시민 여러분이 정말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이 부분은 대통령을 지난 5년간 곁에 있었던 변호인으로서 정말 감사드리고, 개인적으로는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 대통령께서 이 지역 주민과 대한민국 국민 일원으로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실 거다. 여러분들께서 지금까지 보여주셨던 따뜻한 애정과 지지, 성원을 계속 보내주시면 좋겠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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