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십상시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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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04   |  발행일 2022-04-04 제27면   |  수정 2022-04-04 07:09

십상시(十常侍)가 또 소환됐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향해 "십상시의 일은 이제 그만하라"고 일갈했다. 김정숙 여사의 옷값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5년 전 무수한 언론의 화제가 됐던 '문재인의 금괴'가 다시 떠오른다"는 탁 비서관의 발언에 대한 반응이다. 허 대변인은 "국민들이 정말 공정하고 정의롭고 평등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지 이제라도 자성할 때"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십상시는 중국 삼국지 시대 직전인 후한 말기 황제를 조종해 부패한 정치를 행한 환관 집단이다. 오늘날 간신의 대명사로 쓰인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십상시라는 단어가 있었다. '문고리 권력 3인방'을 비롯,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한 비서진을 지칭한다. 문재인 정부에선 친문 비서진을 가리킨다. 문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려 '보고 싶은 것만 보게 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최근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2019년 5월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문 대통령을 '달나라 사람'이라고 칭하면서 지록위마(指鹿爲馬·윗사람을 농락하고 권세를 함부로 부림)를 거론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주변 사람들에게 대통령을 더 이상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문 십상시를 향한 경고였다. 지난해 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십상시 논란이 불거졌다. "경제도 방역도 인사도 다 잘 되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 때문이다. 국민이 느끼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인식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대통령이 '십상시'에 둘러싸여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임기 내내 반성과 성찰 없이 자화자찬으로 일관한 모습을 보면 터무니없는 논란은 아닌 듯하다. 조진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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