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m 지하에서 221시간...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을까(종합)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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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7  |  수정 2022-11-06 16:29  |  발행일 2022-11-07 제1면
봉화 광산 매몰 2명 무사 생환
190m 지하에서 221시간...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을까(종합)
4일 봉화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열흘간 고립됐던 작업자들이 추위를 견디기 위해 모닥불을 피운 비닐막 모습. 경북소방본부 제공
박정하씨(62) 등이 221시간 동안 지하 190m에 갇혀 있다가 기적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데는 '커피 믹스'와 함께 '베테랑 광부'였던 것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박씨는 최초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커피믹스를 30봉 정도 들고 들어갔다고 한다. 평소 즐긴 커피믹스가 이번에는 '비상식량'이 됐다. 박씨는 막장에 있던 전기포트 플라스틱 부분을 떼어내 물을 담아 모닥불에 올려 커피를 태워먹었다. 커피가 떨어진 이후에는 갱도 내부로 떨어지는 물을 마시며 열흘을 버텼다.

두 광부의 주치의인 방종효 안동병원 신장내과 과장은 "커피 믹스를 30봉지 처음에 갖고 계셨는데 구조가 이렇게 늦게 될지 모르고 3일에 걸쳐서 나눠서 식사 대용으로 드셨다고 한다"며 "그게 아마 많이 도움이 된 거 같다"고 했다.

작업공간 주위에 있던 산소용접기와 톱 등도 생존에 큰 역할을 했다. 지하 갱도 내부 온도는 14도 안팎에 지하수가 떨어져 저체온증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았다. 이 때 구세주 역할을 한 건 '산소용접기'였다. 갱도 내 얼마 전 가져다 준 나무판자와 톱 등이 있었으나 물에 젖어 불을 붙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산소용접기의 강력한 화력으로 나무에 불이 붙었고 힘겹게나마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움막(텐트)처럼 활용했던 폐비닐의 경우에는 누군가 쓰다 남은 비닐을 모아 둔 것이 큰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박씨 등 2명의 강인한 정신력도 생존에 큰 역할을 했다. 박씨는 구조 이후 "단 한 순간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죽어야 할 준비를 안했다"고 말할 정도로 생존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특히, 조원 박씨와 함께 괭이를 들고 막혀 있는 암석을 10m 정도 파내기도 하는 등 고립된 상황에서도 강한 정신력을 발휘했다.

특히, 조원 박씨는 광부 일을 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이번 사고가 난 광산으로 온 지는 나흘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장 박씨의 역할이 컸다. 박씨는 "정신 똑바로 차려라. 우리 살아서 나갈 수 있다"고 끊임 없이 조원 박씨에게 힘을 불어넣어 줬다.

고비도 있었다고 한다. 구조되기 직전 안전모에 달린 안전등 배터리가 소모되면서 어둠이 찾아왔다. 이 때 두 광부는 서로 부둥켜 안고 '엉엉' 울기도 했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동굴 반대편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구조대가 도착했다. 221시간의 긴 고립 시간이 끝나는 순간이었고, 그토록 기다리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 순간이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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