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노익장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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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7 06:41  |  수정 2023-02-27 06:41  |  발행일 2023-02-27 제27면

중국 후한 광무제 때 마원(馬援)이라는 개국 공신이 있었다. 한때 역모 사건이 터지자 나이 예순둘의 마원이 이를 소탕하겠다고 자청했다. 왕이 그가 연로(年老)하다는 이유로 말리자 마원은 보란 듯이 말에 뛰어올랐다. 그 진압 작전에서 큰 공을 세웠음은 물론이다. 늙어서 더욱 혈기가 넘친다는 '노익장(老益壯)'이라는 말은 여기서 나왔다. 현 대한민국 노익장의 아이콘은 '103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다. 그의 장수 비결은 '하던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한 방송에서 소개됐다. 정년 퇴임 후 지금까지도 저술·강연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가히 경탄할 만하다.

미국 역대 지도자 가운데 최고의 노익장을 뽐낸 이는 다름 아닌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다. 퇴임 이후 왕성한 봉사·평화 활동을 펼쳐 세계인의 존경을 받았다. 올해 98세로 상수(上壽·100세)를 앞두고 있다. 그는 재임 시절 건강의 상징인 '조깅(jogging)'을 대한민국에 전파한 주인공이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방한한 이튿날 새벽 주한 미군들과 함께 달렸다. 그 광경이 언론에 소개된 이후 우리나라에 조깅 붐이 일었다. 카터의 퇴임 후 노익장도 젊은 시절 조깅으로 다진 근력이 한몫했다. 그는 저서 '나이 드는 것의 미덕'에서 행복하게 늙는 비결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런 카터가 100세를 앞두고 호스피스 돌봄을 받기로 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피부암 흑색종으로 투병해 온 그는 최근 암세포가 간과 뇌로 전이됐다. 생의 마지막을 고향에서 가족과 보내겠다고 한다. '행복의 원천은 가족에 있다'라는 메시지를 던져 준 카터의 '마지막 노익장'을 응원한다.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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