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AI야, 기자들 짐 싸야 하니?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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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7 06:57  |  수정 2023-02-27 06:56  |  발행일 2023-02-27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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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논설위원

종종 가슴이 조여 왔다. 과거 사회부 기자 초년생 때다. 온종일 외근에도 이른바 '땟거리'조차 구하지 못해서다. '호랑이' 사회부장 얼굴부터 떠오른다. 편집국 복귀 길엔 이 심정이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와 같은…. 그때마다 철딱서니 없는 공상에 빠진다. '기사 자동판매기가 발명되면 얼마나 좋을까. 커피 뽑듯 기사가 뚝딱 나오는…', 옛적 종이신문 새해 특집판 속 '20년 후 달라질 대한민국'이라는 카툰에 실릴 법한…. 그 몽상이 마침내 현실이 되는 걸까.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인 '챗(CHAT)GPT'가 화제다. 최근 뒤늦게 '녀석'과 대면했다. '주문대로 글을 써준다는…. 옛날 그토록 찾던 그 기계?' 챗GPT와 처음 만난 순간의 솔직한 소회다.

자존심은 잠시 내려놓고. 챗GPT에 '땟거리'부터 구했다. "취재할 기삿거리가 없어. 좋은 아이템 있으면 알려줘." 수 초도 안 돼 나온 답변은 "물론입니다" 자신감이 넘쳤다. 곧이어 인공지능을 비롯해 스포츠, 인터넷·소셜 미디어, 예술·문화, 경제 등 5개 항목에 걸쳐 취재할 만한 내용을 소개했다. 내친김에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한 노하우도 물었다. 광범위한 지식·호기심을 비롯해 탁월한 글쓰기,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인간관계, 독립적 판단력과 직감, 신기술에 대한 이해 등 여섯 가지를 키워야 한다며 항목별로 이유를 붙여 답했다. 살짝 뜨끔해졌다. 선배 기자의 훈계처럼 와닿았다. 노트북을 닫았다. 마치 블랙홀 같아서.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경이로움'이다. 지구촌이 왜 챗GPT에 열광하는지 공감이 갔다. 어색한 문장이 없지는 않지만 인간 기자의 주문에 맞게 그럴듯한 글을 척척 써냈다.

전문가 사이에선 아직 보수적 의견이 만만찮다. 상식 수준의 정보를 적당히 엮어내는 기계일 뿐이라는 점, 잘못된 내용도 사실인 것처럼 제공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점, 결코 인간의 일 모두를 대신해 줄 수는 없다는 점 등이다. AI가 인간 일자리를 줄여 대량 실업 사태를 부를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나아가 '가짜 뉴스' 등 폐해를 막기 위한 규제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말의 경계심은 숨길 수 없다. 채팅창을 다시 열어 물었다. "챗GPT가 인간 기자를 짐 싸게 할 날이 오니?"라고. 대답이 센스있다. "AI 기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을 쓰지만, 판단·이해와 사실 검증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인간 기자가 사라질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대신 서로의 장단점을 활용해 협업하길 바란다"고. 대답 가운데 '아직'에 주목한다. 언젠가는(AI 기술이 더 발달하면) 인간 기자가 사라질 날도 온다는 저의인가. AI 기자의 당면 바람은 '인간 기자와의 공존'인 듯하다. 이쯤 하면 AI 기자로 위협받게 될 일을 걱정만 할 때가 아니다. '녀석'과 조화롭게 지낼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게 옳다. 구한말 쇄국정책과 같은 시선으로도 볼 필요 없다. 우린 이미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인간과 AI가 '상충의 관계'로 여겨선 살아갈 수 없는 시대다. 훗날 종이신문에 '인간·AI 기자 컬래버 면(面)', 나아가 'AI 기자 전용 면'이 생길지 또 누가 알겠나. 인간 기자가 지금 AI라는 '도구'를 잘 연구하고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훗날 AI 기자가 인간 기자의 감정과 판단까지 넘보기 전에….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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