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안동소주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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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1 06:37  |  수정 2023-03-21 06:37  |  발행일 2023-03-21 제23면

쓴 술의 대표주자인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1920년대 희석식이 첫 출시될 땐 35도였다. 30도 아래로 낮아진 것은 1970년대 이르러서다. 1990년엔 22~23도가 나왔다. 이젠 젊은 층 입맛에 맞춘 14도대까지 나온 마당이다. 감기다 싶으면 독한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 먹으면 낫는다는 얘기가 과거 회자됐다. 독한 술기운에 체온이 높아지고 화끈거려 그런 말이 나돌았을 게다. 의학계에선 일시적 현상으로 본다. 결국 몸을 차게 한다고 한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엔 '술집에서 소주와 고추를 함께 팔았는데, 이를 먹고 목숨을 잃은 자가 적지 않았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조선 선조 때 정승 이양원은 소주에 귀한 얼음과 꿀을 섞어 마시거나 물에 희석해 마셨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시대판 '소주 칵테일'이라 하겠다. 그만큼 예로부터 소주가 독한 술로 인식돼 온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소주의 유래는 고려설이 유력하다. 페르시아에서 몽골로 전해진 증류술이 몽골의 일본 원정 때 한반도에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특히 안동·개성·제주에서 소주가 인기를 끌었다. 이 세 곳은 고려를 침략한 몽골의 다음 타깃 일본 정벌을 위한 전진 병참기지였다. 그 가운데 안동에서 나온 안동소주는 대표적 명주(銘酒)로 쳤다. 이런 안동소주의 세계화를 위해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최근 TF를 구성해 대표상품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위스키의 본향인 스코틀랜드에서 안동소주 시음회를 열어 '일품(一品)'이라는 현지 평가를 받았다. 도수 45도 순곡 증류주인 '독한' 안동소주가 세계 애주가의 '잇템(인기 아이템)'이 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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