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화마로 큰 시련…'젊은 감성 야시장' 변화의 물결

  •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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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31 07:17  |  수정 2023-03-31 07:18  |  발행일 2023-03-31 제3면
■ 우여곡절 조선 3대 시장

올해로 이전 개장한 지 100주년을 맞은 대구 서문시장은 지역민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선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서문시장은 대구읍성 북문 밖에 자리 잡은 조그만 향시(鄕市)에 불과했다. 이후 대구에 경상감영이 들어서고 17세기 대동법(쌀 및 면포 납세제도)이 시행되면서 부흥의 계기가 마련됐다. 마침내 평양시장·강경시장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전통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일제강점기인 1923년 지금의 중구 대신동 일대에 터를 잡은 서문시장은 6·25전쟁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1950년대 들어서는 매매 규모가 대구 15개 시장 총거래액의 40%나 차지할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 대구가 섬유도시로 한창 명성을 키우고 있을 땐 포목·의류 등 서문시장의 섬유 거래량이 전국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였다.

우여곡절도 겪었다. 가장 큰 시련은 두 차례의 화마다. 2005년 12월 서문시장 2지구 상가에서 발생한 화재로 186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다. 10여 년 뒤인 2016년엔 4지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점포 839곳이 전소되고 460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서문시장 역사상 손에 꼽을 만한 큰 화재로 기록됐다. 다행히 사고가 난 지 6년 만에 4지구를 새로 지을 시공사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과거보다 저조한 매출, 낡고 노후화한 시설, 코로나19 팬데믹 등 악재도 겹쳤다.

그래도 서문시장은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5년 4월 대구도시철도 3호선 역사(서문시장역)가 들어서면서 접근성이 한층 용이해졌다. 2016년 6월엔 국내 최대 규모의 야시장이 불을 밝혔다. 야시장엔 색다른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소상공인이 운집하면서 젊은 고객도 발걸음이 잦아졌다. 댄스파티를 즐기는 문화공연 무대도 등장했다. 전통시장에 감성 코드가 접목되기 시작한 것이다. 어르신과 주부들의 전유물이었던 서문시장에 큰 변화의 물결이 찾아오고 있다.

최근 대구시는 서문시장에 인접한 계성고 후적지에 대규모 지하주차장을 조성하고 비좁은 서문시장역도 확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서문야시장 인근 공연장을 확장해 볼거리를 보강할 예정이다. 3월 마지막 날인 오늘(31일) 야시장이 동계휴업을 끝내고 시장의 불을 다시 밝힌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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