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동학 개미'가 포항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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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7 06:56  |  수정 2023-05-17 08:45  |  발행일 2023-05-17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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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동부지역본부장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확실한 곳에 투자해야 합니다. 단언컨대 K배터리에 투자하는 것이 이토록 불확실한 시대에 기회를 얻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최소 3~4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면 됩니다. 그러면 K배터리 기업들이 열심히 일해서 당신에게 부를 안겨줄 것입니다."

주식 고수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씨가 그의 책 'K 배터리 레볼루션'에서 이렇게 말했듯, 지금 한국 증시의 최대 이슈는 '2차전지'다. 실제로 박씨가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줄 K배터리 기업'으로 콕 찍은 2차전지 8개 종목은 두 달 만에 최대 231%의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2035년쯤이면 배터리 시장 규모가 반도체보다 5~10배 커질 것이며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의 자리가 바뀔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2차전지 관련 주가도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학 개미 군단'에게 이처럼 가슴 설레는 소식이 또 있을까.

2차전지 관련 주가가 향후 그의 전망처럼 쑥쑥 올라갈진 알 수 없지만, 적어도 2차전지가 우리를 먹여 살릴 차세대 핵심 국가전략산업인 것은 분명하다. 이미 전 세계가 탄소중립과 친환경에 기반한 성장에 사활을 걸고 있고, 2차전지는 이런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의 분위기를 증명하듯 17·18일 예정된 2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 선정을 위한 추진전략발표 심사에는 유례없이 높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포항 시민의 기대감은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그도 그럴 것이 포항은 자타공인 고품질 양극재 대량 생산에 전국 최고로 특화된 지역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세계 1위의 양극재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세계 양극재 수요량의 16.5%를 처리하게 된다.

또 국내 양극재 생산 1위인 에코프로그룹의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양극재·음극재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포스코퓨처엠의 생산 공장, 2차전지 신산업 분야를 개척하는 에너지머티리얼즈의 리사이클링 공장이 자리 잡아 원료부터 양·음극재 생산, 폐배터리 재활용·재사용까지의 풀-밸류체인을 구축한 세계 유일의 도시다.

여기에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등 선도기업과 솔루엠, 미래세라텍, 해동ENG 등 30개 이상의 2차전지 관련 중소기업이 집적해 모범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향후 배터리 제조사와 테슬라 기가팩토리를 유치하여 2차전지 산업 전(全)주기를 완성해 명실상부 글로벌 배터리 허브 도시로 도약한다는 그림까지 그리고 있다. 울산-경주-영천-대구로 이어지는 자동차 부품단지와 연결되면 포항이 꾸는 꿈은 대구경북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경제적인 논리를 무시하고 정치 공학적인 힘이 특화단지 선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벌써 당 대표 지역이라서, 전임 총리가 밀고 있어서 등등의 정치적 이유가 세평에 오르고 있기도 하다. 과거 국가발전과 국민통합, 성장동력 확충을 명분으로 야심 차게 추진됐던 영남권 신공항이 허망하게 무산된 원인은 무엇이었나. 예산? 환경? 법? 제도? 경제가 정치에 휘둘릴 때 그 피해는 국가 전체가 미래에 치러야 할 혹독한 대가로 돌아온다는 것을 우리는 몸소 겪었다. 팩트와 현실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국가 전략 과제의 추진이라는 원칙이 새삼 중요한 이유다.
이은경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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