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人사이드] 대경대 설립한 유진선 이사장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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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7 18:50  |  수정 2023-11-29 15:30  |  발행일 2023-05-18
[토크 人사이드] 대경대 설립한 유진선 이사장
유진선 대경대 설립자가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선 고정관념을 깨는 역발상으로 끊임없는 도전을 해야 한다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대경대 제공
"대경대를 세계적인 직업학교로 만들겠습니다"


30년 전 대경대를 설립한 유진선 이사장은 산학일체형 교육으로 대학을 세계적인 직업학교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강산이 세 번 바뀌었고,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쏠림 등 교육환경의 변화는 전문대에 더욱 직격탄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 전 설립 당시 품었던 교육철학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는 다름이 없었다.


유 이사장은 영남대(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문학박사를 취득했다. 대학 시절에는 학생회장을 맡았고, 대한민국 최연소로 33세 때 대경대를 설립하고 2·7·9대 총장을 지냈다. 현재는 학교법인 중암학원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 1993년 지역에서 대학강사를 하던 시절, 33세 나이로 대경대를 설립했다. 배경이 궁금하다.

"박사학위를 받고 보따리 강사를 하던 시절, 4년제 대학은 이론 중심 교육을 했다. 교수들은 교류가 없었다. 전문대학은 이공계를 제외하고 4년제와 큰 차이가 없던 때였다. 당시 교육환경에서는 학생이 각자의 전공과 소질을 계발하기 어려워 보였다. 반면, 사회는 전문가를 원하고 능력있고 재능있는 인재를 필요로 했다. 실무 중심의 실용 교육을 하는 특출한 소형 대학을 만들자고 판단했다. 서른 두 살 때 서류한 뭉치를 들고 교육부에 찾아가 '대학설립을 하겠다'고 하자, 한 사무관이 '아버지 심부름 왔냐'고 물었다. 그때는 대학설립자라 하면 60~70대였다. 이후 대학 1세대 설립자 모임에서도 젊은 설립자의 말에 시큰둥했다. 누구보다 과감한 도전이 필요했고, 나는 성공할 자신감이 있었다. 역발상으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교육 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토크 人사이드] 대경대 설립한 유진선 이사장


-대경대를 설립하기 위해 지구 반 바퀴를 돌며 학교의 미래를 구상했다.

 

"대한민국 전문대학으로는 유일한 특성화 교육환경을 만들어야 했다. 배우기 위해 세계의 작은 시골 학교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녔다. '개성과 소질을 다르게 갖고 태어난 학생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끄는 교육이 뭘까'하는 질문을 수업이 반복했다. 요리, 패션, 음악, 공연, 헤어, 와인 등 학생들이 원하는 한 가지 재능으로도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서도 성공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싶었다. 스위스 소규모 호텔학교, 이태리의 50여명 규모 와인 학교를 방문했는데 강한 인상을 받았다. 대만의 한 관광 전문대학에서는 의대 갈 실력으로 관광전문대학에 입학한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그렇게 여러 학교들을 돌아다니며 미래에는 고정관념을 깨는 특성화에 대학의 길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한 가지 전문성으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들고 싶었다. 그게 오늘날 대경대의 방향이 됐다."


-'Excellent 하기보다는 Different 하라'는 교훈을 세웠다.

"설립 당시만 해도 서울대 입학은 곧 성공이었다. 대경대는 설립 초기, 모 전국신문에 전판 광고를 냈다. 광고 카피가 '서울대를 이기겠습니다'였다. 그만큼 대경대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자 했고, 우리 학생들이 대경대를 나와 '개천에서 용났다'는 감탄을 듣도록 하고 싶었다. 훌륭하고 탁월한 인재는 많다. 그보다 대경대 학생들이 남과 다른 재능을 갖길 바랬다. 그래서 대경대의 커리큘럼은 실습과 실무 비율이 높고, 인성과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한다.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우리 학생들은 누구를 만나도 인사를 잘한다. 그 이유는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배우기 때문이다. 한번은 뉴욕에서 졸업생을 만났는데, 먼저 다가와 반갑게 인사하더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돼 잘 살고 있고, 대경대 출신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도 했다. 나는 내 설립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Excellent 하기보다는 Different 하라'는 교훈과 'Dfference is the value'(다름의 가치)의 설립 정신은 앞으로도 100년 이상 유효할 것이다."


-대경대 하면 산학일체형 CO-OP(CO-Operative)라는 신개념 교육을 빼놓을 순 없다.

"설립 초기, 전국 어느 대학에 가도 기업의 현장과 유사한 실습환경이 마련된 곳은 없었다. 모든 교육이 오로지 강의실에서 이뤄졌다. 강의실부터 없애야겠다고 작정하고, 대신 실습실을 늘렸다. 기업 현장과 동일한 실습환경을 만들었다. 그 발단이 '42번가 레스토랑'이었다. 호텔조리과의 CO-OP실이다. 이 학과 학생들은 새벽시장서 사 온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담당 교수가 매니저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교수가 음식을 나르고 매니저를 해요?'라고 놀랐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학생들이 현장에서 도제식으로 배우면서 전문성도 생겼고,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외부 손님들도 학교를 찾아온다. 캠퍼스 문화가 신선해 자극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후 1개 학과 1개 기업환경을 캠퍼스에 대대적으로 만들었다. 전공 수업을 거기서 듣고 몸으로 익히는 것이다. 이제는 뷰티, 헤어, 향수, 골프, 미니호텔 등 22개 학과로 운영되고 있고 대경대의 특성화를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 됐다."


-한국사회 공교육 문제를 진단해 달라.

"초중고에서 각자의 재능과 소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직업교육도 하지만 학력 중심 사회는 여전하다. 학생들의 삶과 인생이 행복한 학교, 재능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아직 안된다. 너무 안타깝다. 그래서 내가 직접 대경문화예술고를 설립했다. 처음엔 대안학교로 출발해 이제는 학력 인정 정규고등학교가 됐다. 학생들은 최소한의 필요한 과목을 이수하고, 각자의 소질에 따라 대경대의 학과들을 선택해 대학생들과 같이 전공 수업을 듣는다. 선택도 자율이다. 1학년 때에는 뷰티 전공을 듣고 2학기에는 다른 전공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졸업까지 다양한 전공 체험을 통해 각자의 소질을 발견하고 전공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실패가 없다고 생각했다. 현재 졸업생들이 다양한 대학으로 흩어져 행복하게 대학을 다니고 있다. 이러한 것이 공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연예인 스타 교수를 최초로 임용한 곳이 대경대다. 당시 파격이었다. 그 덕에 오늘날 연극, 공연, 모델, 방송 등 엔터테인먼트 계열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당시로선 무모한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

"다들 말렸다(웃음). 4년제 대학 유명 총장한테 당시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대학에서 왜 딴따라를 교수로 뽑냐'고 뜯어말렸다. 고민도 했지만 내 생각대로 밀어 부쳤다. 전문가는 전문가가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변하지 않았다. 탤런트 유동근, 드라마 용의 눈물의 김재형 PD, 설도윤 뮤지컬 프로듀서, 개그맨 남희석 등 당대 최고의 연예 분야 전문가를 모셨다. 결과는 한마디로 성공이었다. 한때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실용전문학교들이 저마다 이를 벤치마킹했다. 30년이 흐른 지금은 대경대에 박사와 실무 전문가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 대경대는 독창적인 특성화 교육으로 '입학은 곧 취업' 이 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왔다. 대학들의 실용적이고 이상적인 직업교육 길은.

"실무중심으로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캠퍼스 환경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 대학 일부 강의실은 외부에 개방한다. 복도를 걸으며 전공 교육을 볼 수 있고 다양한 전공들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만큼 대경대의 특성화 교육 환경에 대해 누구 앞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됐다. 학생들이 졸업 후 기업에서 다시 배우지 않아도 되는 교육을 해야 하는 게 전문대의 역할 아닌가."


-설립자로서 대경대의 미래 100년의 방향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나.

"1세대 설립자들이 물러나고 2~3세대 체제로 가는 추세다. 지역 1세대 설립자로는 내가 유일하게 젊다.(웃음) 지금도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교육의 역발상을 시도하고 있다. 산학일체형 CO-OP 교육을 글로컬과 글로벌의 개념으로 융합해 혁신적인 산학일체형 교육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 학생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해 각 분야 최고의 인재를 만드는 것이 대경대의 교육목표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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