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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희 국회의원 (국민의힘) |
사람 이름을 딴 법안이 제법 많다. 김영란법, 민식이법 등등.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고용세습 사태를 발단으로 대표발의한 '아빠찬스' 채용을 막는 법안도 그렇다. 이른바 '박찬진 방지법'으로, 고용세습 논란의 선거관리위원회 전 사무총장의 이름이다. 내 이름을 갖다 붙인 법이 만들어질 뻔한 적도 있었다. 일명 '조은희 방지법'으로, 반값 재산세를 추진할 때의 일이다. 짧게 필름을 되감아 본다. 2020년 10월23일, 1주택자의 재산세를 감경해주는 서초구 조례를 공포했다. 집값 폭등과 세금 폭탄,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고통을 겪던 시기였다. 일주일 뒤,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대법원에 제소했다. 광역단체가 기초단체를 제소한 건 초유의 일이었다. 당시 서울시 자치구도 24대 1의 여대야소 지형으로 우호적이지 않았고, 여당이던 민주당에서도 "조은희 방지법을 만들자"라며 융단폭격에 나섰다.
2021년 6월29일, 국회에서 1주택자 재산세 감면 확대 법안이 통과됐다. 반값 재산세 투쟁이 기폭제가 되었고, 문재인 정부 또한 국민적 여론에 떠밀려 세 부담을 덜기 위한 방안을 강구한 것이다. 조은희 방지법은 사라지고 "민생 퍼스트 펭귄, 조은희 따라 하기"라고 제목 붙여졌다. 2022년 4월14일, 대법원에서 "반값 재산세 조례 문제없다"라며 서울시의 청구를 기각했다. 길고도 외로운 투쟁이어도 시민들의 응원 덕분에 가능했던 모두의 승리였다. 아직도 주민들의 한숨 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집값은 정부가 올렸는데 세금 폭탄은 왜 우리가 맞나" "평생 모은 내 집 한 채에 연금보다 세금이 더 많다니…."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3년 새 72%나 폭등한 재산세 고지서가 나가자 주민 전화가 하루 1천통 가까이 빗발쳤다. 진작에 세금 감경 혜택이 이뤄졌다면 그분들에게 얼마나 힘이 되었을까.
그때 지녔던 마음의 빚이 있다. 미뤄진 숙제를 하는 심정으로 지난 6월26일, 재산세 납부기한을 6개월로 연장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종합부동산세는 6개월 분납이 가능한 데 비해, 재산세는 분할납부 기한이 2개월에 불과하여 부담된다는 말씀이 많았다. 그래서 재산세도 종합부동산세처럼 납부 기한을 늘려 납세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 주민들이 납부 기한에 여유가 생기면서 체납 감소도 예상된다. 또 납세기한에 있어 종부세와 균형을 맞춰 조세체계 간 형평성도 확립할 수 있다. 국민의 세금 고통을 덜어드리고자 했던 반값 재산세와 같은 마음을 담았다. 사람의 마음은 민주주의의 첫 번째 집이라고 한다. 말이나 겉모습이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진정성이 관건이다.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서 파커 J. 파머는 "문제는 의견 차이가 아니라 상대를 악마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당파나 정쟁에 매몰되지 않고, 오로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정치를 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만일 그때 '조은희 방지법'이란 게 만들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불명예스러운 상처가 됐을까, 영예로운 훈장이 됐을까. 그러나 국민의 삶에 보탬이 될 수만 있다면 '조은희 방지법'이든 '조은희 따라 하기'든 상관없다. 그러한 것보다 중요한 건 국민에게 힘이 될 수 있는지 여부다. 로미오에게 줄리엣이 말했던가.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여전히 향기롭다고.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조은희표 플러스 정치'를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조은희 국회의원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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