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창조적 파괴가 필요한 한국 정치

  • 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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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03  |  수정 2023-07-03 07:03  |  발행일 2023-07-03 제25면

[단상지대] 창조적 파괴가 필요한 한국 정치
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가 2020년 '권력의 배신(원제:The Politics Industry)'이란 책을 출간했다.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던 세계 최고의 경영학자가 정치 관련 책을 쓴 이유는 단 한 가지. 정치가 미국을 몰락시키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공저자인 캐서린 겔은 거대기업인 '겔푸드'를 매각하고 정치 혁신에 뛰어들었다. 요지는 기득권 타파를 위해 과감한 게임의 규칙을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열한 공천과 본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열성 당원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미국 정치의 양극단화와 진영 대결의 원인이다. 유능한 인물들은 아예 배제된다. 그레셤의 법칙처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국민 대표성은 떨어지고 민주주의는 위기에 봉착했다. 미국 국가경쟁력과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태평양 건너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정치를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 정치가 국가발전의 동력이 아니라 장애물이 되고 있다. 포터 교수의 지적대로 국민의 기대를 배신하고 있다. 최근 김남국과 황보승희 사태를 보면서 자괴감이 든다. 민간 기업이었으면 진작에 쫓겨났을 이들에게 1년 더 세금을 줄 생각하면 허탈한 마음뿐이다. 이들을 공천하며 한 표 찍어달라던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아무런 말이 없다. 탈당했으니 책임이 없다는 건가. 리쭝우의 '후흑학'의 법칙을 따라 두꺼운 낯가죽과 시꺼먼 마음으로 뻔뻔하게 버티면 된다는 건가.

한국행정연구원이 매년 조사하는 기관 신뢰도에서 국회는 늘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24.1%만이 국회를 신뢰한다고 대답했다. 조사 대상기관 평균인 52.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민 네 명 중 세 명은 자기 손으로 선출한 국회를 불신한다. 정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 떨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6월 한 달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당 지지도 평균은 국민의힘 34%, 민주당 33%, 지지 정당 없음 28%이다. 특히 선거를 결정짓는 스윙 보터로 대두한 청년 세대의 정당 혐오감은 아주 높다. 20대의 47%가 무당층이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최근 신당 창당과 기존 정당의 재창당 움직임은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무당층은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 치부하는 기존 정당은 내년에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해결 대안이 중요하다. 선거 게임 규칙과 인물 혁신이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혁신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양당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소선거구제와 위성 정당제를 타파하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선거 제도 도입이 절실하다. 왜 호남 28석은 민주당, 영남 65석은 국민의힘이 독점해서 지역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는지? 21대 총선에서 당선에 반영되지 않은 사표 비율이 43.7%에 이른다. 민주당은 지역에서 49.9%를 득표하여 163석을 차지했고,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합하면 전체 300석의 60%인 180석을 획득했다. 수도권에서 민주당은 53.7% 득표로 119석 중 103석(86.6%)을 차지한 반면 미래통합당은 41.2%를 받고도 16석에 그쳤다. 양당의 국회 의석 점유율은 95.3%로 완전 독점 구조이다. 국민 대표성과 비례성이 심각하게 왜곡되었다.

언론학자 강준만은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에서 권력은 중독성이 강하고 생존을 위해 인간의 뇌와 행동을 파괴적으로 바꾼다고 지적했다. 멀쩡한 사람도 권력의 자리에 가면 변한다는 속설을 잘 간파했다. 좋은 정치인을 선출하고 통제하기 위해서는 정치 혁신을 통한 민주주의의 강화뿐이다.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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