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8]지속 가능한 원자력을 위한 노력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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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06 08:02  |  수정 2023-07-06 08:03  |  발행일 2023-07-06 제13면
유비무환…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원전 해체산업 육성 팔 걷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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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운영 중인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 전경. 206만㎡ 규모의 동굴처분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제공>

원자력 발전 산업은 단순히 원자력발전소(원전) 건설과 운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넓게 보면 방사성폐기물(방폐물)의 안전한 처리,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의 해체 등도 원전 산업의 한 분야로 볼 수 있다. 원전을 만들어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고, 발생한 폐기물은 물론 운전 수명이 종료된 원전까지 안전하게 처리·처분하는 모든 과정이 산업에 포함되는 셈이다. 특히 원전의 경우 사고 발생 시 다른 발전에 비해 피해가 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안전 관리는 더욱 중요하다. 결국 원자력 발전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선 관리의 안정성 확보는 물론 사용후 안전한 처리가 동반돼야 한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원자력 안전 관리시설과 시스템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8편에서는 지속 가능한 원자력을 위한 노력에 대해 다룬다.

방사성폐기물분석센터 2025년 준공
2단계 표층처분시설 내년 12월 완공

전세계 해체시장 규모 2050년 500조
경주 양남면에 원전해체기술원 설립
원전 全주기 기술력 구축 토대 마련

한울권 방사능방재지휘센터도 추진
원전사고 등 비상사태시 총괄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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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방폐장 내 하역동굴 내부 모습.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제공>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시스템 강화

2019년 6월, 경주시 문무대왕면에 위치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경주 방폐장)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그동안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경주 방폐장에 보낸 방폐물 드럼 중 일부에서 핵종(Nuclide) 농도가 잘못 표기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행히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오류 값을 정정한 결과 방폐물의 핵종 농도는 경주 방폐장의 처분 농도 제한치 이내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주 시민과 국민들의 불안감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방사성폐기물 반입이 중단됐고, 민·관 합동조사단이 수차례 현장 조사를 벌였다. 이후 경주 방폐장은 1년여 만에 재가동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경북도는 이를 계기로 '방사성폐기물 분석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경주 방폐장에 반입되는 방폐물을 체계적으로 교차 분석할 전문기관을 만들고, 이를 통해 방폐물 안전관리 시스템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회와 산업통상자원부도 경북도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었다.

2021년 6~12월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마치고, 올해부터는 127억원을 들여 분석센터 연구시험 및 분석장비를 구축하고 있다. 방사성폐기물 분석센터는 대지면적 4천㎡에 지상 4층 규모로 지어진다. 준공은 2025년 예정이다.

특히 경주 방폐장이 확장을 앞두고 있어 방사성폐기물 분석센터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경주 방폐장은 2단계 표층처분시설(6만7천490㎡)을 추가로 만들고 있다. 2021년 1월부터 올해 12월까지 2천600억원을 들여 공사가 진행 중이다. 2단계 표층처분시설은 내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시설이 완공되면 한국은 동굴처분 기술과 표층처분 기술을 모두 확보한 세계 여섯 번째 국가가 된다. 앞서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동굴처분시설(206만㎡)을 갖춘 경주 방폐장을 건설해 2015년부터 운영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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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탄소중립 에너지 미래관 조감도. 〈경북도 제공〉

◆원전 해체 산업 육성에도 팔 걷어

원자력 발전 산업에서 해체 분야도 하나의 큰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 600여 기의 원전 가운데 영구정지 원전만 200여 기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해체된 원전은 단 21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국 컨설팅 업체 베이츠화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원전 해체시장 규모는 2050년을 전후로 500조원대로 커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2017년 6월 부산 기장 고리 1호기, 2019년 12월 경주 월성 1호기가 원전 노후화로 잇따라 영구정지되며 원전 해체 산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부는 고리 1호기 해체를 계기로 원전해체 기술 고도화를 통해 원전 전(全) 주기 기술력을 구축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부산과 울산의 경계지점과 경주 양남면 등 두 곳에 원전 해체 전문기관이 들어선다. 부산과 울산 경계에 들어서는 '원전해체연구소'(2022년 10월 착공·2026년 준공 예정)는 주로 경수로 노형 해체를 위한 전문기관이다. 반면 경주에 들어서는 '중수로 해체기술원'은 중수로 노형 해체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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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방폐장과 2단계 표층처분시설(오른쪽) 조감도. 표층처분은 지표면 가까이에 인공 구조물을 설치해 방폐물을 처분하는 방식이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제공〉

산업통상자원부, 경북도,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한전 KPS 등이 재단법인 '원전해체연구소'를 설립해 '해체기술원'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해체기술원 위치는 경주 양남면 일대다. 경북도는 해체기술원 설립을 계기로 경주에 원전 해체 산업생태계 기반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북도와 경주시, 한수원은 2019년 4월 해체기술원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한 데 이어 2021년 5월 설계를 마쳤다. 지난해 6월에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에 선정되며 국비도 확보됐다. 현재는 양남면 나산리를 사업부지로 확정하고, 부지 매입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착공은 올해 12월, 준공은 2026년 12월이 목표다.

기후위기와 원자력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국립 탄소중립 에너지 미래관' 설립도 추진되고 있다. 경북도는 2020년 9월, 대구경북연구원에 의뢰해 미래관 설립 기본구상 정책연구과제를 발표했다. 이미 미래관 설립 타당성 용역을 마쳤고, 설립에 필요한 국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시, 체험, 교육, 연수 등의 시설을 갖춘 미래관은 탄소중립 시대 원자력이 왜 꼭 필요한 에너지원인지에 대한 교육과 홍보 등 소통을 전담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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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양남면 일대에 들어서는 해체기술원 조감도. 〈경북도 제공〉

◆방재 지휘센터부터 실시간 방사선 감시망까지

1979년 3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스리마일섬, 1986년 4월 소련 체르노빌,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등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 수차례 끔찍한 원전 사고가 있었다. 원전 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인적, 물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고 가능성이 아무리 낮더라도 평상시 각종 원전 사고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은 부산 기장군의 고리 1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한 1978년 4월 이래 45년 동안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었다.

경북도는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정부와 각종 원자력 안전관리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울진군 평해읍 일원에 들어서는 '한울권 현장방사능방재지휘센터'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130억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건립 중이다. 현장방사능방재지휘센터는 앞으로 원전 사고 등 비상사태 발생 시 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원안위는 올해 안에 착공에 들어가 2025년 1월쯤에는 완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북도는 2021년부터 원안위와 함께 '경북 원자력안전 감시시스템'도 확충하고 있다. 이는 원전 주변 지역의 환경방사선 감시망을 경북 전역으로 확대하는 사업이다. 경북도는 2026년까지 경북 23개 시·군 전역에 방사선 감시시스템 53곳을 구축할 계획이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경북 전역에는 실시간 방사선량 모티터링이 가능한 환경방사선 감시망이 구축된다.

이와 더불어 경북도는 방사능방재훈련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경북도 주관으로 2년에 한 번 합동훈련이, 각 시·군 주관으로 매년 한 차례씩 주민보호훈련이 진행된다. 지난달 29일에도 경북 울진에서 방사능방재 합동훈련과 주민보호훈련이 동시에 열렸다. 당시 주민 대피와 사고 수습, 관계기관 대응 등 체계적인 훈련이 이뤄졌다.

장상길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 동해안전략산업국장은 "원자력이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위한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지만 안전에 대한 주민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며 "원자력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주민 홍보, 비상시를 대비한 다양한 훈련, 관련 안전 장비의 확충 등 촘촘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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