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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일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
여름 더위는 밤에도 잠을 이루기 어렵게 만듭니다. 가뜩이나 더위로 잠들기도 힘든데 모기소리가 윙윙 나기 시작하면 밤은 더 이상 휴식의 시간이 아니라 고통의 시간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집요하게 윙윙대며 서성이는 모기를 잡으러 일어나보면, 이미 잘 날지도 못 할 만큼 배가 빵빵하게 우리 피를 포식한 모기를 발견하곤 합니다. 여름밤에 모기가 이토록 집요하게 우리 피를 갈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건 모기에겐 종족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모기는 '파리'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평소에는 우아하게 꿀을 먹고 삽니다. 다만 종족 번식을 위해 알을 낳아야 하는 시기, 암컷들은 꿀로는 채워지지 않는 단백질이 포함된 식사가 필요한데, 이때 마치 삼복더위를 이기려고 단백질 보충을 위해 삼계탕을 찾는 우리들처럼 단백질원으로 피를 간절히 찾는 것이죠.
모기가 위생적으로 피를 빨아먹기만 한다면야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 생각하고 피를 조금 나눠주겠지만, 문제는 모기가 그렇게 위생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말라리아와 같은 치명적인 전염병을 옮기기 때문입니다. 말라리아(malaria)는 라틴어 malus(나쁜)와 aria(공기)에서 나온 말로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발병한다는 뜻을 갖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학질'이라 불리는 무서운 전염병입니다. 그러니 우리 건강을 위해 여름밤에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유독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과연 모기가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요? 정답은 '그렇다'입니다. 그리고 모기를 유혹하는 것은 다름 아닌 여러분들 몸에서 나는 냄새입니다. 물론 모기는 우리 체온과 몸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로 유인됩니다.
그럼 우리 몸 어떤 냄새가 모기를 유혹하는 것일까요? 2023년 6월 Current Biology 잡지에 소개된 후각연구자들의 노력으로 그 답을 얻게 되었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코너 맥메니맨 교수 연구진은 아프리카에 사는 말라리아 모기를 이용해 모기의 냄새 선호도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연구진은 스케이트장 만한 크기의 텐트를 만들고 수백 마리의 모기를 풀어두었습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의 몸 냄새를 흡수패드에 채취한 후, 모기가 밤중에 자신들이 포식할 사람들로 착각할 수 있도록 불을 끄고 이 흡수패드에 체온에 가까운 온도의 이산화탄소를 뿜어 그 냄새가 텐트 안에 퍼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모기들을 관찰하였습니다.
모기들이 정성스럽게 차려진 냄새의 뷔페를 즐기는 동안, 연구자들은 모기들이 가장 많이 찾는 냄새 패드를 관찰하여 모기가 선호하는 냄새를 찾아냈습니다. 유독 모기가 많이 모여드는 패드는 카르복시산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카르복시산은 피부에서 박테리아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주로 과일에서 나는 신맛 향이 납니다. 물론 발을 씻지 않으면 나는 시큼한 발 고린내와 같은 불쾌한 냄새도 포함됩니다. 즉 상큼한 과일 향이나 시큼한 고린내가 모기를 유인한다는 것이죠. 2022년 10월 미국 록펠러 대학교의 레슬리 보샬 교수 연구진이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 역시 사람이 배출하는 카르복시산을 좋아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종합하자면 모기는 보편적으로 카르복시산 냄새가 나는 사람을 더 좋아합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진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유칼립투스 냄새는 모기가 기피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유칼립투스는 모기기피제로 사용되는 식물성 화학물질인데, 이번 연구를 통해 모기가 이 냄새를 싫어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럼 밤에 모기에 물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선 청결한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시큼한 과일 향이 나는 비누는 피해야겠죠? 그리고 더워서 쉽지는 않겠지만 마음을 최대한 편안하게 갖고 선선한 곳에서 잠을 청한다면 체온이 조금 떨어지고 호흡이 안정되어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드니 모기가 조금이나마 덜 꼬일 것입니다.
모기가 끌리는 향과 모기가 기피하는 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니, 법정 스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법정 스님은 사람에게는 인품의 향기가 있고, 그 향기에 따라 모이는 주변 사람들이 정해진다 하셨습니다. 더위로 짜증 나고 힘든 일이 많겠지만 유칼립투스 같은 인품의 향기로 조금씩만 주변을 더 배려하는 향기로운 여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문제일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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