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숲에만 오면 눈 반짝…그 모습에 어른도 힘이 나"

  • 조효린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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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0  |  수정 2023-07-10 08:06  |  발행일 2023-07-10 제13면
'2023 다:행복한 대구교육 이야기' 공모전 수기 '금상'

■ 숲에서의 만남-조효린 학부모

아이들 숲에만 오면 눈 반짝…그 모습에 어른도 힘이 나
황금유치원 아이들이 나뭇잎, 휴지심 등으로 만든 대포를 하늘을 향해 쏘고 있다.

2020년 말, 첫째 아이의 만 3세를 앞두고 한창 고민이 많던 그때! 1지망으로 썼던 유치원 선발 문자를 받은 그 날의 우리집은 잔칫집이었다. 여러 유치원 중 특히나 대구황금유치원에 보내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1주일에 한 번씩 숲체험을 간다는 것, 그것도 유치원 근처에 있는 국립대구박물관으로! 아파트 생활을 하던 우리들은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들마저 다 도시분들이라 흙을 밟고, 만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우리 아이에게 유치원 또래 아이들과 함께 멋진 숲에서의 놀이시간을 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참 기뻤다.

황금유치원 등원한 아이 덕분에 숲 체험 자원봉사 시작
뻥 뚫린 공간서 아이들 마음도 한없이 자유로워지는 시간
숲에서 배운 지식·놀이로 쑥쑥 커가는 모습에 보람 느껴


2021년 첫째 아이가 유치원 등원을 시작하였고, 여러 가지 유치원 활동 관련 학부모 자원봉사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둘째 아이가 어려 할 수 없었다. '내년에 둘째가 어린이집을 다닐 수 있게 된다면 꼭 숲체험 지원 봉사를 해보아야지' 다짐했다.

무사히 2022년이 되었고, 드디어 숲체험활동 지원 자원봉사를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4월이었던 걸로 기억난다. "아이들의 놀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멋진 시간을 보내고 와야지!" 생각하며 호기롭게 집을 나섰던 나는, 1시간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뻗어버렸다. 그리고 어땠냐는 신랑과의 통화에서 나의 첫마디는 "우와~~~~~~~~~~~ 선생님들 정말 대단하시다~~~~~~~~~~~~~!!!"

아이들 숲에만 오면 눈 반짝…그 모습에 어른도 힘이 나
한 아이가 숲에서 발견한 도토리를 들어보이고 있다.

유치원에서 출발하여 두줄열차, 네줄열차, 열차 모양을 바꿔가며 큰 횡단보도도 건너고, 숲에 도착해서 숲선생님과의 알찬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자유놀이도 하고, 다시 유치원으로 돌아오기! 그 시간 안에 25명 남짓한 아이들의 안전도 신경쓰며, 아이 한 명 한 명의 목소리 들어주기, 여러 모습들 사진에 담아주기 등…. 자원봉사를 하지 않았다면 '단순히 1주일에 한 번 뿐인 시간인데 그 시간이 힘들까?', '1시간 반 밖에 안되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그 시간을, 그 안에서의 선생님들의 노고를 쉽게 생각할 뻔했다. 그냥 원래 있었던 당연한 시간으로 넘길 뻔했다. 그럴 뻔했던 내가 부끄럽기도 했다. 첫날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와 앞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숲 체험활동 지원 자원봉사는 꼭 하리라 다짐했다.

일주일에 한 번, 화요일마다 아이들을 만나러 갔다. 처음 몇 주는 오가는 길에 아이들이 다치지는 않을까, 박물관 숲에 도착해서도 뒤처지거나 잃어버리는 아이들이 있진 않을까, 혹여나 뛰다가 굴러 다치진 않을까 걱정에 한 시간 반이 훅 가버렸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멋진 인솔과 이미 숲 체험활동을 해본 베테랑 7세(만5세) 언니, 오빠들 덕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유치원에 도착해 줄 서는 시간을 기다리며 뒤에 서 있으면, 나오면서부터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도 있고, 처음 나올 때부터 이미 지쳐서 나오는 아이들도 있다. 날이 조금이라도 더우면 숲으로 향하는 길에서부터 유독 지쳐하는 아이들도 있다. "선생님~ 너무 더워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숲에 도착하면 달라진다. 특히 자유놀이 시간엔 완전히 달라진다. 아이들 각자만의 색깔로 숲 곳곳을 채워주기 시작한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말하지 않아도, 혼자가 좋은 친구는 혼자, 여럿이 좋은 친구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각자만의 시간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엔 표정과 걸음이 달라져 있다.

뻥 뚫린 공간이어서일까, 말그대로 자연에서의 시간이어서일까. 자연스럽게, 솔직하게 자기들의 색깔을 드러내고, 여러 가지 놀이로, 모습으로 자기들을 표현해내는 숲 체험활동 시간이 참 소중하다 느껴진다. 돌아오는 길이 어쩌면 더 피곤할 수도 있을 텐데 돌아오는 내내 재잘재잘, 숲에서의 시간에 대해 자기들의 근황에 대해, 돌아오는 길 보이는 풍경에 대해 제각각 보이는 것과 느껴지는 것들을 이야기 나누곤 한다. 아이들과의 시간을 통해 그들의 웃음을 보며 내가 더 힘을 받기도 하고, 숲에서의 모습을 보며, 그들과 스몰토크를 나누며 내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지혜도 얻어간다.

유치원 차량으로 하원을 하지만 가끔 사정이 있어 내가 직접 데리러 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박물관에 가자고 하는 아이. "엄마, 오늘은 내가 선생님이야"하고는 앞장서 가면서 "따라오세요~"하며 숲선생님께, 담임 선생님께 배웠던 지식이나 놀이를 알려주는 아이. 가끔은 지원하면서 들었던 것들을 마치 원래 알고 있었던 마냥 내가 먼저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면 아이는 어떻게 아냐며 신기해하기도 한다. 그때의 표정과 반응이 참 재밌고, 사랑스럽다. 숲 체험활동 덕분에 지원 자원봉사 덕분에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하나 더 늘었다.

코로나로 외부와 단절되어 지냈던 시간들 때문에 아이들이 바깥에서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이 더 간절했고, 도시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 흙을 밟는 것마저 마음을 먹어야 하는 요즈음, 유치원 자체에서 숲 체험활동을 할 수 있어 감사하고, 그 시간에 도움이 될 수 있어 참 감사했다. 우리 집에도 찾아와버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갑작스레 결석을 하기도 했지만, 작년 1년 숲 체험활동 지원 자원봉사를 무사히 마쳤고, 올해도 신청하여 봉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엔 둘째 아이도 대구황금유치원에 선발되어 아이 둘 다 이 값진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더 감사하다. 그 값진 시간, 아이들의 걸음에, 선생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둘째 아이가 다니는 앞으로의 몇 년만이라도 계속 봉사를 하고싶다. 누군가의 엄마인 지금, '어머니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도움을 줄 수있어 정말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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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린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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