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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영 DGIST 에너지공학과 교수 |
지난봄 프랑스 파리에서는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에 청소 노동자들이 참여하면서 파리의 길거리는 그야말로 쓰레기 천지가 되었다. 사실 조금이라도 폐기물 처리가 지연되면 이러한 현상은 지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례이다. 우리가 아는 아름다운 파리의 형태는 사실 도시 구조 개혁이 이뤄진 19세기 중반에 갖춰지게 되었는데, 그전까지 유럽에서 분변과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식은 그야말로 집 밖으로 투척하는 수준에 가까웠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현실에서 크게 고찰할 수 있는 점은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인간의 삶을 비약적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문명이 발전하면서 도시 구조가 고밀도로 성장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각종 쓰레기 처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점이 결국 전염병이 창궐하게 만들었고, 수억 명이 목숨을 잃기도 하였다. 흔히 의학의 발전이 전염병을 퇴치하고 인간의 수명을 늘린 주역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사실 깨끗한 환경의 구축이 선행되지 않았다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불행히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염되지 않은 식수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대규모 정화 시스템이 갖춰진 20세기 이후이며, 여전히 지구상의 많은 곳은 분변과 각종 쓰레기로 오염된 물을 사용하며 생활하고 있다. 결국 지금도 깨끗한 식수를 확보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는 전염병과 평균 수명으로 가름해서 볼 수 있다.
심리학자로서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은 의외로 비합리적인 판단과 확증 편향성으로 인해 그릇된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하였는데, 결국 자유시장 경제 역시 매우 비합리적임을 증명하였다. 현대 인간 문명은 늘 인위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형태에 속박되어 있다. 편리성이라는 기술적 성취에 도취된 인간은 생산과 소비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수준의 방안은 구체적으로 고민하지 않았다. 사실 폐기물의 처리는 경제적으로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였기에 회피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되고, 결국 그것이 직접적인 폐해가 된다는 사실 자각이 되면서 거시적으로 큰 위기감을 동반하고 있다. 그렇지만 인간이 시도한 방식들은 여러 가지 형태의 반작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과거에 비해 높아진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허구에 가까운 수치일 뿐,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폐기물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제도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결국 처리 용량의 임계점에 다다르면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것이 될 것이다. 깨끗한 환경이 보장되지 않으면, 어떠한 약도 소용이 없다. 인간과 지구의 수명은 환경을 어떻게 올바르게 유지하는가에 달려있다. 지구는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의식 교육이 최우선 되어야 하며, 생산과 소비에 관련된 제도적인 정비와 동시에 폐기물 처리에 대한 혁명적인 기술적 접근이 나와야 할 것이다. 특히, 폐기물 처리에 대한 사업성이 지금보다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이와 관련된 기술의 개발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유입될 것이다. 대니얼 카너먼이 지적한 인간의 '근거 없는 낙관주의'를 환경 문제 극복을 위한 지금의 방향성과 연계해서 생각하면, 우리는 보다 '합리적으로 비관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모두의 획기적인 노력 없이는 지금의 위기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박치영 DGIST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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