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한의 도시를 바꾸는 시간] 시간을 돌려주자

  • 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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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2  |  수정 2023-07-12 06:55  |  발행일 2023-07-12 제26면

[김요한의 도시를 바꾸는 시간] 시간을 돌려주자
지역과 인재 대표

커피 한 잔에 4분, 버스요금 2시간 등 모든 가치는 시간으로 환산된다. 모든 비용은 시간으로 계산하고, 노동의 대가로 시간을 받는다. 영화 '인 타임'(2011년)에서 사람들의 팔에는 '생체시계'가 새겨지고, 남은 시간이 '0'이 되면 죽는다. 주인공 '윌'은 28세의 가난한 노동자 청년이다. 그에게는 시간이 늘 촉박하다. 걷기보다 뛰는 게 익숙하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다.

프린스턴대학의 심리학자 마크 본스타인 교수는 1976년 '네이처'지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도시 크기와 평균 보행속도 사이에 확실한 비례 관계가 나타난 것이다. 당시 인구가 260만명이었던 뉴욕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사람의 평균 보행속도는 인구 110만명의 프라하보다 약 50% 빨랐다. 큰 도시는 작은 도시에 비해 전반적인 삶이 빡빡하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여가 시간 사용 비율이 OECD 33개 국가 중에서 28위에 그쳤다. 한국의 낮은 여가 사용 시간 수치는 '장시간 근로'와 '장거리 출퇴근' 때문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수도권 출퇴근 시간 30분대 단축'을 위해 GTX 개통을 서두르고 있다.

핀란드의 헬싱키에서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도시의 효율성을 높여 시민들에게 '매일 1시간의 여유를 돌려주자'는 스마트시티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도심 케이블카를 언덕, 강, 철로 같은 장애물을 극복하고 기존 대중교통을 보완하는 혁신적인 해결책으로 활용하고 있다. 콜롬비아 메데인에서는 2004년 '메트로케이블'이라는 케이블카 시스템을 만들어 빈곤층이 사는 산동네와 부유한 시내 사이를 오가는데 2시간에서 30분으로 대폭 단축하여 주민들의 삶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이제 도시계획 차원에서 시간을 고려한 'N분 생활권' 도시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 파리의 '15분 도시'다. 즉 파리를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에 15분 이내로 접근할 수 있는 근거리 생활기반 도시로 재정비하는 것이다. 서울, 부산, 제주에서도 도입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시간의 중요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취업 시 근무시간과 출퇴근 교통이 중요한 고려요인이다. 또한 산업연구원의 연구에 의하면 지난 12년간 대학졸업자의 직업 가치에서 중요도가 가장 크게 상승한 요인은 근로시간과 업무량이었다. 현실에서도 늘 시간이 촉박한 수많은 가난한 청년 노동자 '윌'이 있다. 미래세대 청년들에게 시간을 돌려주자. 시간은 금이 아니고, 시간은 생명이다.지역과 인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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