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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칠승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
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1년3개월여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냈다. 돌이켜보면 1997년 제도권 정치에 첫발을 들인 후 이 기간만큼 숨 가쁘고 절박하게 뛰어다닌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장관에 임명된 것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였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위기 극복을 위해 헌신과 희생을 감내하던 많은 분의 노고를 현장에서 목도했다. 눈물을 흘리며 두 손을 부여잡던 전통시장 국밥집 사장님, 휴일도 반납하고 방역물품 생산에 여념이 없던 중소기업 관계자, 신속한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1년 넘게 비상 근무체제 중이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임직원들,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특별한 희생을 감수한 소상공인 자영업 사장님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선량한 시민이자 애국자들이었다.
장관이 된 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책임감'이었다.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에 충실하면 됐던 국회의원과는 차원이 달랐다. 주권자인 국민이 선거를 통해 국정을 감당할 정부를 선택하고, 장관은 각 정부 부처의 책임자라는 사실은 예상보다 훨씬 엄중하게 다가왔다. 국회의원으로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가 주된 고민이었다면, 장관직을 수행하면서는 '어떻게 잘해 낼 것인가'가 당면 과제였다. 재임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의 회복을 위해 손실보상을 법제화한 것이다. 누구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소급적용 여부, 손실보상 계산법, 대상 범위와 금액, 지급 방식 등과 관련해 다양한 주장이 표출됐다. 국회를 설득하고, 재정 당국과 이견을 조율하는 등 어느 것 하나도 만만치 않았다. 돌아보건대, 국정 운영을 책임진다는 건 어떠한 상황과 조건 속에서도 결과를 도출해냄으로써 국민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잘 추진되고 있던 사업이 갑작스레 노선이 변경되었고, 종점 인근에 대통령 처가가 수천 평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면 충분히 의구심을 가질 일이다. 그렇다면 주무 부처 장관은 의혹에 대해 성실히 소명하는 게 우선이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그런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논란이 일자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1조8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대통령 공약사업이자 수도권 동북부 주민들의 숙원을 장관이 하루아침에 뒤엎은 것이다. 직권남용이자 국민을 기만한 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원 장관은 "장관직뿐만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의혹과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원 장관 외에도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직을 걸겠다"고 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세 사람 모두 검사 출신이다. 이러한 발언을 한 배경은 각각 김건희 여사 일가의 특혜 의혹 차단, 백선엽 장군의 친일 행적 은폐, 한동훈 장관 본인의 명예 회복 등을 위한 것으로 국민 일반의 이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장관이라는 자리는 선거 승리에 따른 전리품이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이 부여한 자리인 만큼 국민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일로써, 성과로써 그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오만과 독선에 빠져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점령군 행세를 한다면 집권 세력에게 주어진 책임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무능한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역사적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권칠승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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