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아이누족과 연어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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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7  |  수정 2023-07-17 07:05  |  발행일 2023-07-17 제25면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아이누족과 연어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일본에도 원주민이 있다. 일본 홋카이도와 그 근처에 살고 있는 아이누족이 그들이다. 일본이 수백 년 동안 끈질기게 이들의 땅을 빼앗고, 수렵·어업활동 등을 금지하고, 아이들은 일본학교에 취학시킨 결과 이들은 대부분 일본인으로 동화되었다. 2017년 현재 홋카이도엔 1만3천118명만 살고 있다고 조사된 바 있지만 자신이 아이누족임을 모르거나 숨기는 사람이 많다. 이들의 고유 언어는 유네스코에선 '소멸위기언어'로 지정되어 있다. 이들이 최근 뉴스에 등장한 것은 홋카이도의 강에서 자유로이 연어를 잡을 권리를 복원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메이지 시대부터 내륙에서는 보호 명목으로 연어잡이를 금지해 왔다.

이들이 연어잡이에 매달리는 이유는 연어가 '신이 그들에게 내린 먹거리'일 뿐만 아니라 정신문화의 중요한 부분이어서 그들의 정체성 되찾기에 그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방정부는 그들이 의식용으로 일이백 마리 잡는 것은 허용하지만 중앙정부는 연어 포획금지는 홋카이도 전 주민에게 해당하며 의식용 이상의 포획은 위법이라 했다. 그러나 아이누 대변인은 일본의 제반 조치가 '원주민 권리에 관한 유엔 선언'에 위배된다고 지적한다. 아이누족으로 유일하게 일본 국회의원을 지낸 가야노 시게루는 '원주민 권리에 관한 한 일본은 매우 후진국'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소송제기는 4년 전에 국회에서 아이누족을 원주민으로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되었고, 2020년엔 삿포로 근처에 국립아이누박물관을 개관하여 아이누족의 민속춤, 목공예, 궁도, 자수 등을 보여 왔고, 올해 정부가 아이누족을 위한 예산으로 4천만달러를 책정한 것 등에 고무되었으리라.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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