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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록 (대구대 초빙교수) |
최근 애플이 종가 기준 꿈의 시총 3조달러를 넘어 화제다. 애플이 성공할 수 있는 가장 큰 경쟁력은 'Think Different'를 슬로건으로 'Why'에 기반한 조직이라는 점이다. 1984년 매킨토시를 론칭할 때부터 애플은 기존 마이크로 소프트의 CUI에 질문을 던지며 GUI(Graphic User Interface) 기반의 퍼스널 컴퓨터 매킨토시를 론칭했고, 2007년 피처 폰 중심 시장에 앱으로 운영되는 스마트 폰을, 올해 공간 컴퓨팅 개념의 '비전 프로'를 론칭하며 끊임없이 다른 것에 대해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즉 애플은 무엇을 만드는지, 어떻게 만드는지로 설명하기 어려운 회사이다. 'Think Different'라는 '왜 이 일을 하는지'의 질문만이 애플을 설명할 수 있다.
애플의 뒤를 잇는 미국의 빅테크는 마이크로 소프트이다. 시총 기준 2조5천억달러를 넘어섰다. 원래 MS는 전형적인 What에 기반해 무엇을 하는지로 설명되는 회사였다. 처음 빌게이츠는 "온 세상 책상 위에 컴퓨터를 놓는 것"을 미션으로 하였다. 이 미션과 함께 1980~90년대 MS는 최고의 빅테크 회사로 성장한다. 그러나 2000년 빌 게이츠의 퇴진과 함께 오랜 기간 부진에 빠진다. 혹자는 그 이유를 온 세상 책상에 컴퓨터를 다 놓고 나니 더 이상 동기 부여가 안 되고, 조직 간(間) 극심한 이기주의가 회사 전체를 느린 거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런 MS가 변했다고 한다. 2014년 사티아 나델라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세상 모든 조직들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미션으로 삼았다. 이에 기반해 공감하고 서로 돕는 조직 문화를 만들었다. 그 결과 MS는 누구보다 먼저 생성형 AI 챗GPT를 만든 오픈 AI와의 협업에 나서고, 검색엔진 빙, MS 365 등에 챗GPT를 접목하면서 생성형 AI 시장을 선점하게 된다. MS 성장의 핵심 요인에 What에서 Why로 조직 미션의 변화가 있었다고 하면 지나친 얘기일까.
또 하나 미국 빅테크 기업은 최근 13일 연속 주가 상승으로 화제가 된 테슬라이다. 테슬라는 시작부터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 세계적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Why에 기반한 조직이다. 2년 전 테슬라는 전기차 배터리의 상식에 반하는 모델 Y의 상온보다 저온에서 주행거리가 더 긴 현상을 신고해 화제가 되었다. 사건의 이면에는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에서 발생한 열을 활용해 난방 효율을 높여 저온 주행거리를 개선하는 효과의 '옥토밸브'가 역할을 했을 거라는 추측이 있다. 이 사건은 OTA(over The Air)로 업그레이드되는 테슬라가 지향하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소프트웨어가 지배하는 자동차)의 사례로 언급된다. SDV는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의 하드웨어 기능을 포함한 거의 모든 기능을 향상하는 진정한 모빌리티 혁명의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테슬라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라는 관점에서 전기차 하드웨어에서 SDV로 끊임없이 Why의 질문을 던지며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 MS, 테슬라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금리 인상 등 외부 환경 변화에 상관없이 지속 성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끊임없이 존재의 목적을 질문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 시장 선도자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빠른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면, 우리 기업들도 What이나 How가 아닌 Why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기업으로 변해야 한다.
전창록 (대구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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