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오의 한국현재사] 매국노 이완용의 배후인물

  •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 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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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21  |  수정 2023-07-21 07:03  |  발행일 2023-07-21 제22면
당시에 미국공사였던 알렌

"한국은 혼자설 수 없으며

일본이 한국의 주인"이라며

한국인관료들 설득한 그를

독립유공자 추앙 맞는건가?

[주진오의 한국현재사] 매국노 이완용의 배후인물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 학과 명예교수)

아시다시피 이완용은 매국노임에 틀림없습니다. 동시에 그는 권력형 부정 축재자의 전형이었어요. 그런데 그를 그렇게 만들어 준 사람은 1897년부터 1905년까지 주한 미국공사를 지냈던 호레이스 알렌이었습니다. 그들의 인연은 1887년 초대 주미 공사관에 이완용이 파견되고, 고종의 요청으로 알렌이 합류하면서 시작되었지요.

1884년 조선에 입국한 알렌은 그해 말 갑신정변으로 부상을 당한 민영익을 치료하여 고종에게 신임을 얻었고, 조선정부의 예산으로 설립했던 제중원의 운영을 맡았습니다. 1889년에 조선으로 다시 돌아온 그는 곧 미국 외교관으로 변신하여 1897년에 드디어 공사로 취임했지요. 고종은 그를 '가장 깊게 신뢰하는 나와 조선의 소중한 오랜 벗'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주력한 것은 미국인들이 조선으로부터 이권을 얻는 것이었어요. 이때 그가 내세운 것은 1882년 조미수호조약에 있는 '거중조정'이었습니다. 거중조정이란 조선이 제 3국에 의해 위협을 당하면, 미국이 나서서 조정해 준다는 내용이지요. '이권을 달라, 그러면 미국이 한국을 보호하리라'고 주장했던 것입니다.

고종은 이 말을 믿고 경인철도부설권, 운산금광채굴권 등의 핵심이권을 미국인들에게 넘겼어요. 그 과정에서 알렌은 이권을 획득한 모스에게 "동양에서는 바퀴가 굴러가려면 기름칠을 해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협력자들에게 사례비를 주라는 것이지요. 그에 따라 이완용은 당시 미국 공사 연봉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았습니다.

이완용은 외부대신으로서 개항장의 개발 예정지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여 토지를 매입해 두었다가 큰 차익을 남기고 팔거나 보유했어요. 그를 고종에게 천거한 사람은 바로 알렌이었습니다. 당시 주한 프랑스 공사였던 플랑시는 이완용이 미국식 사고방식에 빠져 미국인들과만 교제한다고 비판했어요. 그러니까 이완용은 친러파가 아니라 친미파의 핵심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거중조정이란 원래 권고에 머무를 뿐, 구속력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 미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은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당사국 모두 동의할 때에만 거중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었지요. 실제로 고종이 거중조정을 요청했지만, 미국은 오히려 가장 먼저 보호조약을 인정하고 공사관을 철수시켰습니다.

알렌은 러일전쟁에서 일본의 승리를 예언했고, 자신이 반일 인사로 평가되는 것을 억울하게 생각했어요. 한국은 혼자 설 수 없으며 일본이 한국의 당연한 주인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가까운 한국인 관료들에게 설득했습니다. 이완용이 1905년 보호조약을 체결할 때, 가장 적극적으로 찬성의 태도를 보인 이유가 여기에 있었어요.

알렌은 1905년에 루스벨트 대통령과 이견이 있다는 이유로 공사에서 해임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미국의 국익을 둘러싼 견해 차이였지요. 그는 한국의 독립을 옹호했던 것이 아니라, 미국 관료들에게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심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1950년에 한국의 독립을 위해 애썼다는 이유로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습니다.

그와 가장 가까웠던 이완용은 매국노로 매도를 당하고 있어요. 그와 가장 친밀한 관계였던 미국인 스티븐스 외교고문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장인환 의사에 의해 저격당했습니다. 미국의 역사학자 해링턴은 1944년에 알렌에 대한 책을 내면서, 제목을 '하나님, 재물신 그리고 일본인'이라고 붙였습니다. 그런 알렌을 여전히 독립유공자로 추앙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요?

상명대 역사콘텐츠 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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