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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마동석이 처음 등장했을 때 오늘날과 같은 미래를 예견한 사람이 있었을까. 그가 제작하고 주연한 '범죄도시3'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영화는 극심한 침체에 빠져들었는데, 올 상반기에 손익분기점을 넘긴 유일한 작품이 바로 '범죄도시3'이다. 6월 한국 영화 총관객 중 '범죄도시3'의 관객이 92%라고 한다. 이 작품이 한국 영화 그 자체가 된 것이다.
작년에 '범죄도시2'도 천만 흥행(1천269만명)을 기록했다. 그때도 한국 영화 불황기였는데 '범죄도시' 시리즈만 우뚝 섰다. 대형 시리즈물은 할리우드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여겨졌었다. 이제 한국 영화에도 '범죄도시'라는 대흥행 프랜차이즈가 등장했다.
그 중심에 마동석이 있다. 이 작품에서 마동석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관객들은 영화의 완성도 이전에, 마동석의 핵주먹 액션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마동석은 배트맨, 아이언맨과 같은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액션 캐릭터에 등극했다. 이렇게 한 배우가 영화 전체를 대표하면서 흥행을 좌우하는 경우는 지금껏 거의 없었다. 그야말로 한국 영화의 간판 액션스타가 된 것이다.
그는 원래 권투선수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좌절됐고, 그 후 미국에서 닥치는 대로 일하는 가운데 운동 트레이너를 하다 영화계와 연을 맺었다. 배우가 된 후 척추, 가슴뼈, 발목 등이 부러지기도 했고 지금도 뼈와 관절 등이 정상이 아니다. 근육의 힘으로 버틴다고 한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그가 연골을 갈아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현재 무릎 연골이 거의 없고 아킬레스건도 정상이 아니다.
그런 몸으로 액션영화에 매진하는 건 그가 영화에 미쳤기 때문이다. 원래 액션스타와 형사 장르물이 꿈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2004년에 국내 영화계에 데뷔한 후 그에게 돌아온 건 행인6, 깡패5 같은 단역뿐이었다. 외모 탓에 그에게서 진지한 배우의 미래를 예견한 사람이 없었고, 제작자로 성공할 거라는 예측도 없었다. 경찰 역할도 시켜주지 않았다.
오랜 무명생활 끝에 거칠면서도 은근히 코믹한 연기로 존재감을 키워 갔고 어느새 한국영화계에서 사랑받는 배우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제작에 뛰어들어 염원하던 경찰 액션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를 탄생시킨 것이다. 아무도 경찰 역할을 시켜주지 않자 직접 경찰들과 대화하며 기획안을 만들었다.
제작자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것만도 벅찬데 주연 배우까지 병행했다. 1탄 촬영, 2탄 대본작업, 3탄 기획을 동시에 하는 식이었다. 촬영이 없을 때는 하루 12시간씩 스태프들과 회의하며 영화내용을 완성해갔다고 한다. 그런 속에서 악당은 참교육의 주먹으로 제압하지만, 시민 앞에선 약한 한국형 서민 히어로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마동석과 관련돼 기획 중이거나 제작 중인 작품이 80여 편에 달한다. 영화에 미치지 않고선 이런 스케줄을 소화할 수 없다. 할리우드 영화들의 제작과 주연도 확정돼서 앞으로 더 바쁜 나날을 보낼 예정이다. 이 와중에 '범죄도시'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4탄은 후반작업, 5탄은 대본작업 중이며 8탄 기획까지 나와 있다.
이런 열정에 더해 영화감각도 탁월하다. 시리즈 영화를 3편 연속 성공시킨 건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보기 드문 감각과 리더십을 갖췄다. 단역배우에서 시작해 스스로의 노력으로 한국 영화의 중심이 된 액션스타. 이제 본격적으로 마동석 시대가 열렸다. 외모 때문에 일찍 기회를 받지 못했던 그를 보면 외모 선입견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 수 있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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