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2차전지 이후를 준비하자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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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09 06:58  |  수정 2023-08-09 06:59  |  발행일 2023-08-09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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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동부지역본부장

지금 포항은 50년 전 바다를 메워 기적처럼 포항제철소를 세운 이후 가장 큰 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 영일만 산업단지와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일대 1천144만㎡가 2차전지 양극재 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된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양극재 밸류체인을 완성한 에코프로와 양·음극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은 2027년까지 이곳에 14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동학개미들에겐 100만원을 웃도는 '황제주'로만 관심을 끌겠지만, 현장에서 실감하는 에코프로를 비롯한 2차전지 관련 기업의 성장세는 주가 못잖게 무섭다.

국내 2차전지 양극재 생산 1위 기업인 에코프로는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 축구장 45개와 맞먹는 33만㎡ 규모의 '에코 배터리 포항캠퍼스'를 운영 중이다. 이곳엔 에코프로가 자랑하는 2차전지 생태계 '클로즈드 루프 에코시스'가 자리 잡고 있다.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모든 공정을 집적한 클로즈드 루프 에코시스에선 연간 15만t의 양극재가 생산된다. 에코프로BM,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에코프로CnG, 에코프로AP 등이 확장해 입주할 16만5천㎡의 공장 터도 새로 닦는 중이다.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공장과 GS건설의 2차전지 기업 에너지머티리얼즈가 들어갈 24만㎡ 부지의 공사도 한창이다. 그 뒤로는 포스코와 중국 CNGR의 합작그룹이 1조5천억원을 들여 2026년 양산을 목표로 41만2천㎡ 규모의 황산니켈공장과 전구체 공장을 짓고 있다. 100만원대 주가를 아무도 예상 못 했듯, 포항 영일만 산단과 블루밸리 산단의 이 같은 상전벽해(桑田碧海) 역시 누구도 꿈꾸지 못한 것이다.

2차전지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제 2차전지와 관련된 재활용 시장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환경 오염, 천연자원 절약, 온실가스 감축, 국가 간 에너지 수급 문제 등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EU가 최근 핵심 원자재의 배터리 재활용 의무 비율을 높인 'EU 배터리법'을 내놓으면서 폐배터리 재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폐배터리에는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주요 원자재가 포함돼 있어 재활용하면 배터리 생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도 폐배터리 재활용은 필수적이다. 배터리 재활용은 탈(脫)중국 공급망 흐름과 환경 규제 강화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주목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곳에서 채굴 또는 가공한 배터리 핵심광물을 일정한 비율 이상 사용해야 세제 혜택을 준다. 이 비율은 올해 40%에서 매년 10%포인트씩 늘어 2027년 80%로 확대된다.

배터리 친환경성 강화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면서 폐배터리 재활용은 K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를 위해선 폐배터리 관련 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연관된 연구개발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규제 개선, 제도 정비 및 지원 확대, 기반 확충도 시급하다.

하지만 현실은 기술 발전 속도를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개혁은 구호일 뿐, 변화는 느리고 규제는 널렸다. 새로운 세계에서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다고 했다. 2차전지로 잡은 천금 같은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이은경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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