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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진기자〈사회부〉 |
한국의 치안력은 전 세계 수준이다. 해외에선 흔한 소매치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3면은 바다에, 위쪽은 핵(核)이 있다. CCTV는 수천만 개에 달한다. 또 경찰과 군도 곳곳에 배치돼 있다. 빼어난 시민의식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 '완전범죄'는 꿈에 불과하다. 덕분에 우리는 안전하게 생활하고 있다.
그랬는데. 최근엔 한국 사회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기에는 가볍지 않다. 걸핏하면 '흉기를 들겠다'고 한다. '테러 예고'도 서슴지 않는다. 통학로에서 흉기를 들고 배회하다 검거된 이도 있다. 술도, 마약에 취한 것도 아니라는데.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됐나 싶다.
시작은 범죄로 점철돼 온 인생을 산 어느 패배자의 시기·질투 때문이었다.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정신질환자도 기름을 부었다. 이들을 모방하는 어리석은 이들도 계속 생겼다. 그저 익명성에 기댄 채, 저지르는 배설이었다. 악플러도 이러지는 않았다.
전국 공항에 '폭탄테러를 벌이겠다'던 이는 추적을 피하려고 IP를 우회했다. 원래 '정통파 테러리스트'들은 본인들 존재를 꼭 밝혀왔지 않던가. 떳떳하지 못하면, 시작해선 안 된다.
동대구역 광장에서 흉기를 꺼내다 붙잡힌 이는 조사 과정에서 '누군가를 죽이러 갔다'고 했다. 범행 전에는 지역 내 다른 다중밀집시설도 찾았다고 한다. 목적은 같았다. 그 망상은 검거 직전뿐 아니라, 그전에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최악의 상황은 생기지 않아 다행이다. 그래도 망상과 허언이 배출한 폐기물이 너무 많다.
시민의 불안감은 계속 커졌다. 모두가 모두를 못 믿고 있다. 꼭 필요할 때 쓰일 경찰력 낭비도 심각하다. 경찰 존재 이유가 범죄 예방이라지만, 솔직히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있나 싶기도 하다.
언제까지 경찰의 특별치안 활동에만 기댈 수는 없다. 아픈 정신과 마음을 치료해 줄 시스템이 필요하다. '양치기 소년'에게는 일벌백계도 중요하다.
정부·지자체는 치료를 중단한 정신질환자를 속히 발굴하자. 소외된 이들을 품을 안전망 구축도 시급하다. 사법부는 강력한 처벌을 통해 범죄를 꿈꿀 수 없게 해야 한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지난 3년간 뼈저리게 느껴왔다. 별것도 아닌 것 때문에 거의 다 찾은 걸 다시 위협받을 수는 없다. 더운 날씨에 수고한 이들 덕에 일상으로 돌아갈 '초대장'은 제법 완성됐다. 이제 그 초대장을 발송하는 건 정부·지자체, 사법부 몫이다.
양승진기자〈사회부〉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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