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바다의 로망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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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13 06:57  |  수정 2023-09-13 08:42  |  발행일 2023-09-13 제26면
내륙도시 고정 관념 벗고
TK신공항 영일만 신항 등
공항·항만 '투 포트' 통해
지척의 동해를 발판으로
대구 발전 전략 구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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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동부지역본부장

경제부에서 산업 분야를 취재하던 때였다. 마이스(MICE) 산업의 높은 수익성과 경제 효과가 주목받으면서 이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 컨벤션 시설과 전시장이 잇달아 문을 열고 지자체 차원의 유치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즈음이다. 대구 엑스코가 개관했고 전 직원이 컨벤션과 전시, 국제회의 대구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당시 유치 경쟁에 나섰던 담당자가 했던 말이 기억에 오래 남아 있다. "온갖 혜택을 준다고 해도 소용없습니다. 바다가 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모든 표가 부산으로 몰립니다. 부산처럼 바다를 바로 끼고 있는 도시는 위치상으로 대단한 경쟁력이 있습니다. 유치전에서 우리는 부산에 거의 백전백패입니다." 나라고 해도 당연히 부산이겠다, 그렇게 수긍했다.

기업 유치 차원에서나 삶의 질 차원에서 자연환경과 관광자원이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부산의 관광도시로서 가장 큰 장점은 해양도시라는 점이다. 부산의 브랜드 평판지수가 서울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올해 영국 세계 살기 좋은 도시 보고서에 아시아 6위 도시로 이름을 올린 것도 '바다'의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대구로서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생각을 좀 바꿔보면 어떨까. 대구가 해양도시라면?

'포항살이' 6개월을 지나면서 가장 놀란 점은 대구와 포항이 너무 가깝다는 사실이다. 열차로 35분, 버스로 1시간. 대구 수성구 시지에서 달서구 성서까지 가는 것보다 짧은 시간이다. 한국인 평균 출퇴근 시간이 58분이고, 매일 356만명은 집을 나선 지 1시간 넘어 회사에 도착한다. 대구에 바다가 없어서 번번이 부산에 진다며 분루를 삼키던 그때 마이스산업 담당자에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도 바다를 가지고 있다고.

대구의 어느 쪽도 바다와 맞닿아 있지 않지만, 대구는 사실상 해양도시다. 대구에서 포항 동해안까지는 불과 80㎞ 거리다. 지척에 동해가 있다. 대구경북의 동해 해안선은 567.7㎞로 강원도 438.2㎞보다 더 길고, 어업인구도 훨씬 더 많다. 해녀도 제주도 다음으로 많다. 귀신고래와 독도 강치가 뛰놀던 바다를 안고 있는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국가무역항으로 지정된 포항 영일만항도 품고 있다. 영일만과 블루밸리 산단에는 2차전지 기업이 자고 나면 쑥쑥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구 240만명의 메트로폴리탄 대구를 강력한 배후도시로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니 포항으로서도 득이 되는 일이다.

공항과 항만이라는 '투 포트(Two-Port)'는 대구라는 내륙도시를 점점 더 바다와 가까워지게 만들고 있다. 포항 영일만항이 국제 크루즈터미널 항로 취항과 기능 확장으로 넓은 바닷길을 열어주고,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중남부권 중추 공항으로 하늘길을 열어줄 것이다. 여기에 울릉공항과 영일만대교의 건설은 해양 도시 대구를 구현하는 또 다른 인프라가 될 것이다.

'대구는 분지'라는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지역 정체성을 구축해야 할 때다. 내륙도시이기 때문에 더욱더 접근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전략적으로 구상해야 한다. 국가 브랜드를 떼고 세계의 도시와 경쟁하는 지금, 대구는 무엇으로 세계인을 붙잡을 것인가. 기술이 발전할수록 국가 간 경쟁보다 도시 간 경쟁이 심화한다. 중앙정부 운영이 아니라 지자체 발전 전략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도시가 강해야 국가가 강해질 수 있다. 이은경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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