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우리 아파트 새 옷 입히기

  • 김소희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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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20 08:15  |  수정 2023-09-20 08:16  |  발행일 2023-09-20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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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아파트 현관 게시판에 재밌는 공지가 한눈에 띈다. 우리 아파트 같긴 한데 어색한 입면에 칠해진 색을 보고 맘에 드는 디자인에 스티커를 붙이라고. 아파트에 재도장을 하려는가 보다. 어디에 붙일까 다 맘에 안 든다. 그냥 촌스러운 그림 같다. 무엇을 보고 어느 것을 찍어야 할지 몰라 그냥 안 찍었다.

아파트는 큰 덩어리의 길쭉한 형태이고 그 모습 때문에 모든 곳에서 쉽게 눈에 띈다. 요즘 도심 속 곳곳에서 이런 아파트가 노후화되어 새 옷을 입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아이덴티티를 부여할 수 있는, 주변 환경과 잘 조화되는 그런 옷이면 좋겠다. 몸이 마르고 키가 큰 사람은 어떤 옷을 입으면 안정적으로 보일까? 가로 줄무늬와 세로 줄무늬, 아래 위로 같게 다르게 혹은 진하게 연하게 어떻게 입을까 고민하게 된다. 우리 아파트에 맞춤형 새 옷을 입혀보자.

색은 형태에 비해 경제적이며, 크게 노력하지 않고도 도시에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환경 속에서 색은 형태보다 먼저 우리의 눈에 지각된다. 그래서 자칫 잘못 사용하면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색은 그 사용 면적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데, 아파트처럼 큰 면적은 선택한 색보다 훨씬 더 진해진다. 또 자연의 색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듯, 멀리서 가까이서 색이 변한다. 이처럼 아파트 외벽의 색을 바꿀 때는 더 고민하고 잘 사용해야 한다. 우선 자연과 같이 배경이 될 수 있는 밝은색을 입면에 칠해 보는 것이다.

근교에 나갔다가 고속도로 멀리 빽빽한 아파트가 보이면 내가 이제 집으로 돌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파트는 어느새 도시 문화의 상징물이 되었다. 아파트가 도시 공간에서 익숙하게 강조되면서 도시의 환경은 점점 열악해지고 사람이 아닌 아파트가 주인이 되어버렸다. 아파트 외벽의 색이 주변과 강한 경계를 만들면서 자연과 커뮤니케이션할 기회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파트는 자극적이기보다 살아가는 사람의 배경이 되어야 한다. 자연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도시 환경이 절실하다.

'나무와 대화한다(수화·樹話)'는 의미의 아호를 가진 김환기는 그의 점점화를 통해 공간의 세계를 드러낸다. 점과 점 사이의 공간이 의미 있는 이야기를 담도록 여백을 남겨 두었다.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때로는 더 편안하다. 도시와 자연이 맞닿은 부분은 자연이 주인이 되도록 편안한 배경으로 비워두면 좋겠다. 김소희<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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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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