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영남일보 책읽기상] 대학·일반부 최우수상 이정윤 "철학 쏟아내는 과정 쾌감·괴로움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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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16 07:57  |  수정 2023-11-16 08:02  |  발행일 2023-11-16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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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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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을 읽어내는 일은 현대 사회에서 꽤 버거운 일이다. 급속도로 매체가 발달함에 따라 신선하고 참신한 콘텐츠들은 빠르게 생산되고 있고 신세대는 문자 언어를 '읽는' 연습에서 멀어지고 있다. '읽기' 영역은 국어 교육의 6대 영역 중 하나로 선정된 이래 지식을 이해하고 습득하고 개인을 성장시키는 기능을 도맡아왔다. 그리고 문자 언어의 집합체인 '책'은 그 역할을 중심으로 수행하는 단일 양식 텍스트였다. 책에서 벗어난 '읽기'는 가능할까? 나는 책 읽기를 근본적인 읽기 방식이라고 생각해왔고 책에서 벗어난 읽기는 우리의 통합적 사고를 기르는 것에 있어 미약한 방식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독서감상문을 쓰는 과정은 그런 내게 '책을 읽는' 것만이 주는 특혜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내가 이번 독서에서 계속 시도하였던 것은 '대화'이다. 대화는 의미를 교섭해 나가는 과정이자 나와 책을 생각의 세포 단위에서 연결하는 은밀한 수단이다. 나는 책에게 '대화'를 시도하였고 그에 맞추어 나의 생각을 조정했다. 독서는 단순 지식 습득의 과정을 넘어서는 사회적 활동이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책이 건네는 말을 나의 말로 재조직하는 과정에서 나는 '소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좋은 삶을 위한 철학'을 읽고 그에 대한 글을 쓰는 과정은 카페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즐기는 것과 같은 쾌감을 주었다. 책과 오랫동안 대화한 끝에 나는 주제 의식을 나의 방식대로 풀어내며 나만의 '좋은 삶을 위한 철학'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을 진지하게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심사위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다.

'좋은 삶에 대한 철학'이 열어준 대화의 장에서 나는 많은 것을 함축적으로 풀어내려 노력했다. 짧은 삶의 체험을 내 나름의 철학으로 쏟아내는 과정은 괴로움과 쾌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나는 그것을 글을 통한 일종의 자기 정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결론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읽기' 과정이 주는 혜택은 앞서 내가 말한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다. 직접 책과의 소통 과정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내고 교섭해나갈 수 있다는 교훈을 체득한 것이다. 이 실존을 찾아가는 특수 경험은 독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혜택'과도 같다. 때문에 본 수상은 나의 '읽기 과정'에 대한 지지와 성원처럼 느껴졌다. 이런 영광스러운 순간을 누릴 수 있게 해준 대회 주최 측에게도 감사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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