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베이커리 카페·NFT 접목…문턱 낮추는 미술시장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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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4  |  수정 2023-11-24 08:22  |  발행일 2023-11-24 제5면
갤러리의 무한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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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를 접목한 갤러리 겸 베이커리 카페 '킹콩G.C'.

주택가에 문을 열거나 베이커리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생활밀착형 갤러리들이 늘고 있다. 컬렉터들의 전용공간으로 인식되던 갤러리가 동네 사랑방과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면서 새로운 문화예술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는 갤러리가 일반 시민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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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혁신도시 주택가에 문을 연 키다리갤러리.<키다리갤러리 제공>

◆주택가에 둥지를 튼 갤러리

최근 대구의 갤러리들이 도심 번화가를 벗어나 동네 주택가에 속속 자리를 잡고 있다. 중구 봉산문화거리 일원에 몰려있는 중대형 갤러리들이 여전히 미술시장의 거점이 되고 있지만, 주택가 '동네 갤러리'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특히 일반 시민이 편하게 찾을 수 있어 미술시장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2016년 경북 영천에서 시작해 지난해 1월 대구 수성구 만촌동 주택가로 자리를 옮긴 갤러리 청애가 대표적이다. 갤러리 청애 안효섭 큐레이터는 "임대료가 도심 번화가에 비해 저렴하고, 관람객들이 인스타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전시장을 찾는 경향이 대세가 되면서 지금의 장소를 선택했다"면서 "갤러리 위치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작가의 좋은 작품'을 전면에 내세웠더니 대구와 외지 고객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택가 갤러리 특성상 좁은 수장고와 주차공간 등 현실적 문제가 존재하지만, 주민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갤러리를 방문해 미술시장의 문턱을 낮추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했다.

도심 벗어나 동네·외곽 개관
위치보다 좋은 작품으로 관심
NFT 갤러리, 작가 판로 개척


실제 취재를 위해 평일 오후 늦은 시간에 찾은 갤러리 청애에는 관람객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었고, 일부는 작품에 대한 문의와 구매 의향까지 내비쳤다.

주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갤러리 청애를 찾은 만촌동 주민 A씨는 "굳이 멀리 가지 않고 동네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갤러리가 있는 동네가 되면서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고 말했다.

키다리갤러리도 2020년 8월 대구혁신도시 주택가에서 문을 열었다. 자체 전시는 물론 올해는 Kiaf(한국국제아트페어)와 Diaf(대구국제아트페어)에 참여하는 등 대구에서 주목받는 갤러리 중 하나다. 키다리갤러리 김민석 대표는 "도심 외곽 주택가에 개관했지만 대구4차순환도로 개통 등 교통이 편리해 오히려 고객들이 편안하게 느낀다. 상대적으로 갤러리 수가 적은 신도시여서 오히려 많은 관심을 받는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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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수성못 인근에 위치한 윤선갤러리와 베이커리 카페 '아트플렉스' 전경.

◆ 카페 함께 운영하는 갤러리

베이커리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갤러리도 늘고 있다. 이들 갤러리 역시 미술에 대한 일반시민의 관심도를 높이며 저변 확대에 한몫하고 있다.

2020년 대구 수성못 인근 수성스퀘어에 자리를 잡은 윤선갤러리는 베이커리 카페 '아트플렉스'를 함께 운영 중이다. 윤선갤러리 신혜영 대표는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평소 차(茶)와 예술을 좋아하고 지역 문화 저변 확대를 꿈꾸셨던 어머니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갤러리와 베이커리 카페를 함께 운영하기 시작했다. 오픈 당시부터 카페를 전면에 내세워 누구나 부담 없이 미술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최근 한 60대 관람객이 평생 미술관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좋은 작품을 보게 해줘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왔다"고도 했다.

전원속 커피 마시며 미술 감상
주말엔 관람객·카페 손님 북적
새로운 문화예술생태계 조성


윤선갤러리는 작가와 일반 시민들을 잇는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유명작가 전시 때는 카페를 강의실로 활용해 작가 초청 특강을 가져 큰 호응을 얻었다. 신 대표는 "작품 감상과 구매를 통한 예술적 욕구를 충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시회를 여는 작가가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는지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카페 공간을 활용해 앞으로 작가와 관람객이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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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 이서면에 위치한 갤러리 이서(오른쪽). 왼쪽은 갤러리 이서가 함께 운영하는 베이커리 카페 'LABESSO'다.

대구 도심에서 벗어나 경북 청도군 이서면 전원에 터를 잡은 갤러리 이서에도 미술 애호가와 일반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개관한 갤러리 이서는 전시공간과 더불어 베이커리 카페 'LABESSO'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갤러리 이서는 대구 수성구에서 30분 남짓한 거리의 전원 속에 자리한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갤러리 이서 석지영 대표는 "작품도 보고 커피도 마시기 위해 방문하는 분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방문객의 90% 이상이 대구에서 오는데 주차 문제도 없고 드라이브 삼아 청도에 왔다가 방문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고 했다.

특히 전시 기간 중 주말이 되면 갤러리 이서는 관람객들과 베이커리 카페 손님들로 북적인다. 석 대표는 "평일 하루 50명 내외였던 관람객이 전시회가 열리는 주말이면 수백 명으로 늘어난다. 카페를 찾은 고객들이 갤러리까지 방문한 덕분인 듯하다"고 말했다. 또 "카페 고객들이 갤러리에 자연스럽게 드나들면서 전시 작가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 NFT를 접목한 갤러리

최신 IT 기술을 접목한 갤러리 겸 베이커리 카페도 대구에 등장했다. 지난 8월 대구 달서구 대곡동 대구수목원 인근에서 문을 연 '킹콩 G.C'가 그 주인공이다. 대구수목원 인근 입지라는 장점 덕분에 하루 200여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다. 특히 킹콩 G.C는 NFT를 전면에 내세워 도심 미술관을 꿈꾸고 있다. NFT작품 구매 시 실물작품을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맞춤형 NFT 플랫폼 '엠투스(M2S)'와 협력해 지역 작가들의 판로를 열어주고 있다. 킹콩 G.C는 신진 작가들에는 NFT 작품 판매 및 전시 수수료도 받지 않고 있다.

킹콩 G.C 이재녕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엠투스의 제안을 받아 미술과 NFT를 접목하게 됐다. NFT 작품의 경우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지역 작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킹콩 G.C는 내실 있는 전시를 위해 도슨트 프로그램 도입도 검토 중이며 전시 참여 작가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단도 꾸릴 예정이다. 이 대표는 "공정성과 전시 수준을 높이기 위해 미술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 6명을 위촉할 계획이다. 킹콩 G.C를 신진작가의 등용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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