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 지역 의대, 늘어나는 학생 감당할 수 있나…'속도 조절론' 거론

  • 노진실,강승규,박지현
  • |
  • 입력 2024-02-07 16:38  |  수정 2024-02-07 18:59  |  발행일 2024-02-08 제6면
교육 및 의료계 일각 "대규모 증원에 인프라 부족 등 부작용 대비해야"
2024020701000229500008921
대구의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06년 이후 3천 58명으로 동결됐던 전국 의대 정원이 19년만에 5천 58명으로 증원될 예정이다. 박지현 기자 lozpjh@yeongnam.com

정부가 올해 고3 학생이 보는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천 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교육·의료계 일각에서 '속도 조절론'이 대두되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한꺼번에 많은 규모의 증원이 이뤄질 경우 의대 교육의 질 저하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4월 대학별 세부 증원 인원을 확정해 통보할 예정이다. 그동안의 정부 의료정책 기조에 따라 비수도권 국립대 의대와 정원 40명 이하의 '미니 의대'의 증원 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교육·의료계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천 명'이라는 증원 인원은 당초 교육계와 의료계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폭이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학에서 의대 정원을 요청했지만, 학교마다 의대 교육을 위한 인프라는 조금씩 차이가 난다. 이로 인해 자칫 의대 교육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의대 실험·실습 장비, 교육·연구 공간, 교수 추가 확보가 이뤄지는 것에 맞춰 증원 규모와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역의 한 의대 교수는 "개인적으로 600명 안팎의 증원을 예상했는데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의대 교육 특성상 갑자기 학생이 너무 많이 늘게 되면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라며 "의과대학 교육은 이론 강의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해부 등 실습이 필수다. 의료인력을 양성하는데 일정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재 교육 시스템에 크게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순차적으로 증원이 이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입시전문가는 "의대 정원 확대 이유에는 공감하나, 정원만 늘리면 끝이 나는 게 아니다. 증원된 의대생을 가르칠 기자재와 인력 등 인프라가 부족하면 자칫 교육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각 의과대학이 현재 수용할 수 있는 의대 교육 역량을 초과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각종 인프라에 대한 준비가 함께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병원협회,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 대한중소병원협회, 국립대학병원협회 등 7개 단체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안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병원계는 국가 미래 의료, 인구감소, 이공계열 및 기초과학 분야의 인재 이탈 등 다양한 사회적 영향의 종합적인 검토와 의료환경의 변화를 감안해 적정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단계적 의대 증원 확대에 찬성했는데, 정부가 발표한 수준은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의과대학 여건을 감안해 보더라도 의학교육의 질이 충분히 담보될 수 있는 수준인지 전문가의 의견을 더욱 경청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양질의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선 의학교육의 질이 보장돼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도 자료를 내고 "국민 건강을 수호하면서 의학 교육의 질을 저하하지 않기 위한 연구를 근거로 350∼500명 증원을 시작으로 의대 정원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정부가 입학정원의 65%를 늘리는 대규모 증원 발표를 해 당황스럽다"며 "과거 30%의 입학정원 증가에도 의과대학 교육 현장에는 큰 혼란이 있었다. 불과 수개월 내 증원에 필요한 교육자와 교육 시설이 마련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독립적이고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 논의체를 구축해 의사 인력 양성 논의를 원점에서 시작하고, 의학 교육 질을 담보하기 위한 대안을 먼저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의대 정원 증원 관련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선 대학 측과 의료계 간 미묘한 입장차이가 감지된다.

대구경북권 A대학 관계자는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전에 정부에서 기본적인 인프라에 대한 실사를 했고,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증원 신청이 이뤄졌다. 우리 대학은 교육 공간이나 교수진 확보 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추가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와 지원 논의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노진실 기자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강승규 기자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박지현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