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청년 이탈…맥박 약해진 대구산업의 심장 '성서산단'

  • 이남영,이동현,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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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21  |  수정 2024-05-21 07:58  |  발행일 2024-05-21 제3면
[혁신시대, 대구산단은 지금 .1]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전경. 지역 도심 최대 산단인 성서산단은 최근 다중 복합 위기로 인해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이윤호기자
대구 도심 최대 산단인 성서산단은 조성(1차산단 기준)된 지 올해 36년째다. 대구 GRDP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진다. 입주 업체 수, 매출액 등을 고려해도 압도적인 1위다. 하지만 성서산단은 최근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평균가동률은 계속 떨어지고 총생산액, 입주업체, 근로자 수도 하락세다. 대구 도심 최대 산단의 슬픈 자화상이다.

지역내총생산 절반 차지 성서산단
중동리스크·글로벌 침체 장기화로
가동률 70% 밑돌고 생산도 뒷걸음
"첨단·고도화가 재도약 동력 관건
대개조 확대·市 전폭적 지원 절실"

◆노후와 첨단화가 혼재된 산단

지난 2일 오후 대구 성서1차산업단지 대로엔 레미콘 트럭과 팔레트를 잔뜩 실은 대형 트럭이 쉴 새 없이 지나다녔다. 벗겨진 건물 페인트와 빛바랜 간판은 수십 년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듯했다. 성서1차산단은 1965년 공업지역 결정고시 이후 1988년 조성이 완료됐다.

한 제지공장엔 아직도 굴뚝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기계 작동 소음이 요란했다. 작업복을 입은 외국인 근로자들과 중년 여성들이 목격됐다. 지금은 이들이 청년이 빠진 자리를 근근이 메우는 대구의 산업 역군들이다.

현재 5차까지 조성된 성서산단 총면적은 1천225만7천670㎡다. 대구 달서구·달성군 10개 동에 걸쳐져 있다. 산단 내 단지들의 특징은 조금씩 다르다.

성서 2차 단지(1988~1993년)도 1차 단지와 비슷한 풍경이었다. 기계금속·차 부품·섬유 업종이 입주업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거대하지만 낡은 공장이 즐비했다.

40년 가까이 된 산단인 탓에 군데군데 오래되고 낡은 모습이었다. 특히 1·2차 산단엔 공장 밀집지대 내 이면도로와 골목 간 간격이 협소했다. 골목에서 만난 한 근로자는 "도로나 골목이 좁아 차량 운행이 힘들고 걸어 다니기도 위험하다. 주차 문제는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3차(1991~2002년)·4차(2002~2006년) 단지는 1·2차 산단과는 조금 다르다. 기계, 전기·전자 업종 종사자가 절반이 넘었다. '첨단산단'이라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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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장수현기자
양방향 6~8차로 대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공장이 밀집해 있다. 왕복 1개 차선은 트럭, 레미콘 등 주차된 차량이 빼곡했다. 공장 내부엔 지게차를 이용해 생산된 제품들을 출하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1·2차산단보다 활력이 있어 보였다.

실제 3·4차단지엔 대구의 간판 기업이자 국내 3대 2차전지용 양극재 생산기업 중 하나인 엘앤에프가 중심을 잡고 있다. 4차단지엔 본사가, 3차단지엔 연구소(R&D센터)가 포진해 있다. 엘앤에프의 나머지 공장 4곳은 대구국가산단(달성군 구지면)에 3곳, 왜관 2단지(1곳)에 각각 분산돼 있다. 성서산단 내 추가 증설은 어려울 전망이다.

차를 타고 10분 정도 이동해 도착한 성서5차단지(달성군 다사읍 세천리)는 의외로 한적했다. 유일하게 달성군에 조성돼 '세천공단'으로 불린다. 공장 지대와 넓은 공원이 어우러져 있다. 얼핏 공장 지대가 아닌 것으로 느껴질 정도다. 성서산단 중 가장 최근에 조성(2007~2012년)됐다.

실제 1~4차 단지 내 기업들이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이곳에 추가로 공장을 건립하기도 했다. 일반인에게 2011년 7월, 삼성LED와 일본 스미토모화학 합작사 'SSLM'이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직접 기공식에 참가했다. 반도체 부품업으로 출발한 이 업체는 전기차용 2차전지(배터리) 핵심소재인 '분리막' 생산기업으로 변신했다.

◆산단 개조와 인력 확보 절실

최근 대구지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성서산단은 많이 위축돼 있다. 가동률이 70%를 넘지 못하고 있다.

대구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기준 성서산단 경기 동향자료를 보면, 가동률은 68.42%에 그쳤다. 전 분기(69.42%)보다 1% 감소했다. 전년도 동분기(70.82%)와 비교하면 2.4%나 하락했다.

총생산액 감소도 눈에 띈다. 지난해 4분기 총생산액은 4조3천478억원으로 전 분기(4조4천393억 원)와 비교하면 915억원이 쪼그라들었다. 입주업체, 근로자 수도 감소세를 보였다.

공단 측은 인력난과 인건비 및 원자재가의 상승, 중국 경제 침체 장기화 여파로 당초 예상보다 소비·수출·투자가 모두 주춤해졌다고 했다. 최근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영업손실이 더 커졌다. 산단 노후화와 인력난, 주차난도 쉽게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다.

추광엽 벽진BIO텍(1차산단 입주) 대표는 "노후화된 산단을 빨리 대개조해야 한다. 대구시의 전향적 자세와 전폭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지역 청년들이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성서산단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인력 유인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공단 측도 인재채용 등 대책 마련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성태근 대구성서산단관리공단 이사장은 "지원사업 발굴과 일자리 지원사업 운영 등 산단 경쟁력 강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라며 "미래지향적으로 개조해 청년들이 앞다퉈 오고 싶어 하는 '젊은 산단'으로 탈바꿈시키겠다.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강조했다.

이남영·이동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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