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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 공공산후조리원 전경. '아이 낳기 좋은 도시' 상주시는 총공사비 91억9천500만원을 들여 지상 2층의 공공산후조리원을 2023년 12월22일 개원했다. 상주시는 상주적십자병원과 상주시 공공산후조리원을 연계해 '분만부터 산후조리까지'의 원스톱 출산 인프라를 갖추게 되었다. |
어머니의 뱃속에서 열 달을 기다려 세상에 태어나는 아이의 노력과 기대를 함민복 시인은 '성선설'이라는 짧은 시를 통해 표현했다. 시인 함민복을 탄생시킨 시이기도 하다.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어머니 뱃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함민복 '성선설')"
두 손 꼽아 기다리는 탄생의 축복. 출산을 통해 태아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세상과 만나고, 산모는 소중한 혈육과 만나게 된다. 그러나 산모의 입장에서는 마냥 임신과 출산의 감격에만 빠져 있을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어떻게 낳고,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탄생의 축복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 질문은 세계적인 이슈이자 대한민국에는 더욱더 시급한 숙제이다. 경제적·사회적으로 아이 키우기가 점점 힘들어지면서 우리 사회는 저출산의 위기로 들어서고 있다.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합계출산율'이라고 하는데, 2023년 4분기(10∼12월) 합계출산율이 사상 최초로 0.65명까지 떨어졌다. OECD 회원국 중 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진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실제 우리 국민의 마음은 어떨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성별·연령별 이상 자녀 수 분포 조사에 따르면 모든 연령 집단에서 약 70%에 가까운 사람들이 2명을 이상적인 자녀 수라고 응답했다. 실제 가임기인 20~34세에서는 1명 이상의 자녀 수를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녀를 1명~2명 정도 가지는 것이 좋다는 마음은 있지만, 현실에서는 1명도 낳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 같은 저출산 대책에 지역 전체가 발 벗고 나선 곳이 있다. '아이 낳기 좋은 도시' 상주시다. 상주시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청년 부부 주거환경 개선사업, 지역돌봄 협의체를 통한 효율적인 돌봄 서비스 제공, 공공형 키즈 놀이터 리뉴얼 사업, 상주형 24시 시간제 보육 운영 지원사업, 체감형 출산장려정책 등을 통해 저출산, 지방 소멸 문제 해결의 첫 단추를 끼웠다. 지역민들은 내 아이뿐만 아니라 옆집 아이까지 돌보는 돌봄의 주체로 나서고 있다. 올해 1월 상주시 공공산후조리원의 운영이 시작되면서부터는 아기의 활기찬 울음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간호사 6명 근무
개원 후 6개월간 산모 103명 이용
저렴한 이용료·깨끗한 시설 인기
24시간 분만 병원과 업무 협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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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 공공산후조리원에서 간호사들이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 상주, 공공산후조리원의 탄생
상주시에는 분만이 가능한 병원이 하나뿐이고, 산후조리원이 전무(無)해 다른 도시로 원정 출산이 많은 지역이었다. 이 같은 출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상주시는 2017년 행정안전부 저출산 공모사업을 신청해 사업에 선정되면서 상주적십자병원을 통한 24시간 분만 산부인과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산후조리원은 갖추어져 있지 않아 타 지역으로의 원정 출산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이에 상주시는 2019년 공공산후조리원 도비 지원 사업에 응모하여 선정되면서 '아이 낳기 좋은 도시'로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총공사비 91억9천500만원을 들여 부지면적 6천518㎡, 연면적 1천997.63㎡, 지상 2층의 상주시 공공산후조리원을 2023년 12월22일 개원했다. 1층에는 가족쉼터와 카페테리아 및 사무실 등이 위치했고, 2층에는 총 13실의 모자실과 신생아실, 간호사실, 사전 관찰실, 수유실, 황토방, 프로그램실 등이 마련되었다. 상주시보건소 관리로 위탁 운영되며 현재 산부인과 전문의인 손성락 원장과 간호사 6명, 간호조무사 5명의 돌봄 인력과 식단·행정·시설 관리 등을 지원하는 지원 인력 7명이 산모와 신생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상주시는 상주적십자병원과 상주시 공공산후조리원을 연계해 '분만부터 산후조리까지'의 원스톱 출산 인프라도 갖추게 되었다. 실제로 상주시 공공산후조리원이 운영에 들어간 뒤 한 달에 3건 정도였던 상주적십자병원의 분만 수가 6건이나 늘었다. 상주시 공공산후조리원 개원 후 현재까지 6개월 동안의 이용자만 해도 103명에 이른다. 전체 이용자 103명 중에서 상주시민이 68%(70명), 경북도민이 32%(33명)였다. 신청 경쟁률 또한 높았다. 그야말로 5분 컷, 순식간에 최대 수용인원인 13실 모두 만실이 되었다. 아이돌 콘서트 티켓 예매를 방불케 할 만큼 산모들의 관심이 높았다. 상주시 공공산후조리원의 이같은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이용료가 저렴하다는 것이다. 2주간 이용료 180만원에서 상주시민은 30%, 경북도민은 10%, 취약계층은 50%를 감면해 준다. 두 번째로는 시설이 깨끗하고 넓다는 것. 처음 상주시 공공산후조리원이 연원동 일대에 지어진다고 했을 때 시내 중심이 아니라는 걱정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건물이 지어진 뒤에는 더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친환경적이며 조용해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만족도를 높인 또 하나의 이유는 산모와 신생아의 안정과 빠른 회복을 돕는 최상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손성락 원장이 직접 산모들의 건강을 꼼꼼히 체크한다. 손성락 상주시 공공산후조리원 원장은 "운영 초창기이지만 전문성을 가진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가 산모와 신생아를 최선을 다해 돌보고 있고, 시설 면에서도 깨끗하고 현대화되어 있다. 저희가 최고의 시설로 관리를 할 테니 아이 많이 낳으시고 상주 시민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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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 공공산후조리원 모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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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 공공산후조리원 라운지. |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 구축에 안전·편의·전문성까지 갖춰
공공산후조리원이 운영 초기부터 좋은 평가를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수가 많지 않다 보니 선행 사례가 적어 운영 초기에 혼란을 겪는 공공산후조리원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상주시 공공산후조리원의 운영진들은 이 같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했다고 한다. 올해 1월 운영을 목표로 2023년 11월 중순부터 산모와 신생아 관리를 위한 트레이닝 및 실전 운영 연습에 돌입했다. 다른 공공산후조리원에 파견을 다니면서 시스템 확인도 마쳤다. 첫 달부터 모든 산모를 받았지만, 문제없이 시스템이 돌아갔다.
책임간호사인 김윤희 간호 부장은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 상태뿐만 아니라 산모들이 먹는 식사부터, 청소 상태에 이르기까지 직접 확인을 해가며 산모의 불편을 최소화했다고 한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밥까지 맛있다고 소문이 났다. 김윤희 간호 부장에게 기억에 남는 산모에 대해 물었다. "현직 경찰관이셨는데 아이가 황달이 있었어요. 바로 상주적십자병원으로 연계했는데, 심장에 문제가 있어서 대구에 있는 대학병원까지 연계해서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산모가 나갈 때 너무 감사하다고 우리에게 일일이 편지를 다 써서 주셨어요. 편지는 신생아실에 붙어 있어요."
빠른 의료전달 체계가 한 몫을 한 것인데, 상주적십자병원과 상주시 공공산후조리원은 공공보건의료(산모·신생아 분야)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더욱 원활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안전, 편의, 전문성의 맞춤 삼박자에 최근 전라도나 경기도, 가깝게는 예천과 영주 등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 상주시 공공산후조리원을 찾고 있다고 한다.
상주시보건소 출산지원팀 박세진 주무관은 "상주시 공공산후조리원은 상주시가 만들어가고 있는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출산 후에 우울증을 겪는 산모들이 많은데 '상주시 공공산후조리원'과 '상주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연계해 산모의 우울증 관리도 체계화하여 심리적 지원까지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했다. 또 "상주시는 출산 지원금도 다른 지자체에 비해 높은 편이고, 난임 지원, 신생아 지원, 영유아 지원 등 많은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상주시의 출산장려정책을 강조했다. 행복한 출산과 건강한 육아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상주. 아이의 탄생과 돌봄을 위해 지역 전체가 나서는 상주의 사례를 통해 '아이 낳고, 키우는 기쁨'을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시대가 열리길 기대해 본다.
글=박성미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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