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아빠찬스' '가족회사'…선관위를 이대로 두나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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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20  |  수정 2025-03-20 09:29  |  발행일 2025-03-20 제23면

[영남타워] 아빠찬스 가족회사…선관위를 이대로 두나
진식 정치에디터

'아빠찬스' '가족회사' '세자', 모두 선거관리위원회와 연관된 단어들이다. 선관위가 채용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감사원이 최근 공개한 선관위의 채용 비리 실태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선관위가 지난 10년간 진행한 291차례의 경력직 채용에서 규정 위반이 878건에 달했다. 채용 공고도 없이 직원의 자녀를 내정하거나 내부 인사로만 면접 위원을 구성해 동료 직원 자녀의 면접 점수를 후하게 줬다고 한다. 이런 수법으로 선관위 장·차관급 고위직 자녀들은 좋은 일자리를 꿰찼다. 명백한 '아빠찬스'다. 이들과 함께 시험을 본 일반 응시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선관위 내부에선 "우린 가족회사" "친인척 채용은 전통"이란 말이 공공연한 비밀로 통했다고도 한다. 말문이 막힌다.

아빠찬스를 통해 군청 선관위에서 광역시 선관위로 이동한 사무총장의 아들은 반년 만에 8급에서 7급으로 승진했다. 일반 공직사회에선 상상도 못할 초고속 승진이다.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더구나 이 아들은 선관위 내에서 세자로 불렸다는 말도 나온다. 기가 찰 노릇이다. 검찰은 지난해 말 이 세자의 아버지인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채용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죄에 상응하는 지엄한 판결을 내려야 마땅하다.

시·도선관위의 모 과장은 8년간 근무하면서 2년 3개월(817일)을 해외에서 체류했다고 한다. 선관위 직원이 다른 나라에서 근무할 일이 어디 있는가. 그것도 183일은 무단결근이나 허위 병가였는데, 모두 정상 근무로 처리돼 세금 3천800만원까지 챙겼다.

선관위의 부조리는 까도 까도 계속 나온다. 이번엔 '선거 전 휴직·선거 후 복직'이 도마위에 올랐다. 대통령 선거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겹쳤던 2022년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선관위 직원 204명이 휴직 상태였다. 이후 선거가 끝난 이듬해 2월에는 휴직자가 159명으로 줄었다. 올해도 지난달 기준 133명이 휴직 중인데, 3분의 1인 51명(육아휴직 33명 포함)이 1~2월에 신청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가시화된 시점에 휴직 신청이 집중된 셈이다. 선관위 직원들이 '5월 대선설'에 떠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살 수밖에 없다. 큰 선거가 다가오면 휴직자가 급증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선관위 본연의 업무가 선거 관리인데, 정작 선거철에 휴직을 낸다면 도대체 언제 일을 한단 말인가. 국민은 납득하기 어렵다.

급기야 중앙선관위는 이달 초 시·도 선관위에 '휴직 자제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 선관위가 전 직원을 상대로 휴직 자제를 당부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선관위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선관위를 감사원 감사에서 배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면 선관위는 누가 견제하나. 선관위가 지금처럼 감시 사각 지대에서 가족 회사처럼 운영하며 부패를 일삼아도 괜찮다는 것인가.

국민의힘도 세자의 아버지로 인식된 중앙선관위 전 사무총장이 지난해 치러진 인천 강화군수 재보궐선거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 참여한 배경을 낱낱이 설명해야 한다. 당시 이 사무총장이 세컨드폰과 통화한 사람 중에 국민의힘 인사가 있는지, 있다면 무슨 내용이 오고갔는지 국민은 궁금해 하고 있다.
진식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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