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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오랜 시간 성장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20세기 경제학자들은 GDP(국내총생산)나 국민생산을 진보의 척도로 여겼다. 하지만 이는 부의 극단적인 불평등, 환경 파괴라는 심각한 문제를 낳았다. 무한 성장만 추구하는 경제 시스템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얼마나 성장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그 혜택을 누리는지, 그 과정이 정의로운지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21세기 경제학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무엇을 위한 경제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을 던지는 이론 중 하나가 '도넛 경제학'이다. 인간과 생태를 위한 균형 발전을 지향한다. 최근 여러 도시와 공동체에서 이를 기반으로 한 움직임을 실천하고 있다.
"경제학에서 가장 강력한 도구는 돈도 아니고 수학도 아니다. 연필이다. 연필 하나면 세상을 그릴 수 있으니까." '도넛 경제학' 이론을 창안한 영국의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는 먼저 '도넛' 하나를 그려보라고 말한다. 기존 경제학의 핵심에는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는 전제가 자리한다. 자기 이익에 몰두하고, 계산적이고, 지배자로서 자연에 군림하는 존재라는 것. 하지만 실제 인간 본성은 이보다 훨씬 풍부하다. 사회적이고, 상호 의존적이며, 신봉하는 가치도 유동적이다. 우리는 펜을 들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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