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수관화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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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02  |  발행일 2025-04-02 제27면

산불은 연소 형태에 따라 지표화(地表火)와 지중화(地中火)·수간화(樹幹火)·수관화(樹冠火)로 분류된다. 지표화는 숲의 지표면에 쌓여 있는 낙엽과 키 작은 나무가 타는 가장 흔한 산불형태다. 지중화는 낙엽 밑에 있는 부식층과 나무뿌리·이탄(泥炭) 등이 타는 현상으로 물을 뿌려 지표면의 불을 다 끈 후에도 잠복해있다가 다시 살아나 피해를 키우기도 한다. 수관화는 나뭇잎과 가지가 있는 수관이 타는 불로 강한 열이 발생하고 확산 속도가 빨라 진화가 어렵다. 대개의 산불은 처음에 지표화로 시작돼 수관화와 지중화로 이행돼 진화를 어렵게 한다.

의성군에서 시작, 이웃 시·군으로 번져 사상 최대의 피해를 낸 경북 산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수관화의 무서움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의 숲은 소나무 밀도가 높아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소나무잎은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발화가 되며 수지(樹脂)가 많아 불이 붙으면 많은 열을 내고 불꽃이 크게 인다. 소나무 생엽(生葉)은 440℃ 정도로 가열하면 불꽃을 내며 타는데 이는 일본잎갈나무(650℃)나 가죽나무(620℃) 등에 비해 훨씬 낮은 온도에서도 발염 현상을 보이는 셈이다.

경북은 산림 면적 중 소나무숲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5%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대기가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부는 봄철에는 수관화 현상이 일어나 이번과 같은 대형 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조건이다. 산불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삼림 수목의 밀도를 낮추고 상록활엽수와 일본잎갈나무·가문비나무·전나무를 비롯, 불에 강한 나무 숲을 조성하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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