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일반·요양병상 현황.<보건복지부 제공>
공급 제한 되는 대구지역 일반·요양병상 현황.<보건복지부 제공>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메디컬 빌딩 1층 게시판에는 '신규 전문의 초빙'과 '최신 장비 도입'을 알리는 안내문이 빼곡하다. 이 곳에서 10년째 약국을 운영 중인 김 모 씨(54)는 최근의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전한다. 그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윗 층에 병원이 들어오거나 입원실을 늘린다는 공사 소리가 끊이지 않았는데, 요즘은 신규 개원 상담 자체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이는 대구 전역이 '병상 공급 과잉' 지역으로 확정되며 다음 달(5월)부터 일반·요양병원의 신·증설이 전면 차단되는 예고된 변화의 단면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대구의 의료 공급 체계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강력한 억제책이다. 보건복지부의 '제3기 병상수급관리계획'에 따라 대구는 동북권(중·동·북·수성구, 군위)과 서남권(서·남·달서구, 달성) 모두 '공급제한' 지역으로 묶였다. 이에 따라 대구의 일반병상은 1만 9,770개, 요양병상은 1만 3,429개로 상한선이 고정된다. 사실상 2023년 7월 기준 병상 수에서 단 한 개도 늘릴 수 없는 '병상 총량제'가 현실화된 셈이다.
수치로 본 대구의 병상 과잉 상태는 실제 지표로도 증명된다. 복지부 분석에 따르면 2027년말 기준 대구 동북권의 일반병상 공급량은 1만 172개에 달할 전망이지만, 실제 수요는 최대 7천875개에 그친다. 서남권 역시 공급(1만 9개)이 수요(7천137개)를 3,000병상 가까이 초과한다. 대구 전체적으로 약 6,000개 이상의 일반병상이 지역 인구와 환자 유입 수준을 넘어선 '과잉 자원'으로 분류된 셈이다.
이러한 정책은 의료 자원의 질적 전환을 압박하려는 포석이다. 병상이 많을수록 불필요한 입원이 늘어나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달서구 감삼동에서 만난 직장인 이 모 씨(42)는 "가벼운 통증에도 입원을 권유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병상이 많아진다고 해서 정작 필요한 응급 상황에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남는 병상 자원을 응급·중환자·분만 등 필수 의료 분야로 재배치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의료나 필수 의료 분야는 탄력적으로 예외를 인정한다. 매년 이행 상황을 점검받게 될 대구 의료계는 이제 '규모의 경쟁'이 아닌 '전문성 강화'라는 생존 과제를 안게 됐다. 복지부는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불필요한 병상은 점진적으로 감축하되, 지역별 의료 실태를 반영한 첫 병상 가이드라인을 통해 수도권 쏠림 완화와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를 이끌어낼 방침이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역의 의료 실태를 반영한 첫 병상 목표 설정인 만큼, 수도권 쏠림 완화와 지역 의료 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달 부터 시작될 대구의 '병상 동결'은 지역 의료 시장이 양적 팽창을 멈추고 질적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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