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고 근절’ 명분에 교실 흔들… 교사·행정직 “탁상지침 철회”

  •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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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31 21:37  |  발행일 2025-07-31

"교육은 뒷전"… 교사 96% "행정폭탄 맞았다"

경북교육청 "에듀파인 기능 유보… 지속 개선"

경북교육청 전경. 영남일보DB

경북교육청 전경. 영남일보DB

경북교육청이 최근 내놓은 '회계사고 근절 종합대책'이 교육 현장에서 정면 반발에 부딪혔다.


교사노조와 공무원노조가 동시에 철회를 요구하는 등 교육행정 전반의 신뢰 위기로 번지고 있다. 수업보다 결재서류가 우선되는 현실에 교사들은 "교육보다 감시가 먼저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북교사노동조합이 최근 도내 유치원, 초·중·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5.7%가 회계지침 시행 이후 '업무 부담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현장 교사들의 반응은 격하다. "수업 준비보다 결재서류 작성이 먼저", "학생 간식 사러 가려다 포기" 등 교육활동이 위축됐다는 불만이 줄을 잇는다.


이미희 경북교사노조 위원장은 "회계 투명성은 중요하지만,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처럼 대하는 방식으로는 교육의 본질을 지킬 수 없다"며 "탁상에서 만든 규정 하나가 수업과 생활지도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논란의 핵심은 '이중 절차'다. 에듀파인 시스템이라는 실시간 예산관리 시스템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침은 모든 법인카드 결제 건에 대해 별도 '검사·검수 확인서' 작성을 의무화했다. 여기에 교감 또는 행정실장의 결재까지 요구돼, 교사들의 업무는 서류 작성과 결재 요청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교사노조 측은 "에듀파인으로도 모든 사용내역이 확인 가능한데, 종이 서류까지 요구하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중복"이라며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이자, 신뢰가 아닌 통제를 전제로 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경북교육청공무원노조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최근 행정직 공무원 1천3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3.9%가 회계지침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응답했다. 특히 1인 행정실 운영자의 70%는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회계사고는 기관의 신뢰와 직결되는 사안으로, 사전 예방 차원의 내부통제 강화는 필수"라며 "부정사용, 선결제 등 사례가 반복돼온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논란이 된 에듀파인 시스템 관련에선 "검수 기능을 지침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유보했으며,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점진적으로 기능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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