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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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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피플] 경북도 자치경찰위원회 이순동 초대 위원장 "도민 밀착형 치안 서비스로 '경북형 자치경찰' 되도록 최선 다할 것"
이달부터 자치경찰제가 전국에서 전면 시행됐다. 경찰청장을 중심으로 한 단일 조직이 경찰청 소속 국가경찰, 광역시장·도지사 소속 자치경찰로 업무가 나뉘었다. 이에 따라 생활 안전·교통 등에 대한 관리는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갔다. 자치경찰제를 잘만 운용하면 지역 맞춤형·주민밀착형 치안 활동이 강화될 수 있지만, 초기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자치경찰제의 핵심인 자치경찰위원회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경북도는 자치경찰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이순동(66)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선임했다. 이 위원장은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대구지방법원·대구고등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지냈고 2010년부터는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더 안전한 경북을 만들기 위해 위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의욕을 보이는 이 위원장에게 자치경찰제에 대한 궁금증과 경북도 자치경찰위원회의 활동계획을 들어봤다.지자체가 치안 사무 공동책임 생활안전·교통관련 업무 수행 7명 위원회에 여성 3명 포함돼 다양한 목소리 정책 반영 기대 지방재정 추가로 투입 불가피 제도 안착까지 국비 지원돼야▶자치경찰제란."자치단체가 치안 사무의 공동책임자로 경찰행정과 연계해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치안 행정에 주민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주민 생활 안전, 교통과 관련한 업무를 한다. 한마디로 도민의 치안 서비스를 높이는 제도다."▶자치경찰제의 장점은."지역의 특성과 주민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치안 정책에 대한 주민의 의견 제시, 요구사항 반영이 활성화돼 치안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치안행정과 지방행정을 결합함으로써 협의·심의 단계가 짧아져 도민의 요구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치안 사각지대도 최소화할 수 있다."▶법으로 자치경찰제 도입을 국가 의무로 규정하면서 전국에서 자치경찰제가 추진됐는데."자치경찰제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계속 논의됐다. 특히 1991년 지방자치 시행 후에 자치경찰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으나 전국적 도입이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에 와서 광역자치단체 자치경찰제 도입을 국정과제로 확정했다. 자치경찰 관서 신설에 따른 초기비용 과다, 업무혼선 등을 고려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완전히 분리되는 이원화 모델에서 경찰의 사무만 떼는 일원화 모델로 도입하게 됐다."▶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하는 일은 어떻게 다른가."국가경찰은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 보호, 범죄 예방·진압 및 수사, 경비·요인경호 및 대간첩·대테러 작전 수행 등 전국 단위 경찰업무를 수행한다. 자치경찰은 생활안전·교통 등 지역 민생치안활동 업무를 주로 담당한다. 생활안전분야는 순찰, 주민참여 방범활동, 재해·재난 긴급구조지원, 아동·청소년·노인·여성·장애인 등의 보호, 가정 폭력·성폭력 예방 등의 주민 일상생활과 밀접한 일을 한다. 교통과 관련해서는 교통법규위반 지도단속, 교통안전시설 설치 관리, 교통안전교육, 통행허가, 긴급자동차 지정 신청·허가·신고 등 교통안전 및 소통에 관한 사무를 본다. 이외에 다중운집 행사 관련 혼잡교통 및 안전관리에 관한 지역경비, 가정폭력·아동학대 범죄 등에 관한 수사사무도 담당한다."▶자치경찰위원회 위원 구성을 놓고 전국적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남성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고위직 경찰 출신이 적지 않다. 경북도 자치경찰위원회의 구성은 어떤가."경북도는 치안 취약계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자치경찰에 반영할 수 있도록 자치경찰위원회 구성 초기부터 여러 방면에서 노력했다. 총 7명인 위원회는 법조계와 학계를 두루 거친 인사가 2명, 법조계·지방행정전문가·사회복지전문가·사회단체활동가·전직 경찰 출신 인사 각 1명으로 구성됐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여성위원 3명이 포함된 점도 차별화된다."▶여성위원이 많으면 어떤 효과가 기대되나."경북도 자치경찰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여성위원은 사회복지, 여성권익, 인권 분야의 전문가다. 아동·청소년·여성·노인·장애인 등 치안 취약계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맞춤형 정책 추진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자치경찰제의 장점이 많으나 시행 초기라 기대 반 우려 반이다."자치경찰제의 큰 특징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치안 정책 추진이다. 도민의 의견을 반영한 새로운 안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경찰 사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전액 국비로 충당해왔으나 자치경찰제가 도입됨에 따라 지방예산의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지방의 재정여건에 따른 치안 정책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자치경찰제가 안착할 때까지 자치경찰사무 수행에 따른 사업비는 전액 국비로 지원돼야 한다."▶자치경찰위원회의 인사권 독립 요구도 있다."현재는 자치경찰위원회가 인사권을 독립적으로 가지지 못했지만, 경북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경정 이하 자치경찰사무 담당공무원에 대해 임용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경북경찰청장 임용협의, 경찰서장 평가, 지구대장과 파출소장 보직 시 의견 제출 등의 권한도 제도적으로 보장받는다. 앞으로 실질적인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 등에 제도 개선을 지속해서 건의할 계획이다."▶경북 각 시·군에 고르고 균형 잡힌 생활 안심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현행 자치경찰제의 자치경찰위원회는 광역 단위로 설치·운영된다. 경북도자치경찰위원회는 경북도의 특성을 살린 치안 서비스는 물론 각 시·군의 특성을 고려한 치안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적재적소에 치안역량을 잘 배분하고, 치안 서비스가 균등하게 분배될 수 있도록 조정해 나갈 것이다."▶자치경찰제 시행 전부터 치안 현장과의 소통을 늘려가고 있는데."경북도 자치경찰위원회는 도민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들으려 한다. 6월21일부터 7월18일까지 경북형 치안시책 발굴을 위한 '경북 자치경찰에게 말씀해 주이소'를 진행했다. 이는 도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비대면 조사와 아동복지협회,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대한노인회 경북도연합회,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의 의견 청취 등 투트랙으로 조사했다. 일선 경찰서를 방문해 경찰공무원들과 간담회도 했다. 지구대·파출소에서는 치안현장 체험의 시간을 통해 현장의 생생하고 폭넓은 여론을 들었다." ▶경북도 자치경찰위원회의 목표는."경북도 자치경찰위원회의 지향점은 도민이다. 도민을 위한 안전하고 따뜻한 주민 밀착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경북형 자치경찰의 목표다. 도민의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듣고 치안현장을 직접 발로 뛰어 도민이 자치경찰에 바라는 바를 파악, 정책에 반영하겠다. 도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경북형 자치경찰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이순동 경북도 자치경찰위원회 초대 위원장은 "경찰자치제 시행으로 지역맞춤형·주민밀착형 치안 활동을 통해 주민 치안 서비스가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 안전한 경북을 만들기 위해 위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북도 자치경찰위원회 제공〉
[자유성] 작품이 주는 감동
학교에서 이뤄지는 미술교육의 맹점으로 천편일률적인 감상법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교과서에 실린 작품에 대한 감상을 모범답안인 것처럼 가르치는 것이다. 사실 감상에 모범답안이란 없다. 많은 이들이 레오나르도 다빈치 하면 '모나리자'를 떠올리고 이를 그의 최고작으로 여긴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모나리자가 먹여 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작품 앞에 인파가 몰린다. 과연 이 작품이 최고의 감동을 줄까. 10여 년 전 모나리자를 직접 본 소감은 '아니다'였다. 빽빽이 둘러싸인 사람들의 머리 위로 어렴풋하게 보이는 그림은 감동을 줄 시간마저 허락지 않았다. 사실 모나리자는 1910년대 일어난 도난사건으로 유명해졌다. 그전까지만 해도 명작은 맞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피카소 연루설까지 나돈 이 사건을 겪으면서 박물관 최고의 화제작이 됐다. 화제작이 곧 최고작은 아니다. 이보단 자신에게 큰 감동을 주는 것이 최고작이 아닐까.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차계남 전시(9월26일까지)는 작품이 주는 감동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기회를 준다. 한지를 손으로 하나하나 꼬아 만든 줄을 촘촘히 붙여 완성한 작품을 보면 우선 거대한 규모에 압도된다. 작품의 아름다움에 앞서 제작 과정을 인지하는 순간 관객의 마음은 숙연해진다. 작품이 더 큰 울림을 주는 것은 작가를 위한 가족의 희생 때문이다. 그의 곁에는 늘 언니와 남동생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이들은 작가의 일본 유학 시절은 물론 귀국 후에도 든든한 후원자였다. 차계남을 좀 아는 이들은 그의 작품 속에서 작가만이 아니라 형제의 열정도 느낀다. 이것이 작품에 가치를 더한다.많은 예술가가 가족의 희생을 바탕으로 창작활동을 한다. 하지만 가족은 이를 희생으로 여기지 않는다. 보람이라 생각하고 행복해한다. 인생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홀로보다는 누군가와 함께할 때 더 의미 있고 발전한다. 혼자서는 있지 못하는 사람인(人)처럼 사람과 사람이 의지하며 살아가라는 의미가 아닐까. 코로나19를 통해 이 인생 진리를 재확인했다. 김수영 논설위원
[자유성] 한식 세계화
경북 안동의 유학자 김유(1491∼1555)부터 그의 손자 김영(1577∼1641)에 이르기까지 3대가 저술한 음식조리서 '수운잡방(需雲雜方)'이 보물로 지정된다. 음식조리서가 보물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처음이다. 조선 초기에 나온 수운잡방은 조선 시대 양반들이 제사 지내고 손님 모시는 문화를 보여주는 자료이자 전통 조리법과 음식 저장법, 조선시대 초기와 중기 음식 용어를 알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금까지 알려진 조선 전기 조리서가 극히 드물어 희소성이 있고 당시의 음식 문화를 담고 있어 독창성이 돋보이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수운잡방이 보물로 지정되면서 경북지역의 요리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미 조선 중기 안동장씨 장계향(1598~1680)이 남긴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조리서 '음식디미방', 의성김씨 대종가의 종손들이 소장했던 조선 후기 한글조리서 '온주법(蘊酒法)' 등 옛 조리서가 다수 발견됐다. 지난해에는 간서 이정룡(1798∼1871)의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고조리서 '음식절조(飮食節造)'가 추가로 확인됐다. 이는 예부터 경북지역에서 음식이 발달했고 '법도(法道)' 있는 음식이 많았다는 방증이다.이미 영양군은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을 열고 음식디미방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음식문화 확산사업을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다. 조리서에 남겨진 요리를 현대적으로 되살려내고 활용 폭을 넓히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고조리서는 조선시대 경북지역 양반가의 음식을 명품 브랜드로 키워갈 수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한류 열풍을 타고 한식 세계화에 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한식이 일식·양식처럼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음식의 종류나 다양성, 요리방식과 맛, 건강성 등 여러 면에서 한식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채소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해 건강에 좋은 웰빙식이자 다이어트식이다. 우리의 음식과 음식문화는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한류 자산이다. 그 중심에 경북 음식이 있다. 김수영 논설위원
[자유성] 문화기부
코로나19 사태로 고사 위기에 처한 대구문화계에 기부문화가 확산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코로나 사태가 일파만파 되면서 문화 관련 기부(문화기부) 금액이 지난해 대폭 감소했지만 올 들어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문화기부는 제한된 예산으로 운영되는 문화 관련 시설과 단체에는 가뭄 속 단비라 할 만하다.대구문화재단은 지난해 연말 문화기부 분위기 조성을 위해 기부챌린지를 추진, 수 천만원을 모금했다. 이미 한 달에 1천4원을 기부하는 '천사의 힘', 1만원을 기부하는 '만원의 동행' 등을 진행 중인데 문화기부 사업 재정비 전략도 세웠다. 달서문화재단도 최근 후원회 '아모르 소사이어티'를 출범했다. 후원회에서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예술인을 후원하고 지역 문화 소외계층의 문화 향유권을 신장할 사업을 진행한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최근 대구시민을 위한 문화사업에 써 달라고 기탁한 한 독지가의 기부금으로 '함께 해요 대구! 오페라 광장콘서트'를 열었다. 오페라하우스는 노후 객석 교체를 위해 객석 기부도 추진 중이다. 기부자 이름 또는 법인명이 적힌 명판이 객석에 부착되는 '네이밍 도네이션(Naming donation)' 형태로 진행된다.코로나 사태로 모두가 힘든 와중에도 연이어 들려오는 문화기부 소식은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흔히 예술인 후원하면 이탈리아 메디치가(家)를 떠올린다. 메디치가가 없었다면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등 르네상스시대를 대표하는 미술품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도 굉장한 예술인 후원가가 있었다. 조선시대 세종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이다. 많은 서화를 소장하고 발주한 예술애호가였던 안평대군은 안견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라는 불세출의 명작은 안평대군 덕에 탄생했다.예술인을 후원하는 문화기부는 관람객에게도 의미가 크다. 창작활동을 하지 못하면 결국 위대한 작품도 없다. 전시·공연 관람이라는 호사를 누릴 기회마저 사라진다. 우리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도 문화기부는 절실하다. 김수영 논설위원
[김수영의 피플] K2 종전부지 개발사업 진두지휘 에드워드 양 총괄계획가 "K2 부지는 천혜의 공간자본…금호강·팔공산 활용 수변문화도시로"
K2 종전부지 개발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성공을 위한 기초작업이다. 군공항이전특별법에 따라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K2 군공항이 떠나고 남은 부지의 개발 사업이 중요하다. 대구시는 이 사업의 총괄계획가로 한국계 영국인 에드워드 양(한국명 양도식·51) 박사를 선임했다. 그는 글로벌 수변문화도시 마스터플랜 작성과 개발 구상, 글로벌 도시혁신 아이템 발굴, 국내외 민간사업자 투자 유치를 위한 도시 마케팅과 도시브랜딩 맞춤형 전략개발 등 종전부지 사업 전반을 맡는다. 대구가 고향인 양 총괄계획가는 영국 런던대학에서 건축학 석사 및 도시설계·계획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수자원공사 미래도시센터장을 지냈으며 새만금 스마트수변도시, 부산 에코델타스마트시티 국가시범지구 마스터플랜 수립의 실무책임자로 일했다. K2 종전부지를 미래 세대를 위한 첨단 스마트 수변문화도시로 만들려는 대구시의 계획이 그를 통해 얼마나 완성도 있게 구현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공론화 통해 마스터플랜 마련도시개발 사업 공공성 극대화공동주택 중심 개발 지양해야공원·편의시설 등 최대한 반영K2 주변 도시재생사업 연계땐동구지역 현안 해결 기회될 것▶K2 종전부지 개발의 현재 진행 상황은."K2 종전부지 개발은 위치와 규모 면에서 의미가 크고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자본이 드는 사업이다. 미래 신산업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시민의 새로운 삶의 방식을 담고 세계 무대에 글로벌 어젠다를 내놔야 한다. 현재 대구경북연구원에 K2 종전부지 마스터플랜 수립과 고도화를 위한 용역이 발주돼 있다. 이 용역에는 공공성과 사업성, 4차 산업혁명 시대 메가트렌드를 반영한 마스터플랜이 담길 것이다. 물론 전문가들의 자문과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도 반영해 마스터플랜을 확정한다."▶총괄계획가가 바라본 K2 종전부지의 비전은."K2 종전부지에 대한 비전은 마스터플랜 수립과 고도화 용역을 통해서 구체화할 것이다. 종전부지의 규모와 투입될 자본을 생각하면 K2 마스터플랜이라는 용어보다는 K2 그랜드 마스터플랜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하다. 그랜드 마스터플랜의 부제는 프로젝트 시그마로 명명해 보고 싶다. 시그마가 무엇을 모으고 합하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는 측면에서 포괄적 의미의 비전을 잘 보여준다. K2 종전부지는 인구·자본·신산업·신서비스를 모아 미래세대가 살고 싶고, 일자리가 풍부하고, 삶을 즐기는 지속가능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자본과 인재가 글로벌화된 고도자본주의, 기후변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역(local), 도시(city), 광역(regional), 국가(national), 글로벌(global) 차원에서 물리적·사회적·경제산업적·문화적·환경적 관점의 혁신을 담은 비전을 내놔야 한다."▶현재까지 K2 종전부지는 글로벌 스마트 수변문화도시를 조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맞다. 글로벌 스마트 수변문화도시 조성에는 K2 종전부지의 미래 키워드가 다 포함돼 있다. K2 종전부지는 '글로벌한 장소성'을 창출해야 하고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인 '스마트도시'가 되어야 한다."▶21세기 도시 만들기 분야의 큰 흐름은 '문화의 시대'와 '공간의 시대'라고 강조했는데."문화의 시대는 지역과 글로벌을 포용하는 21세기 시대 흐름을 담고 있다. 공간의 시대는 공간의 사회적·문화적·환경적 역할에 대한 잠재력을 새롭게 발견하는 의미를 가진다. K2 종전부지는 팔공산과 금호강 사이에 있는 어마어마한 천혜의 '공간자본'이다. 강, 항구, 운하와 같은 수변은 2차 대전 이후 유럽과 북미의 문화도시 조성과 글로벌 도시마케팅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금호강이라는 수변과 팔공산이라는 자연을 K2 종전부지와 제대로 연계한다면 글로벌한 수변문화도시를 만들 수 있다."▶대구공항이 이전되고 K2 종전부지가 개발되면 주변 지역을 넘어서 대구 전체의 경제·사회·문화적 지형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K2 종전부지 사업과 연계한 주변 지역의 성장과 상생에 대한 계획이 있는가."주변 지역과의 상생은 종전부지 개발 사업만큼이나 중요하다. 도시는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서로 연계돼 있다. 이 사업은 초기부터 주변 지역의 도시재생사업과 연계돼 진행해야 한다. 주변 지역의 다양한 도시문제를 해결하면서 새로운 도시 성장의 잠재력을 함께 구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개발 사업을 도시재생과 연계시켜야 할 이유는."도시재생사업은 기존의 물리적·경제적·사회적·환경적 차원과 연관된 것은 물론 사회공동체를 재구성하는 성격도 가진다. K2 종전부지 개발 사업과 연계된 주변 지역의 도시재생전략은 동구의 현안과 문제를 해결할 좋은 기회다. 그래서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강력한 도시재생전략을 담은 도시재생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 K2 종전부지 그랜드 마스터플랜과 K2 주변 지역 도시재생 마스터플랜이 함께 가야만 이곳이 대구 공간 혁신의 장이 된다."▶현재 전 세계적으로 도시를 조성할 때 4차 산업혁명이 만든 메가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K2 종전부지 개발 사업과 4차 산업혁명을 연계할 방안은."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기반으로 우리 사회 전반을 디지털변환 시대로 만들고 있다. K2 종전부지 개발 사업은 물리적으로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빅데이터 기반의 도시 운영과 관리를 통한 체감형 도시서비스를 시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이 사업은 기존의 물리적 도시계획을 넘어 디지털변환을 대비한 최첨단 스마트도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K2 개발 사업은 경제성 확보도 중요하나 공공성도 갖춰야 한다."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대구시가 총괄계획가를 뽑은 것은 K2 종전부지에 최대한 공공성과 대구시의 철학을 투영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총괄계획가로서 사업의 경제성을 고려하면서 K2 종전부지의 공공적 잠재력을 극대화해 시민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게 할 것이다.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는 기존의 대규모 공동주택 중심의 도시개발을 통한 사업성 확보를 지양해야 한다. K2 종전부지 개발사업에는 신산업과 신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창의적 토지이용계획이 필요하다. 동시에 국내외 자본의 투자 유치도 절실하다."▶투자유치를 확대할 방안은."이를 위해서는 신산업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규제개혁, 창의적 토지 분양 방식도 뒤따라야 한다. 시민이 즐길 수 있는 공원과 수변, 편의 시설들을 최대한 마스터플랜에 반영해 공공성을 높일 것이다."▶K2 종전부지 개발사업은 공공, 민간, 커뮤니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도시계획은 한 개인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이해당사자의 다양한 생각을 담는 '의사결정의 과정'이다. K2 종전부지 마스터플랜을 짜고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와의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은 당연하다. 장기간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사업은 더 치밀한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이를 위해 대구시, 향후 선정될 민간사업자, 종전부지와 주변 지역의 커뮤니티 등 여러 이해당사자와 공론화 자리를 초기부터 마련해 지속해서 운영할 것이다. 태어난 뒤 20여 년간 머물렀던 고향을 위한 마지막 사업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좋은 성과를 내겠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K2 종전부지 개발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에드워드 양 총괄계획가는 "이 사업은 경제성을 확보하면서 공공성도 갖춰야 한다. 대구시의 도시계획 철학을 최대한 살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월요칼럼] 자포니즘 뛰어넘을 한류가 있다
세계미술사를 읽다보면 어느 지점에서 감정이 요동친다. 묘한 부러움과 질투심이다. 19세기 말 프랑스는 세계 미술의 중심이었다. 이곳에서 다양한 근대미술운동이 일어났다. 화가는 기존 미술을 탈피해 새로운 것을 찾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때 발견한 게 일본의 우키요에(서민생활을 담은 풍속화)다. 우키요에는 화려한 색채와 단순한 구성, 입체감 없는 평면성 등이 특징이다. 이게 전통미술의 틀에서 벗어날 실마리를 줬다. 당시 화가 중 일본미술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이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일본풍을 좋아한 모네는 기모노 입은 아내까지 화폭에 담았다. 말년에는 일본풍 정원을 만들고 이를 그리며 여생을 보냈다. 그게 유명한 '수련' 연작이다. 고흐도 일본미술에 푹 빠졌던 화가다. 대표작 '탕기 영감'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 등의 작품 배경에 일본풍 그림이 있다. 마네·고갱 등의 작품에서도 일본미술의 특징이 엿보인다. 미술을 넘어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 샤를 보들레르의 작품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일본은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서양문물을 받아들인 나라다. 청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와는 교류를 꺼리며 쇄국정책을 폈던 조선과는 달랐다. 서양문물을 신속히 받아들인 일본의 문화도 유럽으로 흘러 들어갔다. 특히 1867년 열린 파리만국박람회가 일본문화에 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그들에게 동양은 신비의 대상이었다. 일본문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 미술비평가 필립 뷔르티는 이런 일본문화의 대유행을 '자포니즘(Japonism)'으로 정의했다.세월이 흘렀다. 격세지감이다. 한류(韓流)가 150년 전 유럽을 사로잡았던 자포니즘을 넘보고 있다.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류 바람이 시작돼 대중음악, 영화 등으로 확산 중이다. TV를 통해 유럽·남미 등에서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한국어로 부르는 현지인의 모습도 이젠 그리 낯설지 않다. 한류 열풍은 영화 '미나리'가 재확인시켰다. 한국배우 윤여정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지난해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에서 4개 부문을 석권한 '기생충'에 이은 쾌거다. 방탄소년단이 또 다른 기록을 세웠다. 신곡 '버터'가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4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자신의 기록을 다시 넘어섰다.미술도 마찬가지다. 세계 미술애호가들이 한국 단색화에 열광한다. 박서보, 정상화 등 단색화가의 작품이 세계적인 경매에서 고가에 팔린다. 한국 현대미술의 한 사조인 단색화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서양 모노크롬의 아류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아트페어에서 누구나 'Dansaekhwa(단색화)'라 부르는 고유명사가 됐다. 조선백자인 '달항아리'도 세계인을 매료시켰다. 빌게이츠재단에서 최영욱 작가의 달항아리 그림을 3점이나 구매한 것은 유명하다. 지난해에는 호주 빅토리아국립미술관이 전시를 위해 18세기 달항아리를 구매해 문화재청이 영구 반출을 허가했다.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흐뭇한 일이다.한국국제교류재단이 펴낸 '2020 지구촌 한류현황'에 따르면 전 세계 한류 팬 인구는 1억 명이 넘는다. 한류는 자포니즘과는 다르다. 먼저 유럽을 넘어서 전 세계에서 유행한다. 자포니즘은 미지의 땅에 대한 신비감에서 시작됐으나 한류는 우수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다는 데서도 차별화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1800년대 일본이 아닌 조선의 그림이 서양에 먼저 전해졌다면 어찌 됐을까. 자포니즘에 대한 부러움에서 벗어나 우리 문화에 거는 기대가 커진다.김수영 논설위원김수영 논설위원
[자유성] 구겐하임미술관
전국이 국립 이건희미술관 유치로 들썩이고 있다. 유치 의사를 밝힌 지자체들은 다양한 명분을 들어 '최적의 입지'임을 강조한다. 지자체들이 이건희미술관에 목을 매는 것은 바로 '빌바오 효과' 때문이다. 문화산업을 통한 경제 부흥을 끌어낸 스페인 빌바오를 롤모델로 삼은 것이다. 철강산업의 쇠퇴로 경제 침체에 빠진 빌바오는 구겐하임미술관이 설립되면서 관광업 등을 통해 경제를 되살렸다. 빌바오 효과는 도시의 세계적 건축물이나 문화시설이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빌바오구겐하임미술관이 워낙 유명하니까 구겐하임미술관이 스페인의 대표 미술관이라 생각하는데 미국, 이탈리아에도 구겐하임미술관이 있다. 구겐하임미술관은 원래 미국에 처음 건립됐다. 미국 철강계의 거물이자 자선사업가인 솔로몬 구겐하임이 수집한 현대미술품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흔히 빌바오구겐하임미술관을 미술품보다 미술관이 더 유명한 곳으로 꼽는데 미국 구겐하임미술관도 나선형 구조의 전시장으로 유명하다. 소장품의 수준도 뛰어나다. 솔로몬 구겐하임의 기증작에다 현대미술품 수집가인 탄호이저 내외가 소장작을 대거 기증하면서 미술관 수준이 확 높아졌다.이탈리아 베네치아 구겐하임미술관은 솔로몬 구겐하임의 조카딸이자 미국의 전설적 컬렉터인 페기 구겐하임이 나이 들어 머물렀던 베네치아의 저택을 미술관으로 만든 것이다. 이 미술관은 페기 구겐하임이 수집한 피카소, 몬드리안 등 유명화가의 걸작을 전시한다. 페기 구겐하임은 화랑을 운영하면서 탁월한 심미안으로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을 사들였다. 그녀는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으로 건너온 많은 작가의 재정적 버팀목 역할도 했다.솔로몬 구겐하임과 페기 구겐하임이 없었다면 현재의 구겐하임미술관은 있을 수 없다. 그들의 예술에 대한 사랑과 기증이 구겐하임미술관을 세계 최고의 미술관으로 만든 것이다. 빌바오 효과를 떠나 이건희미술관 건립이 기업인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예술사랑과 기증문화에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 김수영 논설위원
[자유성] 예술계의 나비효과
최근 한 언론에 실린 공연 기사를 보고 흐뭇했다. 서울에서 장기 공연 중인 뮤지컬 '시카고'의 매진 사례를 다룬 기사였다. 기사에서는 '공연 기획사도 놀랐다' '기분 좋은 당황스러움'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이 현상을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애써 기획한 공연들이 잇따라 중단·취소되며 어려움을 겪었던 공연기획사로서는 매진 기록이 놀랍고 가슴 벅찬 일이었을 것이다. 이만이 아니다. 최근 서울에서 공연된 '위키드' '맨 오브 라만차' 등의 뮤지컬도 흥행에 성공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객석이 줄어 쉽게 매진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공연장에 다시 관객이 붐비고 매진행렬이 이어지는 것은 반갑고 의미 있는 일이다.'서울에서는 공연이 다시 살아나고 있구나. 대구 공연계는 언제 회복되지?'라고 아쉬움을 갖고 있던 즈음 기쁜 소식이 들렸다. 대구에서도 오랜만에 티켓이 매진된 공연이 나온 것이다. 얼마 전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린 정명훈 피아노 공연은 티켓 오픈 후 5분 만에 모든 자리가 매진됐다. 그랜드홀 합창석 티켓을 추가 판매할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이었다.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장도 썰렁하기만 했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코로나 사태가 1년을 넘기면서 공연계가 달라지고 있다. 대중성 있는 뮤지컬 시장 중심으로 변화는 확연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2~3월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0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2~3월은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시기다. 공연계에서는 지난해 코로나 초기와 달리 '공연장은 위험하지 않다'라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코로나가 악화할 경우 다시 공연을 관람할 수 없으므로 볼 수 있을 때 하나라도 더 보자는 심리도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공연이 되살아난 것은 아니다. 소극장 중심의 작은 공연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작품성을 검증받은 대형작품,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에만 관객이 몰린다. 지역공연계 역시 고사 위기다. 대형공연에서 일어난 불씨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공연계 전체가 되살아나길 기대한다. 김수영 논설위원
[김수영의 피플] 창립 30주년 맞는 대구경북연구원 오창균 원장 "행정통합·통합신공항 대역사 풀어내면 지방소멸 극복 돌파구 될 것"
'대구경북연구원'이 오는 18일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1991년 '대구권경제사회발전연구원'으로 출발, '대구경북개발연구원'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연구원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연구원은 변화를 거듭했다. 처음에는 경제 및 경영학 전공자가 주축이 돼 지역경제 연구에 집중했다. 이후 교통, 농업, 도시계획, 조경 등으로 분야를 넓혔다. 각 분야를 책임질 전문연구원이 속속 들어왔으며 사업도 확장됐다. 정책연구보고서, 기업실태조사보고서 등의 연구 결과물만이 아니라 지역 현안 관련 학술회의·수탁과제 추진을 위한 간담회 등을 통한 연구조성사업, 대구경북 분기별 경제 동향분석 등 정기간행물을 통한 출판 홍보 활동을 추진했다. 2019년 연구원에 또 한 차례 변화가 일었다. 연구원 설립 이후 28년 만에 첫 내부 출신 원장이 탄생한 것이다. 바로 오창균(60) 원장이다. 연구원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만큼 구성원의 특성을 잘 융합해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경북은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행정통합, 통합신공항 건설 등 지역 현안이 산적한 데다 코로나19 등으로 내외적인 환경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역의 '싱크 탱크'인 대구경북연구원을 이끄는 오 원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TK, 오랜 시간 행정적으로 분리통합 진통·시행착오는 당연한 것현금 투입성 저출산 해법 벗어나'사회 재설계' 대안 시도 고민해야우수인력 확충와 정책역량 제고연구원 재도약 원년의 당면과제▶내부 발탁 원장이 갖는 의미는."연구원 전반에 대해 잘 아는 내부 출신이 책임지고 조직을 이끌어간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아무래도 연구원의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문제점에 대해 꾸준히 고민했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적은 게 장점이다. 우리 조직의 강점과 문제점, 개인별 특징을 파악하고 있어 적응기를 거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구성원도 원장의 특징을 잘 안다. 구성원과 원장이 상대를 미리 파악한 관계라는 것은 정밀하게 조직을 개혁하고 내부적으로 화합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연구원의 시급한 당면 과제는."우수 인력 확충과 정책 제시 역량 제고다. 그래야 여전히 남아있는 하도급 용역기관 이미지를 벗어나 지역 미래가치 창조의 리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연구원은 대구시와 경북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해당 범위가 넓고 영역도 다양하다. 그에 비해 동원 가능한 자원은 제한적이다. 대부분 연구원이 여러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긴급한 수시 과제까지 떠맡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정책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선도적인 정책 대안 발굴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이미 연구 성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으로 안다."2년 전 취임하자마자 연구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을 개편했다. 융합 연구를 활성화해 보자는 뜻에서 부서를 다시 짰다.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특별연구단을 구성해 프로젝트 수행의 집중도를 끌어올렸다. 상시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에는 센터를 뒀다. 깊이 있는 경험 축적을 위한 것이다. 외부 전문가 초청 토론과 협업도 확대했다. 연구 결과물의 영상화와 디지털화도 진행 중이다."▶대구경북연구원은 전국 시·도 연구원 중 유일하게 더부살이를 한다."독립청사 없이 민간건물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신청사 이전을 목표로 기금을 모으고 계획도 수립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독립청사를 확보하는 것은 연구원의 오랜 염원이다. 시·도 집행부와 의회의 도움이 필요하다."▶대구경북이 다중포위망 속에 갇혀있다고 했는데."국토 공간상으로는 어쩌다 보니 동남쪽 변방으로 밀려났다. 경제권은 추풍령 이남의 비수도권에 속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역 문화와 정체성에 대한 외부 비판 세력도 있다. 여러 겹의 포위망을 돌파하려면 과감한 방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리적 변방화와 경제 산업적 주변화를 반전시키기가 힘들다."▶포위망을 돌파할 구체적 방법은."많은 분이 통합신공항 건설이나 대구경북행정통합이 우리 지역 발전에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맞다. 지역을 확 바꿀 만큼 엄청난 대역사다. 두 현안을 확실히 풀어내면 인구 감소, 지방소멸, 대학 위기, 포스트 코로나 상황에 잘 대응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도 선도할 수 있다."▶최근 대구경북행정통합에 브레이크가 걸린 듯한데."대구경북이 재도약하려면 결정적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행정통합은 절박함에서 나온 대안이다. 단순히 대구와 경북을 합치는 이벤트가 아니다. 긴 시간 동안 행정적으로 갈라졌던 두 지역이 하루아침에 하나가 될 순 없다. 행정통합 과정에 상당한 진통과 시행착오를 겪는 건 당연하다. 연구원은 앞으로도 통합 논의를 지원할 것이다."▶지방소멸이 현실화하고 있다."수년 전 전문가가 '지방소멸은 더 이상 몇몇 농어촌 낙후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문제다'라고 했다. 단편적인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지역은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하다. 저출산 고령화는 고용, 임금, 주택, 교육, 기본소득 보장, 노후소득 보장, 보건의료 부족과 맞물려서 나타나는 사회현상이다. 선진국은 이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사회 재설계를 시도했다. 이는 경제적 기회를 확대하면서 공동체 윤리와 시장경제의 역동성 결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복지와 보건의료, 교육, 고용, 주거, 스포츠의 정책적 영역 융합도 병행한다. 한국은 아직 이민과 영주권 정책을 포함한 본격적인 재설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역에서라도 단순한 현금 투입성 정책에서 벗어나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도시재생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연구원도 대구창의도시재생센터를 운영 중인데."대구창의도시재생지원센터는 노후 구도심에 사는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일 목적으로 2015년 설립됐다. 도시재생의 기본방향은 쇠퇴 진행 지역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정비를 수행하면서 개발지역은 계획적인 개발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다양한 개발 주체들이 참여해 재생 공간 고유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살리는 종합적 도시부흥 아이디어를 접목한다.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는 '주민참여 도시학교'를 개설해 주민이 스스로 동네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도록 도와준다."▶창립 30주년을 맞아 올해를 재도약 원년으로 삼았다."기틀을 다지던 초창기, 양적 성장기를 거쳐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적 위상 구축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내부 조직진단을 해서 객관적인 상황을 확인했다. 규정 개정을 통해 현실에 맞게 제도를 정비하고 미래지향적인 운영 기반을 다져 나가려 한다. 이를 통해 지역 문제와 정책 과업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면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하기에 적합한 조직 형태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온·오프라인 창을 활짝 열어 외부 전문가 및 기관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네트워크 구심점 역할도 할 것이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오는 18일로 창립 30주년을 맞는 대구경북연구원 오창균 원장은 "올해를 재도약 원년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현실에 맞게 제도를 정비하고 미래지향적인 운영 기반을 다져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자유성] 절규의 시대, 그러나
에드바르드 뭉크(1863~1944)하면 많은 이들이 해골 같이 생긴 사람이 비명을 지르는 걸작 '절규'를 떠올린다. 이 작품은 절규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내면 고통을 담아냈다. 뭉크는 어릴 때 어머니를 잃은 데 이어 좋아했던 누나마저 저세상으로 떠나보냈다. 그 역시 태어날 때부터 병약했다. 그러니 죽음에 대한 공포가 컸다. 작품의 일관된 키워드가 '죽음' '어둠'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의 고통스러운 삶이 상징적으로 표현된 '절규'는 석양을 배경으로 한다. 아름다운 석양 빛깔이 작품에서는 피처럼 붉다.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뭉크는 해 질 무렵 길을 걷다 느낀 감정을 그렸다. 붉은 석양이 하늘을 덮는 순간, 공포에 떠는 자연의 절규를 들었다. 이는 그의 절규이기도 했다.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또한 절규의 시대를 보내고 있다.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불안과 공포, 죽음이 일상을 뒤덮고 고독·인내의 삶이 보편화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우울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 현상도 확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울 위험군'이 코로나 전인 2018년에는 3.8%였으나 코로나 이후인 지난해에는 20%대까지 치솟았다. 20∼30대의 경우 30%대에 이른다. 정상적인 삶을 위협하는 수준이다.최근 뭉크의 '절규' 한쪽 구석에 있던 낙서와 관련한 비밀이 풀려 화제가 됐다. '미친 자만이 그릴 수 있는'이란 글이 적혀 있는데 그동안 뭉크의 친필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노르웨이 국립박물관은 그의 친필로 최종 결론지었다. 이 문구는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어쩌면 미친 것을 아는 자신, 그래서 미치지 않으려 했던 의지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뭉크가 보여준 아이러니한 사실이 더 있다. 그는 죽음이 빨리 올 것 같아 불안해했지만여든 넘게 장수했다. 유럽 주요 도시에서 전시해 큰 명성까지 얻었다. 우리가 절규의 시대를 살면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이유다. 속도가 붙은 코로나 백신 접종이 그 서막을 열었다. 김수영 논설위원
[자유성] 사과에 대한 모독
과일 중에 사과를 무척 좋아한다. '매일 사과 한 개를 먹으면 의사는 빵을 구걸하게 된다'는 서양속담이 있어서만은 아니다. 상큼한 단맛 또한 일품이다. 떨어진 입맛을 북돋워 주고 식사 후 텁텁한 입안을 상쾌하게 해준다. 우리 지역 특산물이라 더욱 마음이 가는지도 모른다.사과는 풍부한 이야깃거리도 있다. 사과만큼 인류와 얽히고설킨 역사를 만든 과일이 있을까. 흔히 세계 역사상 유명한 3대 사과로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세잔의 사과'를 꼽는다. 이브의 사과로 인해 인간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과 관련해서는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이 법칙을 떠올렸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미술애호가는 세잔의 사과를 좋아한다. 세잔은 눈에 보이는 것을 그려왔던 과거 기법에서 벗어나 사물의 본질을 화폭에 담으려 했다. 세계미술사를 바꾼 획기적인 사건이다. 세잔은 사과에서 사물의 본질을 찾았다.세상을 바꾼 여덟 가지 사과 이야기를 다룬 책 '꿈꾸는 사과'에서는 더 많은 멋진 사과를 만날 수 있다. 우리 시대 혁신 기업의 상징인 애플사의 사과, 자유를 향한 의지와 혁명정신이 담긴 '빌헬름 텔'(실러의 희곡)의 사과 등이 있다. 사과는 역사 발전의 결정적인 고비마다 선택됐다. 사과가 얼마나 인류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는지 잘 보여준다.최근 사과가 구설에 올랐다. 싱싱한 사과가 아니라 썩은 사과 이야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TV의 한 드라마 대사를 인용해 검찰 조직을 '썩은 사과'에 비유했다. 대사의 요지는 반은 썩고 반은 안 썩은 사과가 있다면 이는 반쯤 썩은 사과가 아니라 썩은 사과라는 것이다. 갑자기 사과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도 진정성 있는 사과(謝過)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받던 그가 몸에 좋은 사과를 조직을 썩게 하는 사과로 둔갑시켰다. 귤과 달리 사과는 썩은 부위만 도려내면 먹을 수 있다. 사과의 또 다른 장점이다. 그에게 허탈감을 느낀 시민 1천618명이 민사소송까지 냈는데 정작 누구를 비난하는가. 김수영 논설위원
[월요칼럼] 아쉬움 주는 이건희미술관 유치전
대구시가 추진하는 '국립이건희미술관' 유치사업에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아니다. 수도권 일극주의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지역에 큰 규모의 문화시설을 가져와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겠다는 의지로 읽혀 내심 반갑다. 정치·경제뿐만 아니라 문화도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많은 문화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예술창작물의 수도권 생산과 비수도권 소비 구조가 고착화됐다. 이런 가운데 2만여 점의 미술품과 유물을 확보할 수 있는 이건희미술관 유치는 지역경제를 살릴 실현성 높은 사업이다. 스페인 구겐하임빌바오미술관처럼 쇠락하던 도시를 한해 100만 명 이상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바꿀 수 있는 게 수준 높은 미술관의 위력이다.이미 이건희컬렉션의 가치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게 판명 났다. 작품의 수준과 가치를 매매가로만 측정할 순 없지만, 매매가가 이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는 된다.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못'이 7천40만달러(한화 약 800억원)에 낙찰됐다. 지난 4월 말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컬렉션 중 하나인 모네 작품과 같은 주제·크기, 유사한 화풍이라는 점에서 이건희컬렉션의 가치를 재확인할 수 있다. 이 회장이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한 컬렉션에는 고갱, 피카소, 샤갈 등의 해외 거장은 물론 이중섭, 박수근 등 한국 근대미술을 개척한 거장의 작품도 다수 포함됐다.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이건희컬렉션을 위한 별도의 전시공간 마련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발단돼 전국에 이건희미술관 유치 붐이 일었다. 미술관 유치전의 포문은 부산시장이 열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문화의 서울 집중도가 극심하다"라며 미술관의 남부권 건립을 주장했다. 이어 광역·기초지자체 가릴 것 없이 앞다퉈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고향이다' '사업장 있다' 등 미술관 유치 명분은 다양하다. 물론 대한민국 근대미술의 발상지이자 메카였던 대구도 나섰다. 경북도까지 이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전국에서 들불처럼 일고 있는 미술관 유치 붐에 대한 차가운 시선도 있다. 과연 유족 뜻은 어떠한지, 정부의 계획은 무엇인지 알아봤느냐는 것이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려 한다는 개탄도 나온다. 미술관 유치는 지역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전국 지자체들이 우선 질러놓고 보자는 식으로 유치전을 벌이면서 관광산업을 위한 미술관 유치 경쟁으로 변질했다. 관광산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역민의 문화 향유권이다. 똑같은 세금을 내고도 비수도권에 살기 때문에 문화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더는 방치돼선 안 된다. 경제적 측면을 떠나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수준 높은 작품을 지역민이 관람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등한시해온 문화예술에 관심을 두는 계기로도 삼아야 한다. 그동안 지자체와 단체장에게 문화는 정치·경제에 밀려 늘 뒷순위였다. 대구시도 마찬가지다. 새 미술관 건립에 앞서 지역에 있는 미술관부터 발전시킬 연구를 해야 한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대구미술관의 미술 작품 구매비 부족과 이에 따른 소장품의 수나 수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미술관만 그럴듯하게 지어놓으면 무엇 하는가. 정작 속은 텅 빈 강정인 것을. 미술관 유치를 통해 문화예술 전반에 관심을 가지고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 김수영 논설위원김수영 논설위원
[김수영의 피플] 한국국학진흥원 정종섭 원장 "국학, 낡은 것으로 여기는 경향…조상이 축적한 지식 삶에 활용해야"
한국국학진흥원이 지난 3월 정종섭(63)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원장으로 맞았다. 경주 출신의 정 원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서울대 법대 학장과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제20대 국회의원을 지낸 법학자이자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한국국학진흥원을 맡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아버지가 한학자라서 어릴 때 아버지에게 한문을 배웠다. 한자를 익히기 위해 자연스럽게 붓글씨도 썼다. 화단에서는 이미 서예가 정종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40대 때 도시서당을 꿈꾸며 지인들과 공부모임을 만들었다. 인문학에 관한 관심이 깊어지자 법학, 의학, 문화예술 등 각 분야 최고 지성인과 모여 '제4세계그룹'을 결성했다. 그의 삶의 궤적을 보니 국학진흥원으로 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물음표를 던질 이유가 없었다.국학은 역사문화 유산 발굴·연구하는 학문이상 국가 건설 실천한 선인의 지혜 배워야경북도 설립 국학진흥원 올해 개원 25주년국역·디지털화 등으로 4600명 일자리 창출징비록·수운잡방 세계유산 등재도 준비 중▶한국국학진흥원이 하는 일은."경북도는 1996년 안동에 국학진흥원을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문중·종가 등 민간에서 소장한 국학자료들을 수집·보존하는 것은 물론 한문자료를 번역·연구한다. 최근에는 자료 활용과 콘텐츠 개발에도 힘을 쏟는다. 한문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를 위해 소장 국학자료를 국역해 교양서 등으로 발간·보급한다. 영화나 웹툰 등 문화콘텐츠산업의 자원으로 활용하도록 디지털 아카이브도 구축 중이다. 국학진흥원 홈페이지의 '스토리테마파크'에 접속하면 다양한 콘텐츠 자료를 접할 수 있다. 이 자료를 활용해 제작한 웹드라마·웹툰도 있다."▶국학이란."국학은 선조가 남겨놓은 우리 고유의 역사적·문화적 정체성을 담고 있는 유산들을 발굴해 그 의미와 가치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국학에는 인문학을 비롯해 법학, 경제학, 자연과학, 의학, 예술 등 모든 영역이 포함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있다. 국학 연구를 통해 밝혀진 우리의 문화적 독창성은 한국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기반이 된다. 독창성에 내재한 보편적 가치는 인류문화 발전에 도움이 된다. 세계 모든 나라가 공유할 수 있는 자산이기도 하다."▶국학 연구가 우리 시대에 필요한 이유는."퇴계 이황, 서애 류성룡 등에 관한 자료를 국학진흥원에서 수집·연구하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삶과 업적을 조명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이상적 사회·국가를 만들기 위해 실천하는 삶을 살았던 그들의 정신에서 현재 우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얻기 위함이다. 이런 측면에서 단순한 자료의 번역·전시 및 학술대회 개최 등에 그쳐선 안 된다. 선인의 삶을 바탕으로 새로운 한국을 꿈꾸게 하는 사업들을 추진해야 한다."▶국학진흥원에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등 많은 성과를 냈다."2015년에 소장 자료인 '유교책판', 2017년에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각각 등재됐다. 2016년과 2018년에는 '한국의 편액'과 '만인소'가 아시아태평양지역 기록유산이 됐다. 한 기관에서 기록유산을 4건이나 보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들 외에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될 만한 소장자료들이 적지 않다. '징비록' '삼국유사' '내방가사' '수운잡방' 등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도 준비 중이다."▶국학자료 국내 최다 소장기관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현재 약 58만점을 보유하고 있다. 소장자료 중 국보 제132호인 '징비록'을 비롯해 보물이 1천837점, 국가 및 도지정 문화재가 7만여 점에 이른다. 이는 전체 자료의 약 12%를 차지한다. 자료의 양만이 아니라 가치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올해 국비 예산을 많이 확보했다. 중점 사업은."올해 총예산 규모는 360억원이다. 이 중 국비는 202억원으로 전국 지방출자출연기관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는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의 사업규모를 확대했다. 국학자료의 국역 및 디지털화 사업을 확대, 추진 중이다. 조선시대에 국한했던 조사·수집사업도 근대기록자료까지 확장했다. 개원 25주년을 맞은 올해는 양적·질적 성장을 이루는 기반을 다지겠다."▶국비 예산 증액으로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도 크다."올해 국비 예산의 대부분은 국학 관련 사업에 투입된다. 이들 사업을 통해 총 4천600여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지난해 시작된 '국학진흥청년일자리사업'은 10년간 매년 100여 명의 청년을 고용해 소장 자료의 국역과 디지털화를 추진한다. 올해 신규사업인 '실버일자리사업'에서는 근대기록자료를 조사·수집하는 조사원을 양성한다. 50~60대 중장년층 500명을 선발한다. 전국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이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은 550명을 추가로 선발, 총 4천명 규모로 확대한다. 국학 발전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국학진흥원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이 클 것 같은데."학술대회, 교육연수 등이 많다 보니 코로나 사태로 인한 피해가 크다.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대면 사업을 비대면 방식으로 많이 전환했다. 스토리테마파크 공모전, 어린이 고전암송대회 등은 참가팀과 심사위원만 현장에 나오고 현장 실황을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한다. 학술대회, 포럼 등도 발표자와 토론자만 현장에 있고 현장 실황은 유튜브로 동시 송출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국학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유교문화박물관도 특화된 곳인데."2006년에 개관한 유교문화박물관은 국내외에서 '유교'라는 타이틀을 처음 사용한 박물관이다. 2016년부터 무료 관람으로 전환해 1일 평균 관람객이 3만명 정도 된다. 유교문화박물관은 국학진흥원에 자료를 맡긴 기탁문중특별전을 열기 위해 설립됐다. 국학진흥원에 자료를 기탁한 문중은 1천200곳 정도 된다. 올해는 정자를 주제로 전시 중이다."▶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전시체험관'도 개관했다."세계기록유산 전시체험관은 일반인이 세계기록유산을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유교책판과 현판을 과학적으로 보존하는 전문 수장고, 특수 유리창을 통해 유교책판과 현판 일부를 볼 수 있는 개방형 수장고, 디지털전시관 등이 있다. 어린이와 젊은 세대의 이해를 돕기 위한 첨단디지털 체험관도 있다."▶국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일 방안은."국학을 골동품처럼 낡은 것, 옛날의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기원전 2천~3천년 전의 이집트 문화나 기원전 시대의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에서 다양한 지식을 얻듯이 오랜 시간 한반도에서 산 우리 조상이 남겨 놓은 유산에서도 엄청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을 현재 우리 삶에 활용해야 한다. 이 방법을 찾도록 돕는 게 국학진흥원이 할 일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대중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앞으로 연구뿐만 아니라 DB구축, 연수, 활용사업,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 인공지능 탑재 등 다양한 방면으로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지난 3월 취임한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국학 자료를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장한 곳이 한국국학진흥원이다. 개원 25주년을 맞은 올해는 이 위상에 걸맞도록 양적·질적 성장을 이루는 기반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정 원장의 뒤로 엄청난 규모의 소장자료가 보인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자유성] 관람객 참여형 예술?
최근 경주 솔거미술관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한국화의 거장 박대성 화백의 특별기획전이 열리는 전시관에서 어린이 관람객 2명이 작품을 훼손했다. 아이들이 전시작 위에 눕거나 무릎으로 문지르고 다니는 과정에서 서화작품의 글씨 일부가 번지고 뭉개졌다. 아이들의 행동을 본 아버지는 제지는커녕 오히려 사진을 찍어줬다. 이에 미술관측이 항의하자 아버지는 "작품을 만지면 안 되는지 몰랐다"라고 말했다.얼마 전 서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한 쇼핑몰에 설치된 미국 낙서화가 존원의 미술 작품에 젊은 커플이 낙서했다. 낙서화는 말 그대로 벽 등에 낙서한 듯 그린 그림이다. 존원의 벽화에 붓으로 물감을 칠한 이들은 "앞에 붓이 놓여 있어 해도 되는 줄 알았다"라고 해명했다.박 화백의 작품은 1억원, 존원의 작품은 5억원에 이른다. 다행히 두 작가는 작품 훼손에 대해 '통 큰 용서'를 했다. 고의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 화백은 "이 또한 작품이 세월을 타고 흘러가는 역사의 한 부분일 것"이라며 그대로 두기로 했지만 존원 측은 복구를 원했다.최근 미술계가 관람객과의 소통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난해하다는 현대미술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작품 접근을 막는 차단선을 치우고 손으로 만져도 되는 작품까지 선보인다. 쿠바 출신의 개념미술가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작품처럼 관람객 참여형 미술작품도 있다. 토레스는 전시 공간에 사탕을 쌓아놓고 관람객이 가져가도록 했다. 전시를 보다가 주워 먹어도, 주머니에 넣고 가져와도 된다. 관람객의 참여를 통해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관람객과의 거리를 좁혀나가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다. 이 지점에서 관람객과 작가, 참여와 비참여의 차이가 모호해진다.분명히 작품 훼손은 잘못된 일이고 관람객의 부주의 또한 지적할 만하다. 그런데도 관람객이 이것을 훼손 행위인 줄 모르는 지점에까지 이른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다시 확인하는 사건이라 눈길을 끈다. 작품 훼손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 밝힌 거장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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