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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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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대체육
식물 단백질을 이용해 고기와 같은 맛을 내는 대체육에 관한 관심이 높다. 특히 고기 없는 패티를 상상하기 힘들었던 햄버거에 식물성 패티를 넣어 만든 대체육 버거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버거킹이 대체육 버거 '플랜트 와퍼'를 선보인 데 이어 롯데리아도 '스위트 어스 어썸 햄버거'란 대체육 버거를 내놨다. 업계에서는 이를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인 문화로 정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식품업계도 대체육 활용에 적극적이다. 농심은 최근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을 론칭하고 30여 종의 제품을 내놨다. 풀무원·CJ제일제당 등도 대체육 관련 기술을 연구하며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경북대는 최근 콩고기 스테이크를 비롯해 비건 라면 등이 들어간 채식 학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전에도 샐러드 뷔페를 선보이긴 했으나 매 끼니 비건 학식이 제공되는 건 처음이다. 서울대·동국대 등은 비건을 위한 채식 뷔페를 운영 중이다. 이들 식단에는 콩고기 대체육 등이 활용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세계적 트렌드가 되면서 ESG 대표 산업으로 대체육이 주목받고 있다. 대체육은 가축이 아닌 콩·해조류 등 식물 단백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이 적고 도축이 없어 동물권도 보장하니 일거양득이다. 대체육이 환경과 사회적 책임에 동시에 이바지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전통적 육류를 대체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대체육과 관련한 국내 기술 수준은 해외보다 몇 년 늦지만 최근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원천기술 특허 출원 사례가 증가해 대체육 시장이 급팽창할 것으로 보인다.콩고기는 채식주의자 중심으로 애용됐으나 대체육은 일반인까지 즐겨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성이 크다. 대체육은 콩고기보다 식감과 질감에서 훨씬 고기와 유사하다. 진짜 고기보다 건강에도 더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육식을 즐기는 입맛은 인간이 수백만 년 동안 간직해온 욕망이니만큼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대체육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고기가 과연 이 욕망을 꺾을 수 있을까. 김수영 논설위원
[대구 취수원 해법을 찾다] (하) 지역상생 기틀 마련해야…대구, 해평취수원 이용 '물꼬'…구미 일부 반발 설득 과제로
구미 해평취수원을 대구취수원으로 공동이용하는 내용의 '낙동강통합물관리방안'에 대해 구미시가 조건부 수용방침을 밝히면서 대구시의 30년 숙원인 취수원 이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해평취수원에서의 전량 취수를 고집했던 대구시가 구미에서 하루 30만t을 가져오고 대구취수장에서 초고도 정수처리를 통해 하루 28만t을 취수하는 취수원 다변화로 방향을 틀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하지만 구미시의회와 일부 주민의 반발이 변수다. 이들의 설득 여부에 취수원 다변화의 성패가 달렸다.구미시장 용기 있는 결단으로하루 30만t 취수 '조건부 합의'시의회 "민의 배제된 졸속결정"대구시, 상생안 추진으로 화답국책사업 추진에도 적극 협력◆물꼬는 텄으나대구취수원 이전문제는 구미시장들에게는 피하고 싶은 사안이었다. 하지만 장세용 구미시장은 정치적 부담이 큰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장 시장의 용단이 대구시민들로선 어둠 속 한 줄기 빛처럼 반갑다. 대구와 구미는 오랜 불신과 오해를 털고 물 문제 해결의 물꼬를 텄다.넘어야 할 산은 많다. 당장 구미 지역구 국회의원과 구미시의회의 반발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공동성명을 통해 "주민의견 청취가 배제된 절차적 문제와 낙동강 유역 수질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조차 없는 짜 맞추기, 졸속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구미시의회도 낙동강통합물관리방안을 정치적 힘의 논리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심의·의결했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일부 시민단체도 "취수장 이전으로 인한 피해는 해평면만이 아닌 구미시민과 구미산단 전체의 피해"라며 반대했다.◆대구시의 진정성 있는 설득 필요구미시가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만큼 대구시의 추후 대처가 중요하다. 대구시는 대구와 구미가 상생 발전할 방안을 지속해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해평취수장을 공동 이용할 경우 연간 1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조성해 해평 등 상수원보호구역 주민에게 지원한다. 구미경제 활성화를 위한 국책사업 추진에도 적극 협력한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최근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 구미의 숙원인 'KTX 구미역사 신설'을 건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대구시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연결도로 건설 △구미5산단 규제 완화 등 경제발전의 토대 마련 △농축산물 직거래 장터 운영 등 농가 소득 증대에도 힘을 쏟는다.하지만 물질적 대가만으로 취수원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취수원 이전을 반대하는 이들의 말처럼 자칫 '낙동강 물을 대가성 거래 대상으로 전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구미시민을 설득해 마음을 얻어야 한다. 취수원 이전을 두고 오랜 갈등을 빚어온 것이 대구시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대구와 경북은 예부터 한 뿌리임을 강조해왔다.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해 행정통합이라는 장대한 길을 걷기 시작했다. 특히 대구와 구미는 지척의 이웃이고 대구엔 구미 출신이 많이 산다. 구미에 새로운 활력을 줄 대구경북통합신공항도 구미 바로 옆에 들어선다. 구미와 대구는 이미 한 생활권이나 다름없다. 상생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취수원 이전 외에도 광역경제권 구축 등에서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필요하다.◆수질 개선 노력 필요대구시는 낙동강의 수질 개선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대구가 오랫동안 물로 인해 고통을 겪었던 만큼 후손과 낙동강 하류지역 주민이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수질 개선에 힘써야 한다. 성서산단 등에서 배출하는 공장 폐수를 현재보다 훨씬 고도화된 시스템으로 처리해 낙동강 하류지역 주민이 수질문제로 고통받지 않게 해야 한다. 노후 하수관로 정비사업, 비점오염저감시설 확대 설치 등으로 도심내 오염원이 하천에 직접 방류되는 것도 차단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야 대구시가 현재 2급수 수준을 장기적으로 1급수까지 개선하겠다는 계획이 실현된다. 김수영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취수원 공동 이용 소모적 논쟁 끝내야"■ 장세용 구미시장구미시로서는 해평취수원을 대구와 공동 이용키로 한 게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장세용 시장이 용단을 내린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조건부 수용을 했다."낙동강 물을 둘러싼 갈등이 30년 넘게 이어졌다. 물은 누구의 것이 아니라 구미와 경북, 나아가 국민의 것이다. 공공재로서 물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구미와 대구의 취수원 공동이용 문제는 오랜 갈등을 유발했다. 소모적 논쟁을 끝내야 한다. 앞으로 대구경북은 하나의 메가시티로 통합한다. 대구경북의 상생발전을 위한 선택이었다."▶반대 목소리도 있는데."취수원 공동 이용은 주민동의를 전제로 했기 때문에 구미와 대구, 경북이 함께 주민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 주민동의 문제는 환경부와 협의하겠지만, 객관적 공정성을 고려해 시에서 추진하기보단 공신력 있는 언론사, 조사기관을 통한 설문조사 등의 방법을 논의 중이다. 구미시의회와 지역구 국회의원의 의견도 참고하겠으나 구미 미래를 위한 생산적 논의가 필요하다. 시민도 무조건적 반대를 벗어나 협치·상생이라는 가치와 함께 확실한 실리를 얻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장기적으로 상수원보호구역이 확대되고 대구시 지원책도 흐지부지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취수원 이전문제는 구미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이라는 것을 잘 알고, 반대주민의 우려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환경부도 이를 알고 있기에 상수원보호구역 확대는 없다는 것을 통합물관리방안 심의·의결 시 명문화했다. 구미시는 환경부 입장을 수용하면서 주민의 재산과 권익을 철저히 보호할 것이다. 조금이라도 피해가 생기면 원점으로 돌아간다. 향후 체결할 협정서에 제도적 장치를 확실히 마련하겠다."▶국가정책사업과 관련해 정부에 요구할 것은."KTX 구미역사 신설, 구미 5산단 규제 완화 등에 대해 논의 중이다. 구미시는 과거 수출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으나 지금은 어려운 처지다. 취수원 공동 이용을 기회로 구미와 대구경북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다." 김수영 논설위원"대구시의 낙동강 수질 개선 선행돼야" ■ 김재상 구미시의회 의장구미시의회는 해평취수원 공동이용을 조건부 수용한 구미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취수원 공동이용을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김재상 구미시의회 의장은 "취수원 공동이용 전 대구시의 낙동강 수질 개선이 선행돼야 하고 공동이용을 위해선 구미시의 철저한 준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해평취수원 공동이용과 관련해 구미시와 견해가 다른데."해평취수원은 구미시민과 기업이 사용하는 생활용수·공업용수를 공급하는 곳으로 시민 삶과 직결된다. 구미시의회는 지난 8월 낙동강통합물관리방안과 관련해 시민 의견 수렴, 낙동강 수질 개선 대책 마련 등을 통해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자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그러나 구미시는 이틀 후 조건부 수용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낙동강통합물관리 방안에 대해 재검증을 요구했다."낙동강유역통합물관리 방안 마련 연구 용역이 대구시에 유리하게 변경됐다는 의혹이 있다. 객관적인 판단을 위해 이에 대한 검증 용역과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에 따른 영향분석 용역 추진을 집행기관에 요구했다. 현재 검증용역이 진행 중이며 영향분석 용역은 검토·준비 중이다."▶낙동강통합물관리 방안 용역의 문제점은."낙동강통합물관리방안 용역 중간보고 중 지난해 1월과 4월 보고에는 가용수원 첫 번째가 임하댐·영천댐, 두 번째가 대구강변여과수, 세 번째가 고도정수 처리였는데 9월 보고에는 논의된 적 없는 해평취수장이 첫 번째로 올라왔다. 얼마 전 대구 부시장도 퇴임 인사말에서 본인이 환경부에 큰 역할을 해서 변경됐다고 말했다. 용역결과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대구시에 바라는 바는."물 문제 해결을 위해선 낙동강 본류의 수질 개선이 시급하다. 해평·대구 취수원 모두 낙동강 물이고 2급수다. 낙동강 본류 수질을 2급수 이상으로 개선해야 식수 불안이 해소된다. 구미와 대구가 오염원 차단을 위해 공동 노력해도 부족할 상황에 취수원 이전과 관련된 섣부른 논의는 또다시 물 분쟁을 촉발할 뿐이다." 김수영 논설위원구미시가 대구시와 공동이용하는 것을 조건부 수용한 해평취수원.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장세용 구미시장은 "30년 넘게 이어져온 낙동강 물에 대한 소모적 논쟁을 끝내야 한다. 해평취수원 공동 이용은 대구경북의 상생발전을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용기자김재상 구미시의회 의장은 해평취수원 공동 이용을 논의하기 전에 대구시의 낙동강 수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자유성] 오징어게임
그야말로 '오징어게임'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한국드라마 최초로 전 세계 넷플릭스 TV프로그램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영화 '도가니'의 황동혁 감독이 연출을, 이정재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여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벌이는 극한의 게임을 다뤘다. 일본 콘텐츠와의 유사성, 여성 혐오 논란 등이 불거졌지만 전 세계에 부는 돌풍이 대단하다.노래·게임에 비하면 문화적 장벽이 높은 게 드라마지만 K-드라마는 이미 2002년 '겨울연가'로 한류 붐을 일으키면서 인정받았다. 미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 넷플릭스의 과감한 콘텐츠 투자가 K-드라마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세계에 갓 붐을 일으킨 좀비드라마 '킹덤'을 시작으로 탈영병 잡는 헌병 이야기를 다룬 '디피(D.P.)', 오징어게임까지 연타석 대형 홈런이다. 오죽하면 '미드(미국 드라마) 보려고 넷플릭스 가입했는데 한드(한국 드라마)만 보네'라는 말이 나왔을까.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자금이다. 넷플릭스가 연초 국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금액은 5천500억 원이다. 오징어게임에 넷플릭스가 지원한 자금은 200억 원. 9부작인 점을 감안하면 한 편당 22억 원의 자금이 투입된 셈이다. 디피도 6부작에 200억 원의 자금이 들어갔다. 국내 텐트폴(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만든 대작)의 제작비가 16부작 기준 150억~200억 원 수준인 것과 대비된다. 소위 말하는 대박 터뜨리는 작품,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넉넉한 제작비가 담보돼야 한다.비단 드라마만이 아니다. 공연·전시도 마찬가지다. 여러 필요조건이 있지만 마음껏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그중 중요한 게 자금이다. 오징어게임이 지역문화계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늘 적은 예산으로 공연·전시를 기획해야 하는 대구시립예술단, 대구미술관·대구문화예술회관 등 시 산하 문화예술기관의 어려움이 크다. 대구시의 통 큰 투자가 지역예술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김수영 논설위원
"구미 상수원구역 확대해도 입지규제·재산상 피해 없어"
대구취수장은 구미산단과 가까이 있고 중간에 유입되는 하천도 없어 자정작용과 희석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수질사고 발생 시 대처가 어려워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 6월 '낙동강통합물관리방안'을 내놨다. 안전한 물을 위한 수질 개선, 취수원 다변화와 관련한 방안들이 제시됐다. 지난해 대구지방환경청장을 지냈다가 올해 환경부로 자리를 옮긴 이영기〈사진〉 물관리정책실장은 취수원 다변화와 관련해 구미시가 우려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있다. 이 실장은 "구미시는 취수원 다변화 시 해평취수장 상류의 입지규제 확대 등을 걱정하는데 상수원보호구역 확대로 인한 재산상 피해가 없다"라고 단언했다. 수도법에 따르면 일 20만t 이상 취수 시 상류 20㎞ 이내 입지규제를 하는데 이미 구미는 2020년 기준일 취수량이 26만t이라 추가 취수에 따른 상수원보호구역이나 공장설립제한 구역 확대는 없다는 것이다.구미시는 물 부족 사태도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일 30만t을 가져가도 부족하지 않다고 하지만, 주민들은 물이 부족할 것이라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 실장 역시 "구미지역 용수사용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고 강조했다. 구미 중권역 생활·공업·농업용수 이수안전도(가뭄 시기에 상수원인 하천이 음용수 공급의 안전성을 유지하는지를 확인하는 지표)가 과거 최대 가뭄 기준 100%였다는 게 근거다. 추후에 대구시가 해평취수장 취수량 증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데 대해서도 그는 일방적 요구로 배분계획을 변경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유역 내 물배분 계획은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지자체, 주민대표, 전문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협의 과정을 거쳐 결정하기 때문이다.대구경북지역민의 최대관심사인 안전한 물 공급을 위해 낙동강 수질 개선이 시급하다. 환경부에서는 이미 낙동강통합물관리방안 연구용역을 실시해 본류 수질 개선과 안전한 물 공급 관련 방안을 마련해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했다. 이 실장은 "이 방안은 새로운 취수원 입지로 인한 추가 규제가 없고, 특정지역에만 부담을 주지 않도록 영향지역 지원방안을 같이 제시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환경부와 함께 기초지자체,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성해 소통을 강화하고 대구경북 등과 협의해 영향지역에 대한 경제적·행정적 상생방안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김수영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
[대구 취수원 해법을 찾다] (상) 먹는물 놓고 생긴 오해...대구 "제2의 페놀사태 막아야" vs 구미 "물 부족 사태 부를 것"
올해는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의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당시 이 사고로 인해 대구시민은 먹는 물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했다. 이후 잊을 만하면 터지는 수질오염 사고로 식수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대구시는 취수원을 구미산단 위쪽 상류지역으로 이전하겠다고 했다. 취수원 이전 문제는 10여 년이 지났지만 해결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대구와 구미의 갈등만 심화해 왔다. 하지만 최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구미시가 지난 8월 구미 해평취수원을 대구와 공동이용하는 방안 등이 담긴 환경부의 '낙동강통합물관리방안'을 조건부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낙동강과 함께 한국 경제발전을 이끌어온 대구와 구미의 취수원 갈등과 해결책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낙동강 축으로 산업단지 개발양 도시 모래펄 기적 이뤘지만페놀 유출로 식수 갈등 불거져낙동강통합물관리안 도출에도구미서 반대 목소리 만만찮아◆낙동강과 대구·구미 경제 발전대구와 구미의 경제 발전은 낙동강을 기반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섬유산업은 과거부터 대구지역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다. 한때 침체 위기를 겪었지만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통해 여전히 주력 산업군으로 자리매김한다. 섬유산업은 물 소비량이 많은 업종 중 하나다. 건조·염색·세척 등 가공단계에서 많은 물이 필요하다. 대구의 섬유산업 발전은 낙동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2010년대 낙동강을 중심으로 산업단지가 개발되면서 중요성은 더 커졌다. 낙동강을 축으로 해 성서5차첨단산업단지, 대구테크노폴리스, 달성2차산업단지 등이 조성됐다. 이를 통해 지역 산업구조도 기존 섬유·염색·제직 등 저부가 가치 제조업 중심에서 첨단기계·신재생 에너지·미래형 자동차 등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1970년대부터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견인한 구미산단 역시 낙동강의 풍부한 공업용수 덕을 톡톡히 봤다. 1960~70년대 수출을 주도한 섬유산업과 미래전략산업인 전자산업을 함께 육성하기 위해 구미산단을 조성했다. 이곳은 낙동강을 끼고 있어 용수 공급에 유리하다. 섬유산업으로 시작한 구미산단은 가전·반도체·휴대전화 등 대한민국 전자 수출 기지가 됐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을 중심으로 한 구미산단 수출액이 한국 전체 수출 흑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때도 있었다. 산단이 들어오기 전 구미지역 낙동강 일대는 모래펄이었다. 여기에 최첨단 전자산업단지를 일궈내면서 '구미 모래펄의 기적'이 일어났다.◆잇따라 터진 수질오염 사고1991년 3월 대구시민을 큰 충격과 공포에 빠뜨린 일이 터졌다. 구미산단 내 두산전자에서 유출된 30t의 페놀 원액이 낙동강을 통해 단 하루 만에 대구취수원에 흘러들었다. 시민들은 페놀에 오염된 수돗물의 엄청난 악취에 시달렸고 수많은 세대의 수도관이 오염됐다. 이후에도 디클로로메탄(1994년), 1·4-다이옥산(2004년), 과불화화합물(2018년) 등의 유출로 시민들의 고통이 컸다. 페놀유출사고로 수질 환경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이후 자연환경보전법 제정 등으로 대응책을 마련했음에도 수질오염 사고는 숙지지 않았다. 2010년대 들어서도 연간 수질오염 발생 건수가 약 30건에 이를 정도였다. 식수에 대한 불신은 점점 커졌다.낙동강은 유달리 식수 갈등이 많다. 대구를 비롯해 부산·경남 등 1천만 국민이 낙동강 물을 식수로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의 수질이 중요한 이유다. 인간 삶에 필수 불가결한 게 물이다. 기후변화와 급속한 인구증가로 식수의 안정적 확보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낙동강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지역에 비해 먹는 물 의존도가 월등히 높지만 중·상류에 대규모 공장이 있어 수질 관리에 취약하다. 물과 관련해 크고 작은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대구시도 수돗물의 70% 가까이를 낙동강에 의존하는데 대구 취수원과 구미산단의 거리는 30여㎞에 불과하다.◆대구와 구미의 갈등대구와 구미는 오랫동안 상부상조하는 관계였다. 구미학생들이 교육 등을 위해 대구로 많이 오고 일자리가 구미에 있어 출퇴근하는 대구시민도 상당수다. 그런데도 페놀유출 사고 후 서로에 대한 불신과 오해가 생기기 시작했다.대구시의 취수원 이전사업은 구미산단의 유독물질 낙동강 유입이라는 대구 수돗물의 원천적 악재를 차단하자는 데서 시작됐다. 대구시는 2006년 구미산단 상류지역으로 낙동강 취수장을 이전하기로 하고 중앙부처에도 사업 추진에 따른 예산 확보와 협조를 건의했다. 그러나 취수원 이전은 대구나 구미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구미는 상수원보호구역 확대, 물 부족 등을 내세워 반대한다. 오염원 유출로 미안하기는 하지만 졸지에 물을 뺏기는 상황에 처하고 광역취수장이 생김으로써 발생하는 불이익을 떠안아야 할지 모르니 반발은 당연하다.정치적인 측면에서 이해가 얽혀있는 것도 해법 도출을 어렵게 했다. 취수원 이전이 성사되면 대구시장 입장에서는 큰 치적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반대하는 일을 해야 하는 구미시장으로서는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이 별로 없다. 전임시장들이 미온적인 자세를 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수영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낙동강과 함께 발전해온 대구염색산업단지(위쪽)와 구미국가산업단지.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국제소롭티미스트 한국협회, 우수리전 '1등'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여러 가지 힘든 상황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힘써 준 한국협회 회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임기 동안 더 열심히 일하라는 의미로 알겠다."국제소롭티미스트 한국협회가 최근 미주연합회(SIA·Soroptimist International of the Americas) 29개 리전(Region)을 대상으로 지난 1년간의 활동을 평가하는 시상식에서 우수리전 1등 상을 수상했다. 분과별 시상에서도 재정분과 1등, 프로그램분과 2등을 차지했다. 코로나로 전 세계 소롭티미스트의 회원들이 감소하는 가운데 60명이나 늘려 회원확장상도 받았다. 이 같은 성과를 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김영화 한국협회 총재는 "지난해 6월 취임한 후 맡은 바 일을 다한 것뿐인데 너무 많은 상을 받았다. 회원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며 이번 성과의 공을 회원들에게 돌렸다.소롭티미스트는 UN에 소속된 세계에서 가장 큰 국제 여성봉사단체로 전 세계 121개국에서 7만2천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국이 소속된 미주연합회를 비롯해 5개의 연합회로 구성돼 있다. 소롭티미스트가 일반 봉사단체와 다른 점은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단순히 물질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자립해서 경쟁력 있는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해 준다는 점이다. 교육을 통해 여성과 소녀들에게 새 힘을 줌으로써 삶에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의욕적으로 살아가도록 도와준다.김 총재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대면 행사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난 한 해 동안 163명의 여성과 소녀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했다. 이 결과에 대해 미주연합회 본부를 비롯해 많은 리전에서 놀라워하고 그 방법을 물어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창립 55주년 정기총회를 전국적으로 500개의 줌 화면을 통해 성공적으로 마쳐 주목받기도 했다.올해는 소롭티미스트 창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김 총재는 기쁜 마음이 크지만 걱정도 있다. 좋은 행사를 풍성하게 마련해 좀 더 많은 여성과 소녀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데 혹시나 이것이 여의치 않을까 하는 우려다. 미주연합회는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Live Your Dream Award'와 'Dream It, Be It' 프로그램에 따라 50만명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지난 26일과 27일에는 화상으로 100주년 기념 라이브 가상 이벤트를 마련해 참여국들의 시간에 맞춰 각각 별도의 언어로 진행했다. 소롭티미스트 100년의 역사를 함께 기리며 앞으로의 활동상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미주연합회가 창립 50주년이 되던 해에 봉인한 타임캡슐을 온라인으로 가상공간을 만들어 개봉하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오는 10월2일과 3일에는 SI(Soroptimist International)가 주관하는 100주년 온라인행사도 준비돼 있다.김 총재는 "팬데믹 시대에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온라인 행사를 통해 전 세계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소통할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소롭티미스트와 깊은 인연이 있는 회원들이 연사로 나서 봉사활동의 의미를 공유하는 시간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11월 소롭티미스트 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와 자선음악회도 기획돼 있으니 회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지난해 6월부터 국제소롭티미스트 한국협회를 이끌고 있는 김영화 총재.
[자유성] 라쇼몽 효과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가 찍은 영화 '라쇼몽'은 1951년 베니스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수작이다. 한 사무라이의 죽음을 두고 네 명의 진술이 모두 엇갈리는 상황을 다뤘다. 산적이 사무라이를 죽이고 그 아내를 겁탈한 게 팩트였지만 진술은 판이했다. 같은 경험일지라도 모두 다르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하면서 본질을 달리 인식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라쇼몽 효과'라고 한다.같은 경험을 해도 경험자의 생각·입장에 따라 사실이 달리 해석되는 경우는 흔하다. 2년 전의 조국 사태를 비롯해 경제계의 최저임금·주52시간제, 최근의 언론중재법까지 동일 사안에 대한 각기 다른 해석이 사회적 논쟁거리가 됐다. 이유는 있다. 팩트는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데 객관적 자료가 100% 객관적일 수 없다. 자료의 진위, 취사선택의 가능성 등이 객관성을 흔든다. 인지 능력의 한계로 수많은 자료를 다 확인하기도 힘들다. 대략적인 경험치와 기억으로 해석한다. 인간은 자기중심적 공감 능력을 가져 기억도 왜곡될 수 있다.최근 개막한 대구사진비엔날레의 메인 포스터가 '베끼기 논란'에 휩싸였다. 주제전 '누락된 의제-37.5 아래' 포스터의 사진이 지난해 서울 한 갤러리에서 선보인 외국 사진작가의 개인전 포스터 사진과 같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제전 큐레이터와 예술감독은 "같은 사진 작품이라도 크로핑(사진 등의 불필요한 부분 다듬기)이 더 돼 문제가 없다. 다른 나라에서도 그 같은 경우가 있다" "같은 포스터란 것을 알았지만, 이번 전시의 정체성에 맞아서 선택한 거라 문제 될 것이 없다"라고 각각 해명했다. 하지만 사진·미술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 "대구의 수치"라며 비판했다.서로 다른 주장에 대한 시비를 가리긴 쉽지 않다. 그래도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전 세계 사진예술의 흐름을 선도하는 국제전시인데, 서울 상업화랑에서 이미 사용한 전시 포스터를 재탕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한 작가의 비판은 가슴에 와닿는다. 김수영 논설위원
[자유성] 국내파 예술인
해외 유학파가 많은 직업군을 꼽으라면 예술계도 빠지지 않는다. 지역예술계에서도 유학파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예술 관련 대학들의 교수 상당수가 유학을 다녀온 이들이고 예술 현장에서 창작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이들 중에도 유학파가 많다. 공연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각종 언론을 통해 쏟아지는 귀국독주회 기사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유럽 등에서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이상 공부하고 고국으로 돌아온 이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귀국독주회를 통해 선보인다. 코로나19로 공연계가 위축됐다고 하지만 귀국독주회는 여전히 줄을 잇는다.시간적·경제적 희생이 큰 데도 유학을 떠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한국예술계가 국내파보다 유학파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는 유학파의 실력이 낫다는 선입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서양에서 시작된 음악이니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에서 더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가능성이 큰 것은 맞다. 실제 지휘자 정명훈, 첼리스트 장한나 등 세계 정상의 연주가 대부분은 외국에서 교육받았다. 이러하니 대학, 예술 현장에서의 유학파 독식은 관행처럼 굳어졌고 국내파는 상대적으로 푸대접을 받았다.최근 폐막한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대구 출신 피아니스트 박재홍은 이런 점에서 시선을 끈다. 부소니 콩쿠르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페루초 부소니를 기리기 위해 1949년 시작된 유서 깊은 대회다. 입상자 선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여기서 순수 국내파 예술인이 최고상을 받았다. 박재홍은 대구에서 초·중학교를 나오고 서울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 입학했다. 현재 한예종 4년에 재학 중이다. 그의 수상은 해외 유학 없이도 국내에서 우수한 음악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케 했다.격세지감이다. 20여 년 전만 해도 유학파라는 타이틀이 훈장이 됐는데 이젠 국내파가 오히려 주목받는 세상이 됐다. 앞으로도 박재홍처럼 국내에서 좋은 교육을 받은 뛰어난 예술인이 많이 배출되길 바란다. 김수영 논설위원
[월요칼럼] 잔인한 복고…부르카
부르카(이슬람 여성의 전통의상)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이란 영화 '칸다하르'를 통해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아프가니스탄 내전 중에 조국을 탈출한 여성이 탈레반 폭정을 더는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려는 여동생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렸다. 제목인 칸다하르는 탈레반의 본거지다. 여주인공은 칸다하르로 가는 길에 아프가니스탄 출신 노인의 부인으로 위장한다. 여기서 그가 입었던 옷이 부르카다. 온몸을 덮어쓴 부르카 덕에 그는 정체를 숨길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부르카는 여성 통제와 폭력의 상징이다. 1996~2001년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은 여성 교육 금지 등 극단적 이슬람 율법을 강요하며 부르카 착용을 강제했다. 탈레반이 국제사회에서 비난받는 데에는 여성 인권 탄압 영향도 컸다.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점령한 후 부르카 판매가 폭증했다고 한다. 이슬람 여성은 옷으로 얼굴이나 신체를 가리고 다닌다. 국가에 따라 형태가 다른데, 머리를 둘러싼 두건 같은 히잡,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으로 감싸는 부르카 등 다양하다. 이 중 부르카가 가장 폐쇄적인 복장이다. 전신을 천으로 덮어쓰고 사물을 겨우 분간할 수 있도록 눈 부위만 망사로 가렸다. 이렇다 보니 좌우를 살피기가 어렵고 코, 입을 가려 호흡이 불편하다. 여성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옷이라는 이유로 프랑스 등에서는 부르카 착용을 금지한다.하지만 패션을 통한 여성 억압은 100여 년 전만 해도 세계 많은 나라에서 흔하게 벌어진 일이었다. 19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코르셋이 대표적이다. 가는 허리를 만들기 위해 착용하던 코르셋 때문에 골격이 변형되고 장기기능까지 손상됐다. 중국 명·청 시대에 유행했던 전족도 마찬가지다. 전족은 여자아이의 발을 작게 하려고 헝겊으로 꽁꽁 묶어 성장을 멈추게 하던 풍습이다. "작은 발을 가지려면 한 항아리의 눈물을 쏟아야 한다"라는 말이 고통을 알게 한다. 이만이 아니다. 프랑스를 구한 영웅 잔 다르크가 화형을 당할 때 죄목 중 하나는 '남장'이었다. 남성용 재킷과 반바지를 입은 게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이 같은 폭력적 패션은 여성을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성에 순응하도록 세뇌했다.여성의 해방과 지위 상승은 패션의 자유와 궤를 같이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여성의 바지 착용이 이상할 게 없지만, 과거에 바지는 남성 전유물이었다. 프랑스엔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바지 착용을 금지하는 판탈롱 법까지 있었다. 폐쇄적인 패션에 혁명을 가져온 이가 코코 샤넬이다. 그는 여성용 바지를 최초로 만들었고 땅에 끌렸던 치맛단도 무릎 정도로 과감히 쳐냈다.최근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자기 몸 긍정주의(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도 여성 패션에 자유를 주고 있다. 이 흐름의 하나가 '노(NO)브라' 운동이다. 여성을 불편하게 했던 복장이 거의 사라진 현대에도 브래지어는 살아남았다. 편한 옷이 대세가 되면서 이마저 벗어 던진 노브라 족이 늘고 있다.구속에서 자유를 향해가는 여성의 패션 흐름에서 아프가니스탄의 부르카 부활은 가슴 아픈 일이다. 탈레반 재점령 후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이 총살됐다는 소식도 들리니 부르카가 이젠 생존을 위한 옷이 됐다. 돌고 도는 게 패션이지만 부르카의 부활은 잔인한 복고 유행이다. 영화 칸다하르의 주인공 말대로다. "난 항상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감옥을 피해왔지만, 오늘은 그 감옥들 하나하나에 다시 갇힌다." 부르카를 다시 입은 여성의 모습이다.김수영 논설위원김수영 논설위원
[자유성] 선한영향력가게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많은 가운데 선한 행동으로 주변에 훈훈함을 주는 이들이 있다. '선한영향력가게' 운영자들이다. 선한영향력가게는 서울 홍익대 앞 '진짜파스타' 가게 오인태 대표가 결식아동에게 무상으로 음식을 제공해주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오 대표는 아이들이 급식카드를 보여주면 결제하지 않고 음식을 제공했다. 그의 선행이 온라인을 통해 널리 퍼져나가면서 이에 동참하는 가게가 늘고 있다. 현재 전국 2천여 곳이 선한영향력가게로 등록됐다. 대구와 경북도 각각 100곳 정도의 가게가 동참했다. 식당이 많지만 카페·안경원·학원 등 다양한 업종에서 동참했다. 나눔에 참여하는 사람 대부분이 소상공인들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코로나 사태로 누구보다 큰 타격을 입은 이들이기 때문이다.사회가 각박해졌다고 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선한 행동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어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하고 따뜻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유명한 '명상록'을 남긴 로마의 철학자이자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수천 년을 살 것처럼 행동하지 마라. 죽음이 늘 너의 곁을 맴돌고 있다. 너의 생명과 능력이 다하는 날까지 선한 사람이 되도록 하라"고 했다. 거창한 목표를 이루려고 아등바등하기보단 선하게 살려고 노력하라는 것이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최고 권력을 쥔 이가 남긴 말이라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선한영향력가게를 누군가는 '일상의 영웅'이라고 했다. 맞다. 그들은 쉽게 볼 수 있고, 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영웅이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다. 선한 행동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실천에 옮기기는 힘들다. 어려운 시기에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선한영향력가게 운영자들의 행동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우리 모두 선한 영향력을 선사하는 작은 나눔에 동참하길 기대해 본다. 선한 영향력이야말로 코로나 사태로 얼어붙은 공동체 사회를 녹여내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김수영 논설위원
[자유성] 걷기
독일 철학자 칸트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한 철학자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을, 같은 속도로 걸었다. 오후만 되면 어김없이 산책에 나서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그를 보고 시계를 맞출 정도였다. 산책을 고집한 이유는 간단하다. "걸으면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나 자신과의 대화 시간이고 책으로도 얻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가득 채워주며 버릴 것은 버리게 해준다." 이 말이 답이다.산책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예술가로 베토벤도 있다. 그는 자연을 사랑한 사람이었다. 자연을 온전히 즐기는 방법으로 걷기 만한 게 없다. 인생 후반부 청력에 문제가 생겨 다른 사람과 대화마저 어려워졌을 때 그는 하일리겐슈타트의 숲길을 거의 날마다 걸었다. 그 모습을 그린 게 베토벤 하면 떠오르는 율리우스 슈미트의 '산책하는 베토벤'이다. 정장 차림의 베토벤이 뒷짐을 진 채 숲속의 오솔길을 걷고 있다. 산책 중 영감을 얻어 그는 '전원교향곡'도 작곡했다.경북지역 지자체들이 앞다퉈 강변, 역사 유적지 등에 걷기 명소를 만들고 있다. 문경시는 대야산 선유동계곡에 선유동천 나들길, 상주시는 낙동강 상주보 일대에 경천섬 강 바람길, 예천군은 회룡포·삼강 걷기 길, 칠곡군은 낙동강 역사너울길, 김천시는 부항댐 둘레길 등을 조성했다. 지자체가 걷기 길 조성에 나서는 것은 주민 건강을 챙기면서 관광객 유입 효과까지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비대면 걷기 프로그램을 만들고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걷기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걷기 좋은 계절이 왔다. 걷기는 몸의 건강을 챙겨주면서 마음을 정화하고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다. 혹시 아는가. 베토벤처럼 멋진 예술작품도 만들 수 있을지. 실리콘밸리 컨설턴트인 알렉스 수정 김방은 책 '일만 하지 않습니다'에서 "진짜로 일을 잘하려면 '의도적 몰입 시간'의 1.25배에 해당하는 '의도적 휴식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그 방법의 하나로 산책을 권유했다. 김수영 논설위원
[김수영의 피플] 서혁수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대표 "文정부 위안부 문제에 소극 대처…국제사법재판소 회부 요청해야"
올해 8월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갔던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의 만행을 증언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김 할머니의 증언이 도화선이 돼 위안부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고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위안부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위안부 피해자는 우리가 지켜드려야 할 대상인데도 이에 소극적이다. 지나간 일로 치부하고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과 일본 모두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있다. 서혁수(49)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대표는 "과거보다 위안부 운동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많이 줄었다"며 "시민의 관심을 끌어내도록 위안부 운동도 시대 흐름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향후 위안부 운동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서 대표의 생각을 들어봤다.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도우려1997년 지방 첫 시민모임 결성국내외서 도와줘 활동에 큰 힘매년 1만명 찾던 희움 역사관코로나 사태 여파로 크게 줄어피해 증언 출판에 머물지 않고가상현실 콘텐츠 전시 준비 중할머니들과 대화 체험 공간도▶위안부 운동 30년이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의 탄생과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안다."1991년 8월14일 김학순 할머니의 첫 공개증언이 있고 난 뒤에 국내외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대구에 계셨던 문옥주 할머니도 1991년 12월2일 전국에서 두 번째로 피해자 신고를 하셨다. 특히 문 할머니의 안타까운 삶에 대한 증언은 더 많은 할머니의 증언을 끌어냈다. 시민모임이 탄생하게 된 씨앗도 됐다."▶위안부 운동에 시민모임이 큰 역할을 했다."시민모임은 1997년에 지방에서 최초로 시민이 주도돼 대구·경북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서울에서 결성된 전국적 조직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있지만, 시민모임은 지역 피해자 할머니와 함께 많은 일을 해왔다. 지역 피해자 할머니의 바로 곁에서 시민모임 회원들과 시민이 협력해 현재까지 위안부 운동을 지속해오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위안부 운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오랜 시간 세 개의 조건이 삼위일체가 돼 한 몸처럼 움직인 게 주효했다. 첫째, 대구·경북에는 자랑스러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큰 시련을 이겨낸 아름다운 삶이 있었다. 둘째, 지역민과 단체를 위해서 도와주신 시민의 도움이 컸다. 할머니들을 위해서 희생과 봉사를 아끼지 않은 시민과 해외 활동을 도와주신 외국인을 일일이 소개하기 힘들 정도다. 셋째, 시민모임의 회원들과 전 대표, 활동가들의 노력도 큰 힘이 됐다."▶피해자 할머니들이 많이 돌아가셨다. 대구·경북지역 할머니들의 근황은."현재 전국에 총 14분이 살아 계신다. 대구에는 이용수 할머니, 포항에는 박필근 할머니가 계신다. 두 어르신이 생존자 중 가장 건강하신 것 같아서 다행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아직도 놀랄 만한 체력과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박필근 할머니는 뛰어난 암산력을 자랑한다. 두 분 모두 코로나 사태로 힘든 시간을 보내신다. 특히 박필근 할머니는 동네 경로당이 문 닫고, 나가실 곳도 마땅히 없어 혼자 화투로 소일해 가슴 아프다."▶시민모임에서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도 운영 중이다. "2015년 개관한 역사관에는 많은 할머니의 기록물과 유물이 있다. 상설 및 기획 전시를 통해서 이들 자료를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매년 1만여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 '희움' 쇼핑몰을 통해 할머니 관련 상품을 판매해 역사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방문객이 급감했고 희움의 상품 판매도 줄어 어려움이 크다."▶힘든 와중에도 올해 새로운 행사를 준비 중이라는데. "위안부 운동 3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그동안 많은 피해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들의 증언과 삶을 좀 더 입체적으로 남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와 관련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오는 10월에 그 성과를 보여줄 행사가 열린다. 대부분의 피해자 할머니들은 정부가 마련해준 임대아파트에서 사시다가 돌아가시기 때문에 사후에는 그 흔적도 없다. 일단 할머니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관련된 역사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문옥주 할머니와 관련한 사업이 특히 눈에 띈다."문 할머니는 전 세계 위안부 가운데 가장 생생한 증언을 남겼다. 증언은 일본인 모리카와 마치코에 의해 책으로도 출간됐다. 시민모임에서 '버마전선 일본군 위안부 문옥주'란 번역서로도 냈다. 이 출판물은 지금 미국과 영국에서 저명한 현지 학자에 의해 번역 중이다. 곧 영문판도 나온다. 문 할머니의 삶을 입체화해 고증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할머니의 증언을 활자화하는 데만 머물지 않고 다각적인 고증을 통해 증언을 보다 입체화하는 것이다."▶젊은 층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최근 서강대에서 제작해 베타테스트 중인 '영원한 증언'이 새로운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할머니의 증언을 실감형 인터렉티브 콘텐츠로 제작했다. 앞으로 이를 교육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이용수 할머니와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담은 '위안부 생존자와의 대화'가 눈길을 끈다. 위안부역사관에 있는 '지역 생존자 할머니의 방'도 첨단 기술을 통해 할머니의 증언과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단장할 계획이다."▶한·일 간의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문재인 정권 출범 후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가 컸다. 물론 전 정권이 졸속으로 맺은 2015년 합의를 비롯한 태생적인 한계가 있지만,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를 정치적 카드로 활용했다. 2015년 합의를 내세우면서 이를 국제법 위반이라 주장했다. 나아가 위안부 문제를 더 왜곡하고 모든 것을 한국 탓으로 돌렸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더라도 분명한 요구사항을 일본에 당당하게 전하고 해결하라 촉구해야 한다. 수십 년 동안 피해자 할머니들이 외쳐온 요구사항은 △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공식사죄 △법적 배상 △책임자 처벌 △역사교과서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이다."▶'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추진위원회'의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ICJ 회부 추진위원회는 지난 2월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계속 위안부 문제의 ICJ 회부를 요청하고 있다. 이는 할머니들의 7가지 바람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이 할머니들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선택할 방법은 ICJ 회부다. 생존자들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ICJ에 위안부 문제를 보내 국제법의 판단을 받는 게 타당할 수 있다."▶향후 시민모임이 갈 길은."모든 시민운동의 핵심은 시민이다. 앞으로도 시민모임은 대구시민이 자긍심을 가지는 단체가 될 수 있도록 할머니를 위해 열심히 뛸 것이다. 시민의 높은 관심도 필요하다. 최근 평생 애써 모은 일제강점기 관련 소장품 수백 점을 시민모임에 기증한 편정학 선생님이 큰 울림을 줬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민모임에 도움을 주는 많은 분께 감사를 전한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은 오는 10월부터 대구·경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와 시민모임의 사업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가상현실기술 등을 활용한 콘텐츠로 제작해 전시할 계획이다. 서혁수 대표는 "이용수 할머니와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담은 '위안부 생존자와의 대화'가 특히 눈길을 끈다"며 많은 시민이 관람하길 바랐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자유성] 퍼스트레이디 패션
지난 8일 끝난 도쿄올림픽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의 '재활용 패션'이 화제가 됐다. 이번 방문에서 질 여사는 단 한 차례를 빼곤 과거에 입었던 옷을 재활용했다. 도쿄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릴 때 입었던 빨간색 드레스는 지난 6월 플로리다 백신 접종 현장 방문 시 입었던 옷이다. 올림픽 개막식에서 걸쳤던 물방울무늬 원피스도 두 달 전 개최됐던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착용한 옷이다. 이는 기존 퍼스트레이디의 패션 관례를 깬 것이다. 대형행사 때 대통령 부인이 새로운 패션을 선보이는 것은 '패션 외교'라 불릴 정도로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는 역대 최초로 직장을 그만두지 않은 대통령 부인이라는 특징을 살려 출근복처럼 스스로 옷을 고르고 같은 옷을 반복해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은 그의 패션에 대해 긍정적이다. 뉴욕타임스는 "대통령 부인은 본인을 돋보이게 하는 옷을 잘 간직하고 있다가 꺼내 입음으로써 그 옷의 가치를 높인다"라고 보도했다.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지난 5월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 미래 정상회의'의 부대행사 '새활용 의류전'에 페트병을 새활용한 한복 차림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우리 전통의상의 아름다움과 새활용을 통한 자원 순환의 가치를 전하기 위한 것이다. 새활용은 단순히 재사용하는 재활용을 넘어서 버려지는 물건에 디자인, 아이디어를 더해 새로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코로나19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폐기물 및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대안으로 재활용과 새활용이 주목받고 있다. 의류의 경우 재활용과 친환경 소재로 만든 옷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페트병 등을 재활용해 만든 제품의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퍼스트레이디들이 선보인 패션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재활용 및 새활용 패션은 코로나 시대에 특히 의미가 있다. 코로나 위기 만큼이나 인류를 위협하는 폐기물 대란 속에서 인류가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다. 김수영 논설위원
[월요칼럼] 일본의 미래는?
2년 전 악몽이 되살아났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2년 만에 일본 공공시설에 다시 전시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개막 후 얼마 되지 않아 중단됐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초 아이치현 '시민갤러리 사카에'에서 열린 '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 김서경·김운성 부부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됐다. 이 작품은 2019년에 열린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서 선보였으나 우익 세력의 거센 반발로 전시가 사흘 만에 중단됐다.표현의 부자유전은 일본사회에서 금기시되는 주제를 다룬 문제작을 모은 기획전이다. 일본인이 불편해하는 역사를 직시하도록 촉구하는 작품들이 많아 전시 때마다 큰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이번 전시회도 우익세력의 방해로 준비가 쉽지 않았다. 전시실 사용을 허가받는 데만 3개월여 걸렸다. 어렵게 막을 올린 전시는 결국 개최 사흘 만에 중단됐다. 전시장으로 폭죽 추정 물질이 배송됐는데 테러 시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2년 전의 일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이 사태를 보면서 같은 전범 국가이지만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는 독일과 일본을 다시 주목하게 된다. 독일 베를린 중심에는 '홀로코스트 학살 피해 유대인 추모관'이 있다. 나치의 범죄는 물론 독일의 2차 세계대전 책임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시설이다. 유대인 수백만 명을 희생시키고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과오는 감추거나 지우고 싶은 역사일 것이다. 그런데도 독일은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가 있었다. 추모관은 19세기 이후 전쟁에 승리한 독일이 개선문으로 사용한, 즉 독일의 영광과 승리를 나타내는 '브란덴부르크 문' 부근에 있다. 독일의 영광은 물론 과오도 잊지 말자는 의미일 것이다. 끝없이 반성하고 사죄하는 독일의 모습에 전 세계는 용서를 보였다.하지만 일본은 어떤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반성은커녕 객관적 증거마저 부정하고 왜곡하고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왔다. 최근에는 미국의 한 친일 학자까지 내세워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역사 왜곡을 시도했다. 이 와중에 다시 평화의 소녀상이 문제가 됐다. 일본군 위안부만큼이나 평화의 소녀상도 그동안 큰 시련을 겪었다. 2012년 도쿄도미술관 전시에 출품됐다가 '정치적 표현물'이라는 이유로 철거됐다. 2019년 아이치 트리엔날레와 올해 전시 중단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소녀상을 작품이 아닌 정치적 상징물로 본 것이다. 세계 미술사를 보면 역사적 아픔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은 많다. 로댕의 대표작 '칼레의 시민', 피카소의 걸작 '게르니카' 등도 아픈 역사를 담았다.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연이어 중단돼 안타깝지만 세계미술역사를 보며 그나마 위안을 찾을 수 있다. 비난받았던 전시가 오히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전시로 기록된 예는 많다. 독일 나치정당은 불온하고 위험한 작품들을 골라 '퇴폐미술전'을 열고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고흐, 고갱, 칸딘스키 등의 작품을 전시했는데 이들이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보라. 오히려 그 전시가 이들의 이름을 빛나게 했다.영국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이 대화를 통해 미래를 만들어간다. 결국 역사를 잊은 나라에는 미래도 없다. 과거와의 대화를 단절한 일본의 미래는 어떨까.김수영 논설위원김수영 논설위원
[자유성] 미닝아웃(Meaning out)
최근 발생한 물류창고 화재로 쿠팡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한 조사에 따르면 쿠팡 앱 사용자 수는 사고 후 4일 만에 47만명이나 줄었다. 그 이유의 하나로 전문가들은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Z세대)의 '미닝아웃'을 들었다. 노동자를 생각하지 않고 화재 책임을 회피하는 등 비윤리적인 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해 인터넷상에서의 쿠팡 탈퇴와 함께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노브랜드의 대체육 너겟인 '노치킨 너겟'이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4월부터 판매된 이 제품은 3개월간의 목표치인 10만 개 판매를 한 달 만에 달성했다. 노치킨 너겟은 동물복지를 고려해 미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제품이다.단순히 물건을 사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행위 등을 통해 개인의 신념, 가치관을 표출하는 미닝아웃이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운동인 미닝아웃은 의미·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에서 나온다'라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합쳐진 신조어다. 제품, 서비스의 가격이 비싸고 기능과 품질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자신의 가치관에 맞으면 제품을 구매한다. 소비행위에 단순히 물건을 취득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윤리, 사회적 책임은 물론 친환경, 동물복지 등의 실천 여부를 따져 소비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해시태그 기능을 사용해 자신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비윤리적이거나 불공정한 기업의 제품에 대해선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한다.미닝아웃은 개인의 의견과 취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MZ세대의 52%가 미닝아웃 소비를 한다는 조사도 있다. GS25 '남성 혐오 논란'으로 인한 대표 교체, 동아제약 성차별 채용에 대한 불매운동 등도 미닝아웃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이젠 제품의 가격, 품질 말고도 생각할 게 더 늘었다. 사회적 의미도 찾아야 한다. 김수영 논설위원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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