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무 오페라하우스 공연예술본부장 "표는 매진인데…해외초청작 취소에 개·폐막작 연기"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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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27 07:57  |  수정 2020-08-27 08:00  |  발행일 2020-08-27 제19면
"공연시장 안정화 단계서 코로나 다시 확산
경제난에 연주자 길 포기할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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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대구오페라축제 개막작으로 공연 예정이었으나 내년 1월말로 연기된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올해 열려야 할 '제18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내년으로 연기하고, 올해는 해외 작품 없이 국내 작품으로 축소하면서 명칭도 '2020대구오페라축제'로 바꾸어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올해 행사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조치로 지난 23일부터 2주간 공연장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당장 개막작 공연(27·29일)을 예정대로 할 수 없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출연진이 모여 연습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 9월26일 공연 예정인 '나비부인', 10월17일 '마술피리'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없어 결국 모두 연기(11월과 내년 1·2월)하게 되었다. 이처럼 메인 오페라를 예정대로 공연할 수 없게 되면서 올해 대구오페라축제는 큰 차질을 빚게 되었다.

최상무1사진

이와 관련 대구오페라하우스 최상무〈사진〉 공연예술본부장을 만나 코로나19가 오페라축제에 미친 영향에 대해 들어봤다.

▶코로나19가 계속 큰 타격을 주고 있어 걱정이다.

"올해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어서 당초 해외초청작으로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를 독일 함부르크극장에서 가져오기로 되어 있었으나 취소됐다. 연기하려 했으나 함부르크극장의 내년 일정이 허락되지 않고 대구오페라하우스도 내년에는 쾰른극장과 약속된 공연이 있어서 결국 취소하게 되어 가장 아쉽다. 올해 축제 개막작으로 코로나를 물리칠 묘약을 찾자는 의미에서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준비했었지만, 제때 무대에 올리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공연을 살리고 싶은 마음에 일단 연기해(내년 1월말) 공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폐막작 '마술피리'도 마찬가지인데 내년 2월 말로 연기하고, 서울 노블아트오페라단의 '나비부인'은 11월로 연기할 것 같다. 이외의 소오페라, 렉처오페라, 광장오페라 등 공연들은 관객들과의 빠른 만남을 위해 야외 공연장을 급하게 준비해서 무대에 올릴 생각이다."

▶지난해의 대구국제오페라어워즈 대신 세계적 오페라극장들과 함께 화상으로 진행하는 온라인 오디션 트레이닝은 잘 진행됐는가.

"지난 10일 시작해 28일 끝날 것인데, 이미 세 명의 한국 성악가가 유럽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유럽의 극장들은 매년 다음 해나 2년 뒤를 위해 새로운 성악가들을 찾기 위한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진행해 왔으나 올해는 코로나19로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중단되어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베를린도이치오퍼 감독 조이펠레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온라인 오디션을 진행해 주면 좋겠다는 의사를 보이면서 진행되었는데, 대구오페라하우스를 포함해 8개 극장이 참여했다. 올해는 같이하지 못했지만 독일의 함부르크극장, 본극장에서도 내년에는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올 정도로 대구국제오페라어워즈 2년차에 유럽 유수의 극장들이 오페라마켓으로 인정을 해주는 분위기다."

▶공연 취소로 인해 출연진 등이 겪게 될 어려움도 클 것 같다.

"지난주까지 극장에서 연습을 진행 중이던 공연이 5개가량 되는데 공연 연기와 취소로 인해 대구오페라하우스 직원들과 출연진은 허탈한 감정과 향후 상황에 대한 걱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오페라 출연자들의 경우 공연 시장이 그나마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가나 싶던 시점에 다시 극장을 닫아야 하는 상황을 만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전문 연주자의 길을 포기하는 이들이 발생할까 하는 걱정도 하게 된다. 예매 관객들도 크게 아쉬워하고 있다. 좌석 수가 줄어들었지만 축제 시작 전에 이미 10월 공연까지 매진을 기록했던 상황이고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관객들을 모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코로나19와 관련한 향후 대책 및 전망을 한다면.

"공연계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관한 대책들을 많이 내놓고 있다. 거리두기를 통한 실내 공연, 실내보다는 안전한 실외 공연, SNS를 통한 무관중 공연 등을 제시하지만, 무엇보다 공연은 시간예술이며 현장예술이다. 같은 공연도 그 시간에 관객과 함께하는 호흡이 감동을 극대화하고 그 감동의 울림이 우리 사회의 선한 울림으로 연결된다. 향후 공연시장은 대작보다는 중소형 무대의 장기 공연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당분간 국내 예술가들의 무대로 공연들이 이루어질 것 같다. 뿐만 아니라 공공극장의 예산 감축으로 공연도 많이 줄어들 것인데, 이러한 여러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극장의 상주 단체 혹은 상주 연주자들의 확보를 통한 안정적인 극장 운영의 방식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작은 규모의 야외오페라 또는 실경오페라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무대 장치나 영상을 이용한 다양한 방식들의 개발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다면 실내외 공연을 넘나드는 다양한 형태의 오페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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