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다퉈 쏟아지는 '정인이법'...무더기 입법으로 현장에 혼선 줄 수도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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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07 18:11  |  수정 2021-01-08 09:18  |  발행일 2021-01-08 제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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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을 찾은 시민들이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이 앞다퉈 '정인이법'을 쏟아내고 있다. 아동 학대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정치권에서 '정인이 사건'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정인이법'은 현재 국회에 40여개가 제출돼있는 상태다. 올들어 7일까지 국회에 발의된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만 14건에 이르고,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도 4건이다. 여야는 발의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대구경북 정치권도 '정인이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대구 달서구병)은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자가 아동 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해당 아동에 대한 다른 의료기관 진료기록을 열람할 수 있고, 아동 학대 의심 신고로 현장 출동을 2회 이상 한 경우 피해 아동을 보호시설로 인도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대구 북구갑)은 누구든지 아동 학대 범죄를 알게 된 경우 신고하도록 하는 한편, 아동 학대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누범가중 규정 및 재범 여부 조사 규정 등을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김병욱 의원(포항 남구·울릉)은 사법 경찰과 아동 학대 전담공무원이 필요한 경우 다른 사람의 주거지 등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이에 따른 형사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등 아동 학대 관련 개정안 4건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포항 북구)은 아동보호사건의 조사·심리를 위한 소환, 아동 학대 행위자에 대한 긴급임시조치 등과 관련한 법정 의무나 업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은 사람에게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정인이법'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정모(여·31·대구 동구)씨는 "이름을 붙이는 법안은 그 사람을 잊지 않겠다는 뜻도 있지만, 너무 늦었다는 아픔도 배어 있다"라며 "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과 함께 첨부된 정인이의 사진을 보면 마음이 너무나 아프다. 사후약방문식 대처를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국민의 공분을 사는 사건이 생길 경우 '네이밍 법안'이 쏟아지는 현상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법안들이 정치인의 감정적이고 대중영합주의적 입법 용도로 전락할 수 있고, 여론에 따라 입법 내용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를 과중 처벌하는 민식이법은 지금도 '과잉 입법'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무더기 입법'이 현장의 혼선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 만드는 게 장난도 아니고 개악을 걸러낼 새도 없이 이 많은 법을 오늘 소위 심사하고 이틀 뒤 본회의 통과시키는 게 말이 되나"라며 "여론 잠재우기식 무더기 입법으로 현장 혼란만 극심하게 하지 말고 멈춰라"라고 비판했다.


천주현 변호사는 "아동 학대로 아이가 사망에 이른 것은 전 국민이 공분할 만한 중대한 일이고, 국회가 나서는 건 얼마든지 타당하다"라며 "다만 수사의 문제점 등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정책적인 측면을 개선하기보다 선고형량을 높이기 위한 입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면 국회의원들이 좀 더 입체적인 입안자가 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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