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로봇친구

  • 이은경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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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31 08:04  |  수정 2021-05-31 08:07  |  발행일 2021-05-31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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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한의사〉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어르신 말동무 인형(AI 로봇)' 사업에 관한 뉴스를 보았다. 화면에선 어르신이 아기만한 인형을 안고 있다. 눈이 커다란 인형이 어르신에게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고 노래도 불러준다. 이 말동무 인형은 노인들의 우울증과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치매 노인을 위한 로봇 강아지가 나왔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영락없는 진짜 강아지다. 꼬리를 살살 흔들고 "멍멍" 짖는 강아지 로봇의 재롱에 노인은 함박웃음을 짓는다. 또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서는 환자를 들어 옮기고 대소변을 치워주는 간병 로봇을 비롯해 다양한 서비스 로봇을 개발하는 중이다.

산업 현장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로봇이 냉장고나 세탁기처럼 필수품으로 자리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미래에는 인간처럼 인격과 영혼을 갖춘 로봇이 나올지 모른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즈오 이시구로'의 최신작 '클라라와 태양'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AI 클라라의 눈으로 본 인간의 이야기다. 인공지능이 장착된, 사람 모습을 한 AF(Artificial Friend)는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주고 친구 역할을 하는 로봇이다. AF는 단순히 지능만 높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안다. 이 AF를 살 정도의 재력을 가진 가정에서는 유전자 편집으로 자녀의 지능을 높인 후 자녀를 좋은 대학에 입학시킨다. 그러나 유전자 편집에서 제외된 가난한 집 아이들은 경쟁에 밀려 유명 대학에 갈 기회를 놓치게 된다.

주인공 클라라는 다른 AF들에 비해 공감 능력과 직관력이 탁월하다. 클라라는 몸이 아픈 조시의 집에 입양된다. 조시의 가족은 클라라를 조시의 속 깊은 친구로, 말 못할 고민을 털어놓는 인격체로 대하다가 클라라가 필요 없을 때는 애완견을 떼놓고 외출하듯 가족에서 소외시킨다. 그러나 클라라는 어떠한 처우에도 불만 없이 조시에게 헌신적이며 조시를 위해 자신의 희생도 서슴지 않는다. 우리는 '영혼은 인간에게만 존재하고 선의와 사랑은 인간 고유의 본성'이라고 믿어왔다. 그런데 알고리즘이 인간 내면을 완벽히 구현하고 로봇도 동일한 패턴으로 작동한다면 영혼을 인간만이 가지는 고유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 로봇이 인간보다 더 이타적이고 지혜롭다면 인간다운 것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시구로의 책은 쉽고 재미있게 읽히나, 행간은 넓고 질문은 무겁다.

이은경〈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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